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이용만 기자] 청각과 시각을 함께 상실하는 난치성 유전질환인 ‘어셔증후군’의 청각학적 및 망막 증상과 중증도가 유전자 돌연변이 형태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연구가 발표됐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환자의 유전형에 따라 질병 진행을 예측하고 맞춤형 치료 전략을 세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대병원 소아이비인후과 이상연 교수·서울의대 해부학교실 조동현 교수 공동연구팀이 국내 어셔증후군Ⅱ 환자를 대상으로 USH2A 유전자의 돌연변이 형태(유전형)와 임상표현형의 상관성을 분석한 연구 결과가 5일 발표됐다.
어셔증후군은 국내 약 8천명의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증상과 발병 시기에 따라 3가지 유형(Ⅰ~Ⅲ)이 있다. 그중 가장 흔한 어셔증후군Ⅱ 유형의 특징은 소리 감지 기능에 이상이 생기는 중등도 이상의 ‘감각신경성 난청’이 선천적으로 동반되며, 광수용체 세포 기능 저하로 실명까지 이어지는 ‘망막색소변성’이 10대 이후 발병하는 것이다.
어셔증후군Ⅱ는 주로 USH2A 유전자 돌연변이를 부모 양쪽에서 물려받는 열성 유전을 통해 자녀에게 이어진다. 이 질환을 비롯한 일부 유전질환은 우·열성 위계를 갖는 대립유전자의 계층 구조에 따라 증상과 중증도 등 임상표현형이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지금껏 국내에서 어셔증후군Ⅱ 환자들을 대상으로 유전형에 따른 임상표현형을 분석한 연구는 없었다.
연구팀은 유전형을 파악하기 위해 USH2A 유전자 돌연변이에 의한 어셔증후군Ⅱ 환자 16명을 대상으로 전장 엑솜 및 유전체 분석을 실시한 후, 유전형별로 임상표현형을 분석하기 위해 ‘절단형 변이’ 보유 여부에 따라 환자의 유전형을 구분했다. 절단형 변이란 단백질 합성이 끝났음을 알리는 종결코돈이 일찍 형성되면서 생성되는 돌연변이로, 심각한 기능소실로 이어질 수 있다.
절단형 변이 보유자들은 난청이 더 일찍 발생했고, 모든 주파수에서 평균 청력 역치(인식 가능한 가장 작은 소리 크기)가 더 높았다. 특히 절단형 변이 2개 그룹이 1개 그룹보다 평균 청력 역치가 높았으며, 이는 절단형 변이가 더 심각한 청력 손실과 관련되어 있음을 뜻한다. [그래프1]
USH2A 유전자 돌연변이에 의한 망막표현형은 16세 이상 환자들에서만 확인됐는데, 이들 중 절단형 변이 보유자는 시세포 기능 감소, 시야 축소 등 망막 기능이 더 심하게 저하된 양상을 보였으며 망막의 구조적인 퇴화도 심했다. [그래프2]
나아가 연구팀은 평균 청력 역치가 높을수록 망막전위도검사(ERG)에서 빛 자극에 대한 광수용체 세포의 반응 시간이 짧아지는 상관관계를 확인했다. 이런 상관성은 절단변이 보유 그룹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 결과는 절단형 변이 여부에 따라 어셔증후군Ⅱ 환자의 청각학적 및 망막 표현형의 중증도가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하며, 이 같은 유전형과 임상표현형의 상관관계를 바탕으로 질병의 예후를 예측하고 유전자 치료를 포함한 환자별로 적절한 치료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한편, 연구팀은 유전자 분석을 통해 어셔증후군Ⅱ 발병과 관련된 18개의 USH2A 유전자변이를 확인했으며 그중 4개는 이번 연구를 통해 최초로 발견된 새로운 변이였다.
이상연·조동현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USH2A 대립유전자 계층구조에 따른 어셔증후군Ⅱ 임상표현형의 뚜렷한 차이를 확인했다”며 “향후 어셔증후군 환자의 맞춤형 치료나 유전자 치료에 있어 이번 연구 결과가 근거자료로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이건희 소아암·희귀질환 연구사업 후원으로 진행됐으며,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