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철우 기자] 백악관 주인 자리를 두고 4년 만에 재대결하는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간 첫 TV토론은 미 대선의 불확실성만 증폭시켰다. 그야말로 혼동 양상이다. 지금까지의 초박빙 판세를 뒤집을 변수로 주목받은 이번 토론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참패’라는 성적표를 받아 당 안팎의 ‘후보 교체론’에 시달리고 있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특유의 화법으로 불편한 질문을 능수능란하게 피해 가면서도 활력 있는 모습을 보여 공화당 지지자들로부터 환호를 받았다. 오는 11월 대선까지 4개월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국제 정세의 불안정은 불가피해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토론에서 고령 리스크가 부각된 게 뼈아프다. 당장 미국의 진보적인 유력 언론은 민주당의 후보 교체 가능성 및 이후 시나리오, 대타로 거론되는 후보들을 분석하는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 일간지인 뉴욕타임스(NYT)는 토론 다음날 바로 ‘조국에 봉사하기 위해 바이든 대통령은 하차해야 한다’는 제목의 사설을 실어 후보교체론에 불을 댕겼다. 주요 일간지 중 하나인 보스턴글로브도 최근 TV토론에서 건강과 인지력 문제를 드러낸 조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도전 포기를 촉구했다. 사설은 “나라를 위해, 그의 당을 위해, 그의 업적을 위해 바이든은 반드시 그것(대선 출마 포기)을 서둘러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토론이 생각처럼 잘 안되는 날도 있다”며, 바이든 대통령 지원 사격에 나서고 있지만 당내에서도 공개적인 사퇴 요구가 나왔다. 로이드 도겟 하원의원(텍사스)과 라울 그리핼버 하원의원(애리조나)은 공개적으로 바이든 대통령에 후보직 사퇴를 촉구했다. 민주당내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사퇴할 경우 새 후보를 어떻게 선출할지에 대한 아이디어도 거론되고 있다. 이에 대해 백악관은 ‘하차는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며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하지만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무엇보다 81세 고령에 따른 쇠약함과 인지력 저하 조짐은 단기간에 해결이 사실상 불가능해 일회성으로 끝날 사안이 아니다.
여기에 TV토론 후 지지율 격차가 더 커진 결과가 속속 발표되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사면초가 형국이다. 오바마 전 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바마가 나설 경우 트럼프 전 대통령을 압도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사퇴 여론을 부채질 하는 양상이다. 하지만 8월 전당대회에서 대선후보를 공식 선출할 예정인 민주당의 후보 교체는 바이든의 자진사퇴 형식이 아니라면 쉽지 않다.
미 대선을 바라보는 동맹국들은 워싱턴의 정세 변화를 지져볼 수밖에 없다.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가 없다면 ‘트럼프 2기 행정부’에 본격 대비해야 할 수밖에 없다. 동맹 관계를 중시하는 바이든 행정부의 기조는 트럼프 재집권 시 확 바뀔 가능성이 크다. ‘미국우선주의’를 내세우며 동맹을 거래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트럼프의 외교 전략은 한미동맹, 한미일 3각 공조 체제 등에 미칠 파장이 작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 변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외교안보 정책 전반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겠다.
한미일 3국 공조를 중요시하는 현 미국의 외교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트럼프 측근들이 한일 양국에 전하고 있다는 로이터통신 보도가 있었다. 하지만 지난 트럼프 1기 당시의 북미, 한미 정상회담에서 보듯이 불확실성은 변함이 없다. 트럼프는 지속해서 한국이 주한미군 주둔 비용을 대폭 올려주지 않으면 주한미군 철수 또는 감축 카드를 꺼낼 수 있음을 시사했다.
미국 싱크탱크 일각에선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한다면 1기보다 한층 아시아 정책에서 ‘급격한 변화’가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그 변화의 중심에서 한반도는 가장 근본적 영향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다. 트럼프가 재집권에 성공한다면 한국의 자체 핵무장을 용인 혹은 묵인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되면 주한미군의 감축 또는 철수, 한미연합훈련의 축소 등을 추진할 것으로 보여 미국의 확장억제는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며 “미국의 핵우산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는 현재의 안보정책은 근본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핵무장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기회의 창’이 열릴 수 있다”고 했다. 북러 군사적 밀착과 남한에 대한 북한 핵위협이 현실화 되는 상황에서 미 대선 결과가 미칠 파장을 가능하긴 어렵다. 따라서 모든 시나리오에 대응한 새로운 접근 방식을 촘촘하게 준비할 필요가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