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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기자 수첩】 반복되는 ‘교제폭력’ ‘반의사불벌죄’ 폐지가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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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강남에서 여자친구를 흉기로 살해한 20대 의대생 사건이 알려지면서 ‘교제살인’ 문제의 심각성이 다시 대두되고 있다. 특히, 이별 통보가 범행 동기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연인 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교제살인과 폭력에 대한 경각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교제살인은 교제폭력(데이트 폭력·살인)의 한 유형으로, 이별을 요구하는 연인을 살해하는 파렴치한 행위이다. 교제폭력은 교제 관계에서 발생하는 언어적, 정서적, 성적, 신체적 폭력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최근 계속 발생하는 교제폭력 살인사건은 가해자들이 여성을 동등한 인격체로 대하지 않고 자신이 무시당했다는 것에 분노를 표출하면서 범죄로 연결된다는 것에 큰 문제가 있다”고 한다. 

 

지난 3월 한국여성의전화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남편·애인 등 친밀한 관계에 의해 살해된 여성의 수는 최소 138명이다. 살인미수 등을 포함하면 그 숫자는 449명으로 늘어난다.

 

교제살인에 대한 국가통계를 마련하는 것이 문제 해결에 접근하는 첫 시작점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데이트 폭력으로 검거된 피의자는 1만 3,939명이었다. 이는 지난 2020년 8,951명 대비 55.7% 증가한 수치이다. 

 

반복되는 ‘교제폭력’ 문제점을 살펴보면 첫째, 교제폭력과 살인이 반복되는 것은 우선 관련 법의 부재이다.
교제폭력은 살인 등의 강력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지만 이를 막기 위한 법적 근거가 전무한 상황이다. 교제폭력 가해자를 접근금지 조치하고 구치소에 임시로 가두는 등을 담은 ‘교제폭력 방지법’은 몇년째 국회 문턱조차 넘지 못하고 있고, 이달 말 21대 국회 임기가 끝나면서 자동 폐기될 예정이다. 가정폭력범죄나 스토킹 범죄가 관련 법에 따라 가해자를 강력하게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한 것과 대조적이다. 

 

둘째, 처벌에 소극적인 피해자들이다. 교제폭력 신고와 가해자 검거 수는 증가했음에도 구속 수사율은 오히려 감소했다. 
지난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이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데이트 폭력으로 검거된 피의자는 2019년 9,823명에서 2022년 약 30% 증가했지만, 이 기간 전체 구속 피의자 비율은 4.8%(474명)에서 1.7%(214명)로 감소했다. 이 사안의 관건은 반의사불벌죄(피해자가 가해자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형사처벌할 수 없는 범죄) 폐지에 있다.

 

지난 2022년 신당역에서 발생한 스토킹 범죄 살인사건을 계기로 스토킹처벌법에서 반의사불벌죄조항이 삭제되어 스토킹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더라도 가해자는 처벌을 면치 못하게 됐다. 하지만 교제폭력은 폭행죄 혹은 협박죄에 해당하기 때문에 모두 ‘반의사불벌죄’가 여전히 적용되는 상황에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반의사불벌죄 완전 폐지를 주장하는 한편, 교제폭력 처벌 강화와 인식의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교제폭력은 가해자가 폭력에 대한 문제의식을 인식 못하거나, 아예 폭력임을 깨닫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반대로 피해자가 폭력임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자신이 잘못했기 때문에 가해자가 폭력을 행사한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교제폭력 가해자는 주로 남자이지만 여자인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사랑해서 그랬다’, ‘맞을 짓을 해서 맞았다’. ‘그냥 참고 넘어가는 모습’ 등 교제폭력에 대한 사회의 왜곡된 시선과 편견은 남녀를 가리지 않는 양상이다. 

 

외국 사례를 보면 ▲영국은 가정폭력의 범위를 가족에만 제한하지 않고 ‘친밀한 파트너 관계 및 그런 관계였던 사람’으로까지 확대▲미국은 여성폭력방지법 제정 이후 피해자 보호 범위(가정폭력, 성폭력, 교제폭력, 스토킹범죄)를 확대▲일본은 배우자폭력방지법과 스토커규제법으로 교제폭력에 대응하고 있다. 한국도 교제폭력을 심각한 범죄로 규정해 피해자 보호와 가해자 엄벌에 나서는 법적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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