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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는 677.4조 ‘예산 쟁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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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뉴스 김철우 기자] 국회에서는 지금 677조가 넘는 2025년 예산안 심의가 한창이다. 앞서 정부는 전년 대비 3.2% 증가한 677.4조 규모의 2025년 총지출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코로나19 재난지원금이 사라진 2023년을 제외하고 최근 10년 중 가장 낮은 수준의 사실상 긴축 예산이다. 내년 재정 적자 규모는 77.7조로 정부 재정을 나타내는 지표인 관리재정수지 목표 –3%는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여당은 어려운 재정여건 하에서 건전재정기조를 확립하고 민생과 미래 대비를 위해 충실히 투자했다고 평가했다. 반면, 야당은 대규모 세수결손이 반복되고 있으나, 정부 대책이 미흡해 지방자치단체의 부담이 가중되고, 긴축재정 기조로 인해 저출생, 무상보육 등 민생예산의 상당 부분이 축소되었다고 비판해 진통이 불가피해 보인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지난 18일부터 예산안조정소위원회를 열어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세부 심의에 돌입했다. 예결위 예산조정소위는 국회 예산심사의 ‘최종 관문’으로, 사업별 예산의 감액·증액을 결정한다. 국회 17개 상임위원회 예비 심사가 완료된 순으로 예산안조정소위에서 감액·증액 심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예비 심사가 진행 중인 각 상임위에서는 권력·사정기관 특수활동비와 정부 예비비를 비롯해 민주당이 증액을 요구하는 지역사랑상품권 예산 등 쟁점 예산을 놓고 본격적인 힘겨루기가 펼쳐지고 있다.

 

법사위에서는 야당 단독으로 법무부가 제출한 검찰 특경비와 특활비 506억 9,100만 원, 80억 900만 원을 전액 삭감했다. 내역 자료를 제출하지 않으면 전액 삭감하겠다는 방침을 여러 차례 밝혔지만, 법무부가 관련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이후 서울중앙지검 등 6개 검찰청이 지난해 8월 사용한 특경비 내역을 국회에 제출했으나, 이를 토대로 향후 예결위 심사 과정에서 예산 증액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과방위에서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인건비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지원 예산이 대폭 삭감됐다. 야당은 방통위가 위법적으로 2인 체제를 유지하고 있고 공석인 상임위원 3명이 언제 임명될지도 알 수 없는데도 불필요한 예산이 과다 측정됐다는 이유를 들었다.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이 제기된 용산어린이정원 과학기술체험관 운영 예산 7억 4,000만 원, 바이오·의료 기술개발 예산 중 정신건강 관리 과제 50억원도 전액 삭감됐다. 행안위에서는 경찰청 특수활동비 31억 6,000만 원을 전액 삭감했다. 특수활동비 사용처 관리가 엄격하지 않고, 사용내역을 요청했지만 제출되지 않았다는 게 삭감 이유다. 대신 ‘이재명표 예산’으로 불리는 지역화폐 발행지원 예산 2조 원을 반영했다.

 

대통령실 특수활동비도 전액 삭감됐다. 운영위는 대통령비서실·국가안보실의 특수활동비 82억 5,100만 원을 전액 삭감했고, 특정업무경비 1억 5,000만 원도 일부 삭감했다. 경호처 특수활동비 예산은 정부 원안 82억 5,400만 원을 유지하되, 특정업무경비만 5,000만 원 감액됐다. 그렇다고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 규모가 준건 아니다. 지난 21일 기준 국회 17개 상임위 중 소관 부처 예산안을 전체 또는 일부 의결한 14곳의 예비 심사 결과 정부 제출 예산안보다 14조 원 넘게 순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순증 규모는 보건복지위원 회(약 2조 9,000억 원), 행정안전위원회(2조 6,000억 원),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약 2조 4,000억 원) 등에서 컸다. 국토교통·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각 1조 4,000억 원을 증액했고,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도 1조 원가량 늘렸다.

