[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2025학년도 고등학교 3학년들이 치르는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모의고사에서 과학탐구 영역 선택 수험생 규모가 최근 4년 새 최저로 감소하고 있다.
특정 과목 응시자 규모가 줄면 최상위 4%로 고정된 1등급 인원도 줄어들기 때문에 의대를 준비하는 최상위권 수험생들에게 불리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26일 종로학원에 따르면 지난 8일 경기도교육청 주관으로 실시된 고3 전국연합학력평가(학평)에서 과학탐구 응시율은 44.1%로 현 수능 체제가 도입된 지난 2021년 시험 이후 4년 새 가장 낮은 규모를 보였다.
같은 시험을 기준으로 ▲2021년 44.8% ▲2022년 46.3% ▲2023년 47.9% 등 매년 상승 추세였으나 올해 3.8%포인트(p) 감소 추세로 처음 반전된 것이다.
올해 고3 수험생의 첫 교육청 주관 수능 모의고사였던 지난 3월28일 학평에서도 과학탐구 응시자 비율이 44.9%로 지난해 47.2%와 견줘 2.3%p 하락한 바 있다.
문·이과 통합형 수능이 도입되면서 수학 '미적분' 또는 '기하' 및 과학탐구를 선택한 소위 이과 지망생이 유리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인 가운데 이례적인 결과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과학탐구 응시생이 줄어들고 있는 것은 이과 학생이 줄어들고도 있다고도 해석이 가능하다"며 "자연계에 지원할 때 사회탐구 선택도 허용해주는 대학들이 늘고 있어 부담이 다소 줄어들 수 있는 선택을 하는 학생이 늘어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런 학생은) 수능 최저 등급을 맞춰 수시에 지원하거나 정시에서 탐구 선택에 차등을 두지 않는 중하위 대학에 목표를 둔 학생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학평은 고3 수험생만 치를 수 있고 고교를 졸업한 재수생과 반수생 등 N수생은 응시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경향성이 수능에도 나타날 것이라 단정하긴 섣부르다.
그러나 만약 상대평가인 과학탐구 수험생 규모가 줄어들 경우 최상위 4%로 고정된 1등급 수험생 수도 비례해 감소할 수 있기 때문에 입시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서강대·성균관대·중앙대·경희대·이화여대 등의 서울 주요 대학은 2025학년도 대입에서 수능 과학탐구 응시자에 가산점을 부여할 계획이다.
서울대(간호대·의류학과 제외)와 고려대(간호대·가정교육과 제외)의 대부분 자연계열 학과에 지원하려는 수험생은 수능에서 과학탐구를 치러야 지원할 수 있다.
특히 해당 권역에서 고교 3년을 다닌 수험생만 응시할 수 있는 지역인재 선발전형을 운영하는 의대 26곳 대부분이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두고 있다.
2025학년도 의대 모집인원 증원 등이 반영되기 전 이들 26개 대학이 공표했던 대입 계획에 따르면 지역인재 선발 인원 총 801명 중 773명(96.5%)에 해당한다.
이들 의대의 수능 최저학력기준은 높은 수준으로 국어·수학·영어·탐구 모두 1등급을 맞거나 하나만 2등급이 나오는 '4개 영역 등급 합 5 이내' 등으로 돼 있다.
다만 수험생들은 이런 최저학력기준이 의대 모집인원 1509명 증원이 반영되는 최종 대입 계획에서 바뀔 수 있다는 점 등을 인지하고 확정된 내용을 살펴야 한다.
임 대표는 "2025학년도에 의대 모집인원이 늘어났고 지역인재 선발전형이 큰 폭으로 증가하는 상황에서 의대를 지망하는 비수도권 학생들의 수능 최저등급 충족 여부는 대단히 중요해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의대 등을 목표로 하는 최상위권 학생들이 수시에서 수능 최저 등급을 확보하는 일이 지난해보다 어려워질 수 있다"며 "이럴 경우 수시에서 학생을 뽑지 못해 정시로의 이월 인원이 늘어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