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4.12.11 (수)

  • 흐림동두천 -0.5℃
  • 흐림강릉 5.3℃
  • 흐림서울 3.1℃
  • 흐림대전 1.4℃
  • 맑음대구 1.1℃
  • 맑음울산 3.0℃
  • 구름많음광주 3.2℃
  • 맑음부산 5.7℃
  • 구름조금고창 -0.3℃
  • 구름많음제주 8.4℃
  • 흐림강화 0.3℃
  • 흐림보은 -1.3℃
  • 구름조금금산 -0.9℃
  • 흐림강진군 1.1℃
  • 맑음경주시 -1.7℃
  • 맑음거제 1.5℃
기상청 제공

박성태 직론직설

【박성태 칼럼】 주 4일 근무가 아니라 주 6일, 밤샘근무도 모자란 반도체업계

URL복사

임금 삭감 없이 전체 노동자의 51%가 주 4일제 근무를 하는데도 오히려 생산성이 향상된 아이슬란드 모델의 경제적 효과가 주목받으면서 국내에서도 주 4일제 근무가 관심을 끌고 있다. 아이슬란드에서는 지난 2015년과 2019년 두 차례에 걸쳐 공공 부문 근로자들의 노동시간을 기존 주 40시간에서 임금 삭감 없이 35~36시간으로 축소하는 대규모 근로시간 단축 실험을 실시했다. 해당 실험을 통해 대부분 사업장에서 생산성은 동일하거나 개선된 동시에 근로자들의 삶의 질이 비약적으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를 토대로 현재의 광범위한 근로시간 단축제가 산업 전반에 도입됐다. 아이슬란드를 제외하고도 세계 곳곳에서 주 4일제 실험이 진행 중이다. 


국내에서도 포스코그룹이 격주로 주 4일 근무(임원 주 5일 근무)를 실험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모든 산업 분야에 획일적으로 적용한 ‘주 52시간’ 근로제가 기술 패권 경쟁이 치열한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어 더 이상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특정 직군의 근로시간 규제를 면제하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고연봉 관리·전문직 근로시간 규제 적용 제외) 제도를 반도체 연구개발 분야에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경쟁 기업들은 한국처럼 경직적인 근로 시간 규제의 적용을 받지 않고 기술 개발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대만은 노동 유연성을 막는 경직적인 근무제도가 없다. 대만은 주 40시간제를 채택했지만, 노사가 합의하면 하루 근무를 8시간에서 12시간까지 늘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기업인 대만 TSMC의 연구개발팀이 하루 24시간, 주 7일간 가동되는 이유다. 초과근무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시스템 덕분에 TSMC는 바쁠 때는 연구개발(R&D) 팀을 2교대로 돌린다. TSMC 창업자인 모리스 창은 “TSMC 연구원은 새벽에 출근한 뒤 다음날 아침에 돌아가고, 오후에 다시 회사로 나온다. 가족도 전혀 문제 삼지 않는다”고 말한다.


세계적 AI반도체 1위 기업인 미국의 엔비디아의 R&D팀들도 종종 새벽 2시까지 주 7일을 근무하고 있다고 한다. 애플도 아이폰 개발팀을 격년 주기로 돌리며 제품을 한창 개발하는 1년 6개월은 강도 높게, 시제품을 검증하는 6개월은 여유를 두고 근무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미국이 연봉 10만 7,432달러 이상 고소득자는 주 40시간제를 적용하지 않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제도를 운용하고 있어서다. 일본도 연소득 1,075만 엔 이상 고소득 전문직은 근로시간을 규제하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반도체 기업을 비롯한 산업계는 R&D 인력만이라도 세계에서 가장 경직적인 주 52시간 근무 규제 대상에서 빼달라고 요청해 왔다. 하지만 정부 여당은 ‘반도체 특별법’을 추진하면서도 반도체 업계의 숙원인 ‘주 52시간제 유연화’는 포함시키지 않은 채로 관계 부처 등과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주 52시간제 예외를 도입하면 야당과 노동계 반발로 특별법 추진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한다.
한국 반도체 산업만 ‘주 52시간’의 족쇄를 차고 글로벌 반도체기업과의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 4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SK AI 서밋 2024’에 영상으로 참여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최태원 SK그룹 회장에게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인 HBM4의 출시 일정을 6개월 앞당겨달라고 요구해 최 회장은 “최대한 해보겠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30년 세계 1위’를 지켜온 삼성전자도 지난 5년 동안 삼성 D램 개발의 실패를 인정하고, D램 설계부터 사실상 다시 시작하겠다고 선언하고 나섰다. 엔비디아와 HBM납품 독점계약을 맺은 SK하이닉스와 반도체 업계 양대산맥인 삼성전자도 ‘5년 허송세월’을 반성하며 전면쇄신을 선언하고 나선 만큼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을 적용해야 할 시점이다.


