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6.02.24 (화)

  • 흐림동두천 4.3℃
  • 흐림강릉 5.2℃
  • 흐림서울 5.3℃
  • 대전 0.9℃
  • 대구 1.0℃
  • 울산 4.1℃
  • 광주 2.8℃
  • 부산 5.7℃
  • 흐림고창 0.4℃
  • 제주 8.1℃
  • 구름많음강화 4.3℃
  • 흐림보은 0.0℃
  • 흐림금산 0.2℃
  • 흐림강진군 3.6℃
  • 흐림경주시 4.1℃
  • 흐림거제 5.1℃
기상청 제공

사람들

【이화순의 아트&컬처】 캔버스에 시(詩) 쓴 단색화 선구자 김기린, ‘무언의 영역’ 개인전

URL복사

작고 이후 첫 개인전, 갤러리현대서 7월 14일까지
작업 초기부터 유작 40여 점과 아카이브 출품
1970년 단색화 시작점 찍은 작품 선보여

갤러리현대가 본관에 마련한 김기린 개인전 ‘무언의 영역’은 작가의 세 번째 개인전이다. 작고 이후 첫 개인전이다. 작업 초기부터 2021년 작고할 때까지 지속한 작품 40여 점과 직접 창작한 시와 사진 자료 등의 아카이브를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갤러리현대는 ‘단색화의 선구자’에 방점을 찍었다. 

 

단색화는 1975년 일본 도쿄에서 개최된 ‘5인의 한국 작가들, 다섯 가지 흰색’ 전이 한국의 대표적인 미술경향인 단색화의 시발점으로 통했다. 당시 박서보, 이우환, 하종현, 권영우, 윤형근, 정상화 등이 대표작가로 꼽힌다.
그러나 이번 전시에는 도쿄 전시보다 몇 년 앞선 1970년작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을 설치함으로써 김기린을 ‘단색화의 선구자’로 칭한다. 

 

김기린의 작품 세계를 집약하는 핵심은 작가의 내면을 외부에서부터 인식할 수 있도록 캔버스 화면 위에 물감을 매체로써 다뤘다는 점이다. 이는 마치 일반적인 언어로는 설명 불가능한 내면과 세계의 이면을 엄격하게 선별된 함축적인 언어로 풀어내는 시인의 시 창작과 유사한 방법론이다. 

 

얆은 붓으로 격자 그리드를 완성한 뒤, 수행하듯 굵은 붓으로 원을 수십 번 덧칠한다. 작가는 매번 같은 붓으로 같은 점을 찍지만, 미세한 손떨림, 호흡, 온도와 습도 등의 외부환경까지 같을 수는 없어서 원에 미묘한 차이가 드러난다. 이를 통해 관람객은 잔잔한 음의 진동이 촉각적으로 전해지며 음악적인 맥락을 체험할 수 있다.

 

김기린은 한국 화단의 화가들과는 결을 달리하며 전통적인 회화 재료인 ‘캔버스에 유채’를 사용하여 몰입의 순간을 연출하는 색과 빛의 관계를 탐구했다. 전시 제목 ‘무언의 영역(Undeclared Fields)’은 사이먼 몰리의 에세이 ‘무언의 메시지 (Undeclared Messages)’에서 영감을 받아 지어졌다. 

 

김기린은 ‘회화야말로 인간의 감성을 가장 잘 전달하는 예술 장르’라고 생각했다. 1950년에 고향인 함경남도 고원을 떠난 그는, 다시 가보지 못한 고향에 대한 향수를 품은 채 살았다. 생전 그는 문창호지로 스며드는 아침 햇살, 달빛 밝은 밤, 어슴푸레 투명한 어둠이 눈에 선하다고 했다. 작가는 한국의 덧문 위에 붙은 창호지에는 ‘색’이 없으며, 그 대신 어둠과 밝음이라는 빛의 근원이 존재할 뿐”이라고 말한 바 있다. 

 

작가에게 문창호지를 통한 경험은 밝음과 어둠을 지각하게 하는, 안과 밖을 연결해 주는 빛으로 체험하는 규정되지 않은 장(場), 즉 영역이었다. 시인이 되고 싶었던 청년 김기린은 말로 설명되지 않는 내면의 세계와 파리에서 경험한 다양한 장르의 문화적 자극을 캔버스 위에 텍스트가 아닌 물감의 양감으로 표현했다. 그가 캔버스에 붓으로 올린 것이 기름기를 제거한 유화 물감 덩어리로 누군가에게 보일지 모르겠지만, 궁극적으로 표현하고자 한 것은 캔버스를 마주하게 될 관객의 지각과 의식의 흐름을 인도하는 장치로서의 열린 장(space)이었다. 그의 회화는 빛에 따라 화면 안에 구성된 색면과 점의 관계에 따라 달라지거나 혹은 물감 덩어리의 양감에 따라 다르게 반사되어 보이는 캔버스라는 화면을 통해 인간의 몸이 지각 가능한 2차원, 3차원을 넘어서는 지각의 세계에 대한 탐구의 흔적이 가득한 장이다.

