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지난해 대입을 치른 자연계열 내신 및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1등급대 학생들 과반수 이상이 의대 등 '의약학 계열'에 진학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런 과도한 쏠림이 의대 증원과 맞물린 이번 입시에서도 나타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지난 28일 종로학원이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대입정보포털 '대학어디가'에 각 대학이 공개한 2024학년도 수시 전형 최종 등록자 70%컷 점수를 분석한 결과, 합격선이 내신 1.06등급 이내에 해당하는 자연계열 학과는 모두 의약학계열이었다. 이들 학과의 전체 모집인원은 총 125명이었다.
고교 1학년~3학년 1학기 내신 성적의 평균이 1.06등급 이내인 최상위 125명이 전부 의약학계열을 택했다는 이야기다. 의대가 93명(74.4%)였고 ▲약대 25명(20.0%) ▲수의대 4명(3.2%) ▲한의대 3명(2.4%) 순이었다.
학원이 비슷한 방식으로 추계한 결과, 2024학년도 입시에서 합격선이 내신 1.23등급 이내인 누적 1246명 중 1137명(91.3%)은 의약학계열에 등록했다. 나머지 109명(8.7%)은 공대 등 자연계 일반학과에 합격했다.
내신 1.38등급 이내로 내려가면 의약학계열이 80.5%, 자연계 일반학과가 19.5%로 차츰 일반학과 비율이 늘어난다. 내신 1.57등급 이내는 의약학계열 70.4%, 내신 1.72등급 이내의 경우 의약학계열이 60.6%였다.
수능 성적을 위주로 평가하는 정시에서도 마찬가지 경향이 나타났다. 국어·수학·탐구 백분위 점수가 평균 98.62점(상위 1.38%)인 488명은 모두 의약학계열에 등록했다. 3개 전 영역 1등급(상위 누적 4%, 백분위 96.0점)인 2617명 중에선 75.7%가 의약학계열이었다.
이번 분석은 종로학원이 각 대학이 공개한 모집단위별 최종등록자 70%컷(100등 중 70등의 점수)을 전수 조사한 후, 학과(전공)별 모집인원을 바탕으로 상위권 수험생의 진학 경향을 추정한 것이다.
자연계열 최상위권 수험생이 의약학 계열을 선호한다는 분석은 어제 오늘 나온 게 아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미적분을 가르치는 과도한 '초등 의대반' 문제도 계속돼 교육부가 합동 점검에 나서기도 한 상황이다.
이번 분석은 의대와 약대, 수의대와 한의대, 치의대 등 의약학 계열 합격선이 그만큼 높다는 뜻이기도 하다.
오는 9월9일 원서 접수가 시작되는 2025학년도 입시에서는 의대 모집인원이 크게 늘어나 합격선 하락이 예상되고 있다. 그만큼 의대에 지원하는 최상위권이 늘어나고, 약대 등 다른 메디컬 계열과 주요 대학 자연계열 순으로 합격선이 연쇄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의대 모집인원이 늘어난 이번 입시에선 최상위권 구간에 있는 학생들의 의약학계열 집중 현상이 매우 강도 높게 나타날 수 있는 구도"라며 "의약학계열 합격 점수보다 자연계 일반학과 합격점수가 더 크게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