우리 경제에서 반도체산업이 주력산업인 만큼 반도체업체가 살아야 한국경제가 살아난다는 것은 ‘불문가지(不問可知)’이다. 삼성전자 주가가 1년 새 15% 이상 하락하며 ‘5만 전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이는 특정기업의 주가하락이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시그널이기 때문에 심각하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한미반도체 등 국내 반도체 업계의 주가는 모두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이들 기업의 주가회복은 우리 반도체 업계의 경쟁력이 되살아난다는 방증이다.
지금이라도 ‘화이트 칼라 이그젬션’을 적용해 우리 반도체 업계 R&D팀들이 밤샘근무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글쓴이=시사뉴스 박성태 대기자

 

 

 

 

 

 

 

 

 

 

 

연세대학교 졸업 행정학  박사   

전 파이낸셜뉴스 편집국 국장  

전 한국대학신문 대표이사 발행인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12·3 계엄사태 후 신임 진화위원장 임명 논란...野 '인사청문회법' 발의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박선영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신임 위원장을 임명해 논란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야당에서 진실화해위원장 인사청문회를 도입하자는 법안을 발의됐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0일 진실화해위원장 임명 시 국회의 인사청문회를 거치도록 하는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기본법 ▲국회법 ▲인사청문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현행법상 진실·화해위원장은 대통령이 장관급 인사로 자유롭게 임명할 수 있어 전문성과 중립성에 대한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지난 2022년 12월 임명된 김광동 전임 위원장은 제주 4·3 사건과 5·18 민주화 운동 폄훼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고, 최근 국정감사에서도 "5·18에 북한이 개입했을 가능성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다. 박 위원장은 또 유튜브 영상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의 독재를 옹호하는 발언도 했다. 그는 같은 영상에서 “독재 안 했다고 할 수 없다. 유신도 했고. 그런데 왜 했느냐가 중요한 것”이라며 “나라가 달라져야겠다, 제대로 된 국가가 들어서야겠다는 목표가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한 의원은 "진실·화해위

정치

더보기


사회

더보기

문화

더보기
바로크 음악 전문단체 바로크 콘체르토 서울 체임버 오케스트라 송년음악회 개최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매년 12월 바로크 음악의 진수를 보여주며 잊을 수 없는 감동의 선율을 선사하는 바로크 콘체르토 서울의 송년음악회가 올해도 어김없이 관객들을 찾아온다. 바로크 음악 전문단체 바로크 콘체르토 서울은 오는 12월 14일 오후 2시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체임버 오케스트라 송년음악회 ‘콘체르토 & 메시아(Concerto & Messiah)’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2019년부터 이어온 바로크 콘체르토 서울의 송년음악회는 12월 놓칠 수 없는 공연으로 자리 잡으며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 속에 매해 높은 예매율을 기록하고 있다. 올해도 바로크 음악과 함께 행복한 연말 분위기를 한층 느낄 수 있는 친숙한 레퍼토리로 프로그램을 구성해 저물어 가는 2024년을 바로크 음악과 함께 의미 있게 마무리하는 시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송년음악회 1부는 바흐 작품들을 주제로 관객들에게 이야기를 전달하듯 스토리 텔링 형식으로 진행된다. 바흐의 칸타타 146번,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5번, 하프시코드 협주곡 1번을 바로크 비올라로 재해석해 드라마틱하고 진취적인 콘체르토의 정수를 펼친다. 또한 바로크 음악을 대표하는 명곡들과 함께 즐거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욕받이 회장들’ 계엄 선포, 해제 보고 느끼는 것 없나
조직 내부의 반대와 국민적인 비판 여론에도 불구하고 회장 연임 선거에 굳이 나서려는 이기흥 대한체육회장과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세칭 이들 ‘국민 욕받이 회장’들은 지난 3일 밤부터 4일 새벽사이에 일어난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를 지켜보며 느끼는 것이 없는지 묻고 싶다. 한마디로 국민 여론과 정서를 무시하고 마이웨이, 독고다이식 행보가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똑똑히 목도하고서도 계속 회장 연임 선거에 나설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답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기흥 회장은 3선 도전의 1차 관문인 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 연임 승인을 받았고, 4선 도전을 선언한 정몽규 회장은 스포츠공정위 심사를 앞두고 있다. 이 회장은 직원 채용 비리와 금품 수수 등 비위 혐의로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회장 직무 정지를 당하고 수사 대상에 올라있고 체육회 노동조합을 비롯한 체육회 내외 인사들의 출마 반대 성명까지 나왔다. 정 회장 역시 불투명한 협회 운영과 절차를 무시한 대표팀 감독 선임 논란 등으로 문체부로부터 ‘자격 정지 이상의 중징계’를 요구받았고, 축구계 인사들의 퇴진 압박과 노조의 연임 반대 요구를 받고 있다. 두 사람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장에 불려 나와 여야 국회의원들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