 

그는 그림을 ‘하는 것’이지 ‘만드는 것’이 아니라고 덧붙였다. 색을 놓지, 바르지 않으며 점과 줄을 팠지, 찍거나 긋지 않는다고 말한다. 모든 그림의 과정이 ‘제조’의 개념이기보다 ‘인식 작용’을 수반한 ‘실천’의 의미로 있는 것이다. 즉, 작가의 에너지가 담긴 그림은 관객을 만나 살아있는 작품이 된다. 

 

김기린은 회화의 표면을 일종의 살아 숨 쉬는 온도와 습도와 빛의 파장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피부라 설명한다. 비슷한 그리드 패턴에 같은 붓으로 똑같은 점을 찍는다고 하지만, 매 순간마다 붓 터치는 같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것이 만들어낸 도톨도톨한 질감은 빛의 파장이 닿는 속도와 강도에 영향을 미쳐 감상자로 하여금 섬세한 지각의 세계로 인도한다. 얼핏 봐서는 그저 단순한 색면인가 싶지만, 가볍고도 잔잔한 음의 진동이 촉각적으로 전해진다. 

 

김기린의 회화는 음악이 추상 언어를 통해 본질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음악적인 맥락을 지향하는 지점이 있다. 200호 이상의 대작을 할 때, 작가는 똑같은 점을 찍어 내려가면서 다음 겹의 점을 찍을 때까지 유화가 마르기를 기다려 두 번째, 세 번째…서른 번째 점을 찍 노라면, 1~2년의 세월이 흐르기도 했다고 한다. 

 

이렇게 조금씩 다른 두께와 깊이의 색점은 빛이 닿아서 튀어 나가는 파장의 속도가 각각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가까이에서 화면을 마주하면, 운율감 있게 이어진 광채가 다른 다채로운 도톨도톨한 점들의 변주를 감상하게 된다. 김기린은 국립현대미술관과의 인터뷰에서 멘델스존(Jakob Ludwig Felix Mendelssohn-Bartholdy)에서는 노란색을, 차이코프스키(Pyotr Ilyich Tchaikovsky)는 회색,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을 들을 때면 녹색이 떠오른다고 술회한 바 있다. 김기린은 음에서 빛깔을 본다고, 모국어가 아닌 불어로는 충만하게 표현할 수 없었던 지각의 세계를 색으로 표현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전시장 1층에는 검정색 안료를 반복적으로 쌓아 올린 김기린의 1970년대 대표작 ‘흑단색화’와 2000년대 까지 지속된 ‘안과 밖’ 연작이 걸렸다. 2층은 생전 전시에서 공개한 적 없는 한국 전통 창호지를 연상시키는 유화 작업을 중심으로, 유학 시절 작가가 직접 창작한 시가 소개되어있다. 또 전성기 시절의 소품은 물론, 전업 미술품복원가로 생계를 꾸리는 동시에 자신만의 회화 세계를 구축해 온 작가의 파리 시기 아카이브 자료 또한 함께 전시되었다.

 

김기린은 한국외국어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1961년 프랑스로 이주하여 디종 대학교(현재 부르고뉴 대학교, Université de Bourgogne)에서 미술사를 수학했으며, 파리 국립고등미술학교(École Nationale Supérieure des Beaux-arts)에서 로저 샤스텔 (Roger Chastel) 교수 아래서 미술 지도를 받고, 파리 국립고등장식미술학교(École nationale supérieure des Arts Décoratifs)에서 학위를 받았다. 1960년대 말부터 서정적인 추상 회화를 시작하여 검은색과 흰색을 사용하여 평면성을 추구하는 회화 작업을 했다. 1970년대 초반에 흑단색화 작업만을 소개하는 파리에서의 개인전이 한국에서도 화제가 되면서 작가는 한국의 단색조 회화 운동에 영향을 끼치며, 모노크롬 작업을 심화시켜 나갔다.

 

한편, 김기린은 갤러리현대, 우종미술관, 경기도미술관, 국제갤러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도쿄도립미술관, 도쿄센트럴미술관 등에서 전시를 가졌고, 대표작은 국립현대미술관, 대구미술관, 부산시립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우종미술관, 리움미술관, 파리시립현대미술관, 디종미술관 등 국내외 다양한 기관에 소장돼 있다.
전시는 갤러리현대에서 14일까지 계속된다.  


〈사진 =이화순, 갤러리현대 제공〉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마포주민지원협의체, '소각장 상고 포기·공동이용협약 체결' 협상 즉각 착수 요구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서울 마포 소각장 추가 건립을 두고 서울시와 마포구민 간 행정소송에서 마포구 측이 승소한 가운데, 마포주민지원협의체(위원장 백남환, 이하 협의체)가 서울시에 상고 포기와 운영 협약 체결을 요구했다. 23일 마포주민지원협의체는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가 계속해서 상고를 강행한다면 오는 3월 1일부터는 준법투쟁도 불사하겠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백남환 위원장(마포구의회 의장)은 회견문에서 "추가 소각장 입지 결정 고시가 위법하다는 법원의 1·2심 판결이 모두 주민 승소로 확정되었음에도, 서울시가 다시금 상고를 강행하는 것은 순리에 맞지 않는 일"이라며 "소각장 공동이용협약체결 협상부터 하나씩 정리해갈 것"을 강력히 요청했다. 공동이용협약은 서울시와 4개 자치구(용산·종로·중구·서대문), 그리고 마포구가 각각 폐기물 처리와 관련하여 맺은 협약으로, 4개 자치구의 폐기물을 마포구에서 처리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문제는 마포구 소재의 소각장을 이용한 쓰레기 처리임에도 정작 서울시는 마포구와의 공동이용협약을 체결하지 않은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협의체는 지난 9개월 동안 쓰레기 성상검사를 제대로 시행하기 위해 서울시 및 시

