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이용만 기자] 7월 29일 오전 9시, 서울아산병원 응급실 의료진이 한사랑장애영아원에 모였다. 의료진은 7~11세 아동들이 속해 있는 ‘햇살이집’으로 찾아가, 환한 미소로 봉사자들을 반기는 장애아동들을 만났다. 의료진의 손을 꼭 잡고 함께 놀이 체험장으로 향하는 길. 아이들의 얼굴에서는 설렘이 묻어났다. 체험장에 도착한 아이들은 의료진과 함께 장난감을 갖고 놀기도 하고 더위를 피해 물놀이도 하며 모처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서울아산병원 응급실 직원들이 2023년 8월부터 매달 경기도 광주시에 위치한 한사랑장애영아원에 거주하는 장애아동들의 식사와 놀이 등 일상생활을 돕는 봉사활동을 펼치며 귀감이 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응급의학과 의사, 간호사 등 의료진이 자체적으로 시작한 봉사활동은 2019년에 처음 시작되었지만 곧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중단되었고, 2023년 8월 재개된 후 1년 가까이 횟수가 거듭되면서 응급실 밖으로 소식이 알려졌다.
지난 한 해 동안 한사랑장애영아원을 찾은 서울아산병원 응급실 의료진은 70여 명.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이 운영하는 한사랑장애영아원은 장애영유아들에게 안정된 주거공간을 제공하며 재활치료, 통합교육 등 개인별 맞춤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매달 봉사 참여 인원은 영아원에서 외부활동에 참여하는 아이들 수에 맞추어 일대일로 매칭돼 결정된다. 어린이날 등 큰 행사가 있을 땐 10여 명씩 단체로 다녀왔으며 인원수가 적게 필요한 때에는 3~4명씩 참여하며, 때로는 이모, 삼촌이 되어 아이들과 눈을 맞추고 손을 잡아주며 온기를 나눴다.
스케줄 근무로 평일 오전시간 활용이 가능한 의료진이 삼삼오오 모여 시작한 봉사활동이었지만, 1년간 이어오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응급실의 특성상 밤샘 당직 근무 후 봉사에 참여하는 전공의도 있었고, 낮에 봉사활동에 갔다가 저녁에 바로 출근하는 스케줄 근무자들도 있었지만 봉사활동을 통해 의료인의 사명감과 초심을 잊지 않을 수 있어 지속할 수 있었다.
응급실 의료진은 봉사활동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많이 사용하는 물티슈, 의복 등 100만원 상당의 물품을 서울아산병원 응급실 이름으로 전달하기도 했다.
채보라 서울아산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체력적으로 힘에 부칠 때도 있지만 응급실에서 근무하며 어쩔 수 없이 맞닥뜨리는 죽음과 중증 환자를 치료하며 생긴 지친 마음을 봉사활동으로 치유할 수 있었다”며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소감을 전했다.
김원영 서울아산병원 응급실장은 “소수의 의료진이 자발적으로 시작한 봉사활동이 현재는 응급의학과 및 응급실 전체의 월례 행사처럼 발전했다. 사회에 작은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을 하겠다는 직원들의 진심이 다른 의료진에게도 귀감이 된다”라며 응원을 전했다.
서울아산병원 직원들의 봉사활동은 응급실 의료진 외에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는 우간다와 키르기스스탄에서 해외 의료봉사를 진행했고, 의료취약계층 대상의 국내 의료봉사 26회, 부서단위 봉사활동 76회를 시행하며 24개 부서 600여 명의 직원들이 어려운 시기에도 봉사의 끈을 이어오고 있다.
직원들의 급여 끝전을 모아 후원하는 모아사랑 기금은 2012년 시작돼 현재까지 진행 중이다. 이 후원금으로 송파·강동구 내 취약계층 어르신을 위한 식료품 나눔봉사, 강동구 내 보호종료아동 자립지원금 전달, 풍납종합사회복지관의 장애아동 지원 등 지역사회 및 사회소외계층과 상생하는 ESG경영을 실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