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정부가 특성화고교에 올해부터 5년간 최대 45억 원을 지원하는 ‘파격’ 지원에 나서면서 특성화고에도 혁신의 바람이 불고 있다. 정부가 특성화고에 큰 금액을 지원하는 것은 최초이다. 지방자치단체와 교육 당국이 협약을 맺고 지역 특화 산업에 필요한 고졸 인재를 양성하는 ‘협약형 특성화고’ 10개교가 처음 지정됐다.
협약형 특성화고 10곳 첫 지정
협약형 특성화고는 지자체·시도교육청·산업체·특성화고 컨소시엄이 상호 간 협약을 바탕으로 지역 산업에 특화한 직업계고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자율학교를 말한다. 지난 5월 20일 교육부는 첫 번째 협약형 특성화고 공모 평가 결과 9개 시도의 총 10개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선정 결과 인천에서만 인천반도체고(반도체 분야 특화)·정석항공과학고(항공) 2개교가 선정돼 가장 많이 뽑혔고, 다른 8개 시도에선 1개교씩 선정됐다.
지역별로 ▲서울 용산철도고(철도) ▲대전 충남기계공고(방산) ▲강원 생명과학고(관광농업) ▲충남 천안여상(기업SW) ▲전북 한국치즈과학고(치즈·바이오) ▲경북 포항흥해공고(이차전지) ▲경남 해양과학고(어선 해기사) ▲제주 한림공고(항공우주) 등이 뽑혔다.
15개 광역시도에서 37개교가 공모에 지원했으며, 당초 교육부는 10개교 안팎을 선정할 방침이었다. 선정된 학교는 내년부터 협약형 특성화고로 전환된다.
교육부는 협약형 특성화고가 선도 모델로 자리 잡도록 자문과 성과관리를 실시하고, 앞으로 5년 동안 학교 1곳당 최대 45억 원의 특별교부금을 지원할 방침이다.
아울러, 교육과정 운영의 자율성을 부여하고 관련 지침 등 규제를 개선하는 한편, 오는 2027년까지 협약형 특성화고를 누적 35개교까지 지정해 나갈 예정이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역이 함께 디자인하는 학교 모델인 협약형 특성화고 도입을 통해 지역 내 산학이 융합되는 계기가 마련되길 희망한다”며 “취업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역 내에서 후 학습을 통해 지속 성장하고 정주할 수 있도록 교육부에서도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한국의 중등 단계 직업교육 관심이 낮은 이유 중 하나는 직업계고에 대한 편견이 원인으로 들 수 있다. 한국의 중등 단계 직업교육 참여율은 지난 2022년 기준 1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37%)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교육부는 협약형 특성화고가 성공 사례를 많이 만들면 직업계고에 대한 인식 개선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협약형 특성화고, 직업계고 ‘인식 개선’ 목표
지난 1일 교육부에 따르면 현재 고교 직업교육은 ▲마이스터고 ▲특성화고 ▲일반고 직업반으로 나뉜다. 기술 장인을 육성하는 마이스터고는 사회적 인식도 좋고 제도도 비교적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특성화고에 대해 잘 알지 못해서 생기는 편견도 여전히 존재하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전국 462곳인 특성화고는 ‘공부에 관심 없는 아이들이 가는 곳’, ‘특성화고에 가면 대학에 가지 못한다’는 등의 편견이 있다.
교육부는 학생의 다양한 적성과 진로 선택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고교단계 직업교육이 활성화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내년부터 본격 시작되는 협약형 특성화고 사업은 이런 인식 개선의 마중물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2027년까지 협약형 특성화고 35개교와 마이스터고 65개교를 육성하는 ‘현장이 원하는 학교 100개’ 사업을 통해 직업계고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전체 직업계고 경쟁력을 높이는 선순환 환경을 조성한다는 목표다.
학교와 각 기관은 공모에서 제출한 계획대로 전략 산업과 연계되는 분야를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개편하고, 학생의 지역 취업률 및 정주율 제고에 나설 예정이다.
기업과 대학, 연구소 등 유관기관이 인재상 설정부터 산학융합 중심의 교육과정 개편 및 운영까지 공동으로 참여한다. 특히 기업은 현장실습과 채용을, 대학은 심화 및 연계 교육과정, 후진학 트랙 운영 등을 맡는다.
관할 시도교육청은 자율학교 지정과 교장 공모제 추진, 교사 충원과 산학겸임교사 활용, 재정 투자를 통해 안정적이고 자율적인 학교 운영을 지원한다.
지자체는 취업 지원과 함께 지역 내의 다양한 청년 정책 사업과 연계하여 학생의 정주를 도울 계획이다.
나아가 교육청과 지자체, 기업과 각 기관은 협약형 특성화고 관련 조례 제·개정 및 정부가 지정하는 ‘교육발전특구’와 연계한 위원회 구성 등도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정부가 최초로 특성화고에 큰 금액을 지원과 혁신적인 변화에 특성화고에서는 크게 반기며 기대하고 있다.
일반고보다 선호도가 떨어져 학령인구 감소에 생존 위협이 컸던 특성화고도, 전통산업 위주에서 신산업 위주로 교육과정 개편을 고민하던 특성화고도 모두 환영하고 있다.
최창익 교육부 평생직업교육정책관은 “협약형 특성화고에서 학생들이 취업과 연결된 실용적인 교육을 받고, 좋은 기업으로 취업하는 사례가 늘면 직업계고에 대한 편견도 불식될 수 있을 것”이라며 “대학에 가지 않아도 좋은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정부가 제도적 발판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최 국장은 “지역 맞춤 교육, 지역 취업 연계를 통해 특성화고 졸업생의 정주율이 올라갈 것"이라며, 대졸자보다 특성화고 졸업자들이 (지역) 정주율이 높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