정치

더보기

경제

더보기
이재명 대통령 “다주택, 비거주 투자용 주택 보유 자유지만 정상화 책임 피할 수 없어”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이재명(사진) 대통령이 다주택을 유지하든, 비거주 투자용 주택을 보유하든, 평당 3억원씩 하는 초고가 주택을 보유하든 자유이지만 정상화에 따른 위험과 책임은 피할 수 없을 것임을 경고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24일 엑스(X·옛 트위터)에 글을 올려 “다주택을 유지하든, 비거주 투자용 주택을 보유하든, 평당 3억씩 하는 초고가 주택을 보유하든 자유이지만 비정상의 정상화에 따른 위험과 책임은 피할 수 없다”며 “부동산 정상화는 어려운 일이지만 계곡 불법시설 정비나 주식시장 정상화보다는 쉬운 일이다. 부동산투기 극복, 대한민국 정상화. 국민주권정부는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우리 국민은 부동산, 특히 수도권 아파트 시장이 비정상임은 알고 있고 이 비정상의 정상화를 지지한다”며 “권력은 규제, 세제, 금융, 공급 등 정상화를 위한 막강한 수단을 갖고 있다. 문제는 권력의 의사와 의지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은 21일에도 엑스에 글을 올려 “다주택자나 임대사업자가 집을 팔면 전월세 공급도 줄겠지만 그만큼 무주택자, 즉 전월세 수요도 줄어든다. 공급만큼 수요도 동시에 줄어드는데 전월세 공급축소만 부각하는 것은 이상하다”며 “오히려


문화

더보기
전시 ‘선 넘는 예술’ 개최... 예술교육 참여자 106명의 작품 200여 점 소개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중랑문화재단(이사장 조민구)은 3월 5일(목)부터 14일(토)까지 중랑아트센터에서 예술교육 결과공유전시 ‘선 넘는 예술’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지난 1년간 중랑아트센터의 성인 대상 예술교육 프로그램 ‘나대기 예술아카데미’의 성과를 공유하는 자리로, 중랑구 예술교육가 9명 및 교육 참여자 97명의 작품 200여 점을 선보인다. ‘나대기 예술아카데미’는 지역 예술교육가와의 협업을 통해 구민들이 예술을 일상 속에서 경험하고 창작으로 확장할 수 있도록 운영되고 있다. 교육 참여자들은 반복되는 일상에서 잠시 예술의 영역으로 건너가 자신을 돌아보고 표현하는 시간을 가졌으며, 이 과정에서 완성된 작품들은 각자의 속도로 ‘선을 넘은’ 경험의 기록으로 남았다. 중랑문화재단은 예술교육 분야의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고자 2023년부터 예술교육가 발굴·지원 사업을 추진해 왔으며, 이를 통해 지역예술인이 교육가로 자리 잡고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참여자 역시 단순한 수강생을 넘어 창작의 주체로서 전시에 참여하는 결과공유전시를 매년 이어오고 있다. 특히 2025년에는 기존 시각예술 중심의 교육에서 나아가 문학예술과 공연예술까지 교육 분야를 확장하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리더의 적극적 SNS 약인가 독인가
최근 대한민국 정치권의 뜨거운 화두로 등장한 것은 이재명 대통령의 이른바 ‘SNS 정치’다. 정책 현안이 발생하거나 특정 언론 보도가 나오면 대통령이 직접 실시간으로 메시지를 던지고, 이에 맞춰 청와대는 ‘6시간 신속 대응 체계’라는 전례 없는 기동 시스템을 구축했다. 하루 평균 4건에 달하는 대통령의 SNS를 통한 직접적인 메시지는 “정책관계자 대응이 오죽 느렸으면 대통령이 직접 메시지를 내겠냐”는 자성론과 함께 “정부 조직 전체가 대통령의 뜻을 알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의 메시지는 그 자체로 가장 강력한 정부 정책 수단 중 하나”라며, “공무원은 물론, 국민과 시장에 확실한 시그널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 관료 조직의 완만한 호흡을 깨뜨리는 파격적인 행보로 평가받는 이 대통령의 SNS 활용은 2025년 한 해 동안 엄청난 양의 트윗을 쏟아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사례와 비교될 만큼, 단순한 소통을 넘어 통치의 핵심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러한 ‘실시간 SNS 정치’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은 기대와 우려라는 두 갈래 길 위에 놓여 있다. 우선 긍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