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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인터뷰: 정성장 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장】 “북핵 문제 대응 대전환과 신핵안보전략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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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핵우산 의존하는 안보정책 근본적 재검토 필요”
“미 대통령, 핵보복 감수하며 대북 핵사용 결심할까?”
“북핵 ‘체제생존용’ 넘어 실질적인 남한 핵공격 위협”
“美제재 가능성 낮아... 中, 북 핵사용 문턱 높아져 안전”
“핵무장 후 북과 본격적인 핵·재래식 무기 감축협상”

[시사뉴스 김철우 기자] [Q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평양에서 유사시 자동 군사 개입 조항이 포함된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관계에 관한 조약’(포괄적 전략 동반자 조약)을 체결했다. 우리의 외교·안보에 미치는 영향은? 

 

북한과 러시아가 이번에 서명한 포괄적 전략 동반자 조약 4조는 외부로부터의 무력침공에 대한 즉각적인 군사지원을 약속하고 있다. 1961년 체결됐다가 소련 해체 이후 1996년에 폐기된 ‘조·소 우호협조 및 호상원조 조약’의 제1조와 거의 동일하다. 북러 관계가 냉전시대의 군사동맹 관계를 완전히 복원됐다고 볼 수 있다. 반면 올해 미 대선에서 ‘미국우선주의’를 표방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되면 주한미군의 감축 또는 철수, 한미연합훈련의 축소 등을 추진할 것으로 보여 미국의 확장억제는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최근 여론조사 추이를 보면 트럼프 당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같은 상황에서 북핵에 맞서기 위해 미국의 핵우산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는 현재의 안보정책은 근본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한국과 일본이 북한과 중국으로부터 보호받기 위해 미국의 핵우산에 의존하는 대신 스스로 핵을 개발하도록 허용할 것”이라는 입장을 가진 트럼프가 올해 미국 대선에서 재선되면, 한국도 미국 차기 트럼프 행정부와의 긴밀한 협의 하에 자체 핵보유의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지금부터라도 치밀하게 준비할 필요가 있다. 

 

[Q2] 윤석열 정부 들어서 한층 강화된 미 핵확장억제 전략이 기동하고, 핵 공유 옵션도 있는데 굳이 남한이 독자적으로 핵을 보유할 필요가 있나?

 

북한이 이미 지난 2017년에 수소폭탄 개발에 성공했고,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ICBM도 상당한 진전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확장억제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확장억제는 북한이 비핵국가이고 ICBM을 보유하지 않았을 때 신뢰할만한 방식이다.

 

미국은 자국의 핵 태세를 유지하는 데 있어 ‘단일 권한(Sole Authority)’ 원칙을 일관되게 견지해오고 있다. 그래서 미국의 핵사용은 어디까지나 미 대통령의 판단과 결심에 전적으로 좌우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미국은 4년마다 대통령 선거가 있고, 대통령은 ‘변덕스러운 대중여론의 압박’에 취약하다. 국민 여론이 미국의 전쟁 개입에 부정적이거나, 동맹의 가치보다 미국 국민의 안전과 이익을 더 중시하는 정치인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북한과의 핵전쟁을 감수하면서까지 한국을 지켜주려 할까?

 

올해 대선에서 ‘미국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가 당선된다면 2023년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이 합의한 ‘워싱턴선언’은 하루아침에 휴지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 조약은 대통령이 바뀌어도 쉽게 폐기할 수 없는 반면 ‘선언’은 그런 법적인 구속력이 없기 때문이다. 나토식 ‘핵공유’ 또한 유사시 최종 결정권은 미국 대통령이 가진다는 한계가 있다. 북한이 남한을 핵무기로 공격할 경우 미국 대통령이 뉴욕과 워싱턴 DC에 대한 북한의 핵 보복을 감수하면서까지 대북 핵사용을 결심할 수 있겠는가?’라는 의문이 불가피하게 제기될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미국 학자들은 “결심하지 못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또 미국에 북한보다는 중국 견제가 우선순위라는 점도 한국이 확장억제에만 전적으로 의존할 수 없게 하는 요인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후 글로벌 차원에서 4개의 전선 즉, 유럽, 중동, 대만해협, 한반도 전선에서 동시에 미국의 전쟁수행은 불가능하다. 

 

[Q3] 체제 안전용이라던 북한이 남한에 대놓고 핵위협을 하고 있다. 핵 위협이 ‘실제’ 한다고 보나?

 

북핵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건 북핵 성격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다. 만약 북핵이 단순히 체제생존용이라면 한미가 북한 안전보장에 대해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협상용이라면 단계적 핵감축과 완전한 비핵화에 어떠한 반대급부를 제공할 것인지 정교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런데 북한 핵무기가 유사시 미국의 군사 개입을 차단하고 한국의 굴복을 받아 내거나 남한 영토 점령을 위한 것이라면 대응 방안은 180도 달라져야 한다.

