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철우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2일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나 의료공백 사태 등 정국 현안과 관련 의견을 나눴다. 전날 중앙대 명예교수인 이상돈 전 의원과의 오찬에 이은 외연 확장 행보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6시부터 2시간 가량 광화문 인근 식당에서 김 전 위원장을 비공개로 만나 저녁을 함께했다. 이날 회동은 김 전 위원장이 다쳤다는 소식을 들은 이 대표가 안부 인사를 전하며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배석자 없이 만났다.
이 대표는 "대표님 뵈러 온다니까 언론들이 관심을 많이 가진다. 인기가 여전하신 것 같다"며 인사를 건넸다.
이어 김 전 위원장의 부상을 우려하며 "그때 (이마가) 많이 찢어지셨다고 들었는데 건강은 괜찮으시냐"고 물었다.
김 전 위원장은 "마음이 편하면 건강해지는 것"이라며 "쓸데없는 욕심을 안 가지면 신경 쓸 게 없다"고 답했다. 또 이 대표를 향해 "얼굴이 좋다" "여러 난관을 겪으면서 성공하셨다"고 덕담을 건넸다.
그러자 이 대표는 "욕심이 없는 것도 중요한데, 걱정도 없어야 한다"며 정부·여당의 국정 운영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이에 김 전 위원장은 "걱정될 일은 많지만 억지로 해결할 수 없다"며 "성급하게 한다고 되는 일은 없다. 순리에 맞게 지나가게 내버려두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두 사람은 회동을 마친 후에는 별다른 언급 없이 자리를 떴다.
정치권에서는 두 사람이 최대 현안인 의료대란 문제를 놓고 의견을 나눴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은 직접 '응급실 뺑뺑이'를 겪었다며 의료공백 사태에 대한 정부의 대응을 질타한 바 있다. 또 의료개혁과 관련해 "대통령이 한 발 뒤로 물러서야 한다. 앞으로 의료 전반에 대해서 새롭게 대화를 시작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김 전 위원장이 '경제 민주화'를 강조해온 만큼 '먹사니즘'을 내세운 이 대표가 민생·경제 분야에 대해서도 조언을 구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 전 위원장은 보수 진영과 진보 진영을 아우르며 선거를 진두지휘한 경험이 있는 대표적인 중도층 인사로 꼽힌다. 두 사람은 김 전 위원장이 민주당 비대위원장을 지냈을 때부터 알고 지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는 전날에는 이상돈 전 의원을 만나 1시간가량 오찬을 했다. 이 대표가 먼저 요청한 자리로 역시 배석자 없이 진행됐다.
이 전 의원은 국민의힘의 전신인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 출신으로 국민의당에서 선거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 최고위원 등을 지냈다.
두 사람은 의료대란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 여러 정국 현안을 두고 폭넓게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 측은 "대표 취임 인사를 겸해서 정국 상황에 대한 의견을 경청하고 조언을 구하고 있다"며 "향후 재계, 종교계, 시민사회 등 사회 각 분야 인사들과 만남을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8·18 전당대회 경쟁자였던 김두관 전 의원과도 추석 전후로 만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