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철우 기자]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 논의가 난항에 빠지면서 추석 명절 전 출범이 사실상 물 건너가는 모습니다. 당정과 의료계간, 여야간 이견이 복합적으로 중첩되면서 절충점 찾기가 더 어려워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추석 연휴를 이틀 앞둔 12일 의료계와 야당에 참여를 설득하는 등 성사에 힘을 쏟았지만, 2005년도 의대 증원 조정, 참여 의료단체 대표성, 대통령 사과 및 책임자 경질 두고 정부와 의료계, 야당의 입장이 서로 엇갈리면서 협의체 구성에 진척이 없는 상태다.
국민의힘은 현실적으로 시간이 촉박한 상황에서 일단 참여 의사를 밝힌 곳만 모이는 '개문발차'라도 불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부는 의료계의 요구 조건인 2025년도 의대 증원 백지화에 반대 입장이 확고하고, 야당은 일부 의료계 단체만 참여하는 '개문발차'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12일 경기 안성시 농협안성농식품물류센터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정말 협의체를 운영할 생각이 있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지난 4일 박찬대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의료대란 해결을 위한 해법으로 '여야의정 비상협의체'를 제안했음에도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 대표는 같은날 국회에서 열린 지역·필수의료 체계 개선을 위한 당정협의회에서도 민주당을 향해 "조건 걸지 말고 출발에 함께해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그는 "막상 출범하려고 하니 대한의사협회(의협)가 꼭 들어와야 한다는 식으로 말한다"며 "그렇게 전제조건을 걸었을 때 여야의정 협의체가 출발도 못 하고 흐지부지 될 것을 알고 있지 않나"라고 했다.
한 대표는 추석 연휴 전 여야의정 협의체가 출발해야 한다고 연일 촉구하고 있다. 의료단체들과 야당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2025학년도 의대 정원 증원 조정을 포함해 의제 제한 없이 여야의정 협의체에서 논의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그는 의대생과 전공의, 개원의, 교수, 경영자 등 직역별로 이해가 엇갈려 의료단체들의 단일 행보를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참여 의사를 밝힌 의료단체와 일단 여야의정 협의체를 출범한 뒤 추가 참여를 기다리자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은 의협 등 대표성 있는 의료단체의 참여 없는 여야의정 협의체 발족은 무의미하다며 추석 전 개문발차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민주당은 2025학년도 의대 증원 관련 입장 표명, 윤 대통령 사과, 보건복지부 장·차관 파면 등도 요구하고 있다.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12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한 대표의 추석 전 출범 요구에 대해 "의료대란 해소 대책의 핵심은 현장을 떠난 의사들의 복귀"라며 "명실상부한 의료계 대표의 참여가 없는 '식물 협의체' 발족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강유정 원내대변인도 정책조정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실질적으로 영향력을 가진 의료단체가 들어와야 이 갈등이 해소된다"며 "최소한 의협이나 대표성 가진 단체들이 들어오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주민 국회 보건복지위원장 겸 민주당 의료대란대책특위 위원장은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대위와의 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현재로서는 의료공백을 해결하고 의료대란을 정상화할 수 있는 단체들이 (협의체에) 들어와야 한다. 개문발차가 능사인가"라고 했다.
의료계 측은 '2025년 의대 증원 백지화'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협의에 나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와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협의회가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 의사를 밝혔다고 공개 했지만 두 단체는 참여를 부인하는 입장문을 내놓기도 했다.
이처럼 국민의힘은 '개문발차'라도 불사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각 이해 주체들이 엇갈린 주장을 하면서 여야의정 협의체는 출범 자체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한 국민의힘 대표 측 관계자는 "이견이 많고 어려움 문제이지만 어떻게 보면 해법은 단순하다"며 "우선 협의체를 출범해 대화 테이블에 앉는 것이 중요하다. 어떻게든 협의체 문을 열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