 

1990년대 초 소련이 붕괴되면서 북한이 심각한 체제안보위기에 직면했을 때 북한의 핵개발은 ‘생존용’이었다고 간주할 수 있다. 그리고 김일성 사후 김정일이 미국과 협상을 통해 핵시설의 동결에 합의하고 북핵 6자회담에도 참여했을 때는 ‘협상용’ 성격도 지녔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2011년 김정일의 사망 이후 북핵의 성격은 근본적으로 달라졌다. 김정은은 2012년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헌법에 명문화하고, 2017년에는 수소폭탄 핵실험을 강행했으며,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세 차례 시험발사한 후 ‘국가핵무력 완성’을 선포했다. 이후 전술핵부대와 전술핵공격잠수함을 동원해 남한을 겨냥한 전술핵 사용 훈련을 공공연히 진행했다.

 

여기에 대량생산 및 실전배치 들어갈 것으로 보이는 고체연료 화성포-18형 ICBM은 한국의 3축 체계 중, 사전 징후 포착과 선제 대응을 포함하는 개념의 ‘킬체인(Kill Chain)’을 사실상 무력화할 수 있어 기존의 액체연료 기반 ICBM보다 한미의 안보에 더욱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북한이 이처럼 한국을 겨냥해 전술핵무기 사용 훈련까지 실시하고, 핵탄두의 기하급수적 생산을 추진하며, ICBM 능력의 급속한 고도화를 추구하는 것은 북한의 핵무기가 단순한 ‘억제’ 차원을 넘어서는 것임을 의미한다. 

 

[Q4] 수출로 먹고사는 통상국가라는 특성상 핵무장이 득(得)보다 실(失)이 많다는 견해에 대해서는?

 

한국의 핵무장과 관련해 미국과 중국의 제재를 가장 우려한다. 하지만 러시아와 중국이 유엔 대북 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 패널까지 종료시킨 상황에서 한국이 북한의 핵위협에 대응해 핵무장하는 것을 두고 미국이 유엔 안보리 차원의 제재를 추진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에 반대하는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도 지난해 VOA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핵무장할 경우 “중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한국에 대한 제재를 추진하면 미국은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본다”고 전망했다. 과거 미국은 인도의 핵실험 후 경제제재에 나섰지만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미국이 한국 제재에 나서더라도 형식적일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반도체 분야에서 한국, 대만, 일본과의 협력을 매우 중시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이 자국과 서방세계의 국익에 반하는 강력한 단독 제재를 추진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본다. 일부 전문가들은 또 중국이 과거 사드(THAAD)배치 때보다 더욱 강력하게 제재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한국이 핵무기를 보유하게 되면, 한반도에서 핵전쟁 가능성이 오히려 줄어들어 중국도 더욱 안전해진다.

 

북한이 남한에 대해 핵무기를 사용할 경우 한국이 곧바로 핵 보복을 하게 될 것이므로 북한은 대남 핵사용에 더욱 신중해지고, 그만큼 북한의 핵사용 문턱은 올라갈 수밖에 없다. 한국의 대미 안보 의존도도 상대적으로 줄어들어 외교·안보적 자율성이 확대되어 한중협력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특히, 북한의 오판에 의한 핵사용 가능성을 막을 수 있고, 대등한 관계에서 남북 핵감축과 한반도 군비통제 및 평화체제 구축 협상을 한국 또는 남북한이 주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Q5] 한국의 독자적인 핵안보를 위한 실효적인 추진 방안은 무엇인지?

 

먼저 컨트롤 타워 구축과 함께 핵잠재력 확보가 중요하다. 미국과 한미원자력협정 개정 협상을 신속하게 재개해 사용후핵연료 재처리와 우라늄 농축 분야에서 미일원자력협정 수준으로 개정할 필요가 있다. 만약 북한의 군사도발이나 주한미군 대규모 감축 등으로 안보 상황이 심각하게 악화된다면 국가 생존을 위해 NPT 탈퇴를 고려해야 한다. NPT 제10조 1항은 조약과 관련된 비상사태가 한 국가의 지상이익을 위태롭게 하는 경우 탈퇴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하고 있다. NPT 탈퇴를 선언한 이후에는 비확산체제를 유지하고자 하는 국가들과의 관계가 악화되지 않도록 대대적인 외교 캠페인이 중요하다.

 

북한이 NPT에 복귀하거나 북핵 위협이 해소되면 NPT에 재가입할 것이라는 점을 공개적으로 천명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한국은 미국과 긴밀한 동맹관계를 유지하길 원한다는 입장을 정부와 의회 차원에서 강력하게 선언해야 할 것이다. 핵개발은 NPT 탈퇴 선언 후에 미국과의 긴밀한 협의 및 묵인하에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만약 올해 미국 대선에서 바이든이 재선된다면 한국의 핵무장이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 트럼프가 재선되면 핵무장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기회의 창’이 열릴 수 있다. 그때 한국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한국도 핵을 포기할 것’이라는 조건부 핵무장을 추진하고 핵무장 완료 후에는 북한과 핵군축 협상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자체 핵무기 보유는 미국이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의 감축을 목표로 하는 북한과의 군비통제 협상에도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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