 

재량지출 0.8% 최근 10년 최저... 세수 줄면서 민생·복지 예산 축소

 

국회 심의과정에서의 진통과는 별개로 정부가 제출한 2025년 예산안과 관련해 우려의 시선도 있다. 큰 폭의 세수결손으로 상징되는 국세수입 감소 원인에 큰 규모의 감세정책에 있음에도 정부가 건전재정을 예산 기조로 밝혔기 때문이다. 감세와 건전재정 두 마리 토끼는 잡을 수 없다는 것이다. 나라살림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법률에 따라 지출 규모가 결정되는 법정의무지출을 제외하고 정부가 재량으로 편성하는 재량지출은 겨우 0.8%만이 증액됐다. 재량지출 예산은 311.8조 원으로, 2023년을 제외하고 최근 10년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GDP 대비 관리재정 수지(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성 기금 수입을 제외한 것)도 -2.9%로 재정준칙은 지켰으나 이는 출자금, 융자금 등 자본적 지출을 줄여 실질적 재정건전성을 위하는 것이 아니라 재정건전성 통계 지표만 관리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를 약속하면서 관련 예산은 오히려 줄었다는 분석도 있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공공임대주택 공급계획이 3.7만 호 증가했는데 관련 예산은 2.5조 원 삭감됐다. 지난 2022년과 비교하면 무려 6.9조 원이 감소했다. 또, 기초생활보장 대상자를 선정하는 데 활용되는 기준중위소득을 역대 최고로 인상했다고 정부는 밝혔지만 실제로는 기본증가율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기준중위소득은 3년 치 가계금융복지조사 자료를 토대로 증가율이 정해지는데 중앙생활보장위원회가 산출한 기본증가율은 7.81%인 것에 반해 정부의 인상률은 6.42%에 그쳤다.

 

이밖에도 저소득 가구 긴급복지 예산 84억 원 감축 등 세수가 줄어들면서 민생·복지 예산이 축소됐다는 평가가 있다. 여기다 정부의 세법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향후 5년간 19.5조 원의 세수가 감소할 것이라고 국회예산정책처는 전망했다. 나라살림연구소 이상민 수석연구위원은 “저출생 고령화, 복지수요 증대, 신기술 등 연구개발(R&D) 투자수요 증대, 지방시대 선언, 안보위기 등 국가의 재정 역할 확대가 요구되고 있다”면서 “국가가 재정역할을 확대하면서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지켜야 할 재정적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25년 재량지출 증가율을 0.8%로 제한하는 긴축적 예산안에도 재정건전성을 확보하지 못한 이유는 17조 원에 달하는 정부의 감세 조치 때문”이라며 “재정건전성과 감세는 동시에 잡을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향후 5년간 18조 원이 넘는 추가 감세 조치를 재고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정치쟁점 중심 예산심의... 예산 증액권 없는 구조적인 문제도

 

국회가 예산안 심의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정국이 격랑 속으로 빠져들면서 다음 달 2일 법정 처리 시한을 지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결국 정치적인 쟁점 중심으로 예산심의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변하는 것도 없고 변하지 않는 것도 없는 정치적인 이슈에 좌우되는 예산편성과 심의’라는 비판이 반복될 것이다. 여기에는 예산 편성과 심의 과정의 구조적인 문제도 지적된다. 예산과 관련해 국회의 권한이 약하다는 것이다. 우리 국회는 주요 선진국 중 예산편성권은 물론 증액권도 없는 거의 유일한 국가다. 보수적인 일본도 국회에서 감액한 만큼 증액하지만 우리 국회는 증액할 권한이 없다. 언론에서 보도하는 ‘국회 증액’은 국회의 증액 요청을 기재부가 받아준 것이다. 기재부가 동의하지 않으면 한 푼도 증액할 수 없다. 이런 구조에서 대부분이 지역구 의원인 국회의원들이 정부예산에 대해 감액을 적극적으로 하기는 어렵다. 여기에 진영 간 대립으로 정쟁이 일상화된 정치가 심도 깊은 심의를 어렵게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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