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지난 9일 전북 군산시, 익산시, 충남 서천군, 충남 부여군 등에서 1시간 최대 강수량이 100㎜를 넘는 물폭탄으로 제방이 무너져 농경지가 물바다로 변하고 도심이 물에 잠기는 등 도내 곳곳이 극심한 피해를 보았다.
지난 10일 하루 동안의 누적 강우량이 익산 함라 411㎜ 군산 어청도 363㎜ 무주 덕유산 289.5㎜ 장수 248.5㎜ 등에 달했다. 지난주 도내 곳곳을 할퀸 수마로 인한 피해는 너무나 엄청났다.
특히, 군산 어청도에 시간당 146㎜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면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번 폭우로 군산과 익산, 완주 지역에서는 주택과 농경지가 물에 잠기고 주민들이 고립되는 등 극심한 피해를 보았다.
주택 침수 167곳 반파 1곳 총 168곳이 피해를 보았고 닭과 오리 한우 등 11만 5,330마리가 폐사했다. 도내 12개 시군에서 농작물 1,039ha의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또 도로유실 2건 도로사면 유실 4건 토사유출 14건 하천 제방 유실 9건 등 41건의 공공시설도 극심한 폭우 피해가 발생했다.
기후 위기가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세계가 기후변화에 따른 기상이변으로 인해 폭우와 폭염 홍수 대형산불 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제는 기상이변에 대비한 보다 강화된 재난 안전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별로 자연재해대책법인 ‘방재성능목표’를 정하고 있다.
‘방재성능목표’는 시간당 처리할 수 있는 강우량 목표로 도시 기반시설이나 방재설비의 설계 기준으로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
한 지역의 ‘방재성능목표’가 시간당 강우량 50㎜로 설정돼 있다면, 1시간 동안 50㎜의 비가 내려도 이 지역의 배수시설 등 방재시설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설계돼야 하는 것이다.
지자체들은 지역별 ‘방재성능목표’를 10년 단위로 수립해야 하고 5년마다 타당성 여부를 검토해 필요한 경우 목표를 변경해야 한다.
시간당 100㎜의 호우는 통상 50년에 한 번 찾아오는 것으로 드문 경우지만. 최근 예측할 수 없는 기후변화로 50년 빈도뿐 아니라 100년~200년 빈도의 호우도 자주 관측되고 있는 현실이다. 문제는 이런 기후 위기에 대한 인식의 안일함이 보인다는 점이다.
지난 9~10일 시간당 100㎜가 넘는 폭우가 쏟아진 지역들의 ‘방재성능목표’만 봐도 전부 강우 강도에 못 미치는 수준으로 수립돼있었다. 지자체들의 ‘방재성능목표’는 시간당 100㎜를 넘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대부분 지자체들의 방재성능 기준이 시간당 90㎜ 이하에 맞춰져 있다.
하수관로나 빗물펌프장 유수유출 저감시설 배수로 등의 용량이 모두 이 기준으로 설계되면서 기후변화에 따른 엄청난 폭우에는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없으며,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일례를 보면 전북 군산시의 ‘방재성능목표’는 1시간 강우 기준 78㎜로 설정돼 있는데, 전날 전북 군산시 어청도에서는 이의 두 배에 해당하는 시간당 146㎜의 비가 쏟아졌다.
전북 군산에서도 1시간 동안 군산 연 강수량 1,246㎜의 10%에 해당하는 131.7㎜의 비가 쏟아졌다.
충남 서천군의 ‘방재성능목표’도 1시간 강우 기준 84㎜로 설정돼있어 시간당 111.5㎜를 한참 밑돌았다. 결국 시간당 100㎜를 넘는 물폭탄이 쏟아졌지만, 해당 지역들의 ‘방재성능목표’는 90㎜를 넘지 않았다.
지자체들의 ‘방재성능목표’는 기후변화로 예기치 못한 극한 강도의 호우가 잦아지고 있고 이로 인한 극심한 침수 피해가 생기고 있는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15일 집중 호우로 대규모 피해가 발생한 충북 영동군, 충남 논산시·서천군, 전북 완주군, 경북 영양군 등 5개 지방자치단체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우선 선포됐지만, 기존 시설의 개선과 방재성능 목표 상향 조정도 무엇보다 시급하다. ‘방재성능목표’ 상향은 투자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지자체장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