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철우 기자] 정형식(63·사법연수원 17기) 헌법재판관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의 주심을 맡을 것으로 전해졌다. 정 헌법재판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명한 재판관으로 보수 성향으로 분류돼 사건의 향방에 영향이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법재판소는 이날 무작위 전자배당을 통해 정 재판관을 주심으로 지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헌재 측은 정 재판관이 주심 재판관인지를 공식 확인하진 않았다.
서울고와 서울대 법대 공법학과를 졸업한 정 재판관은 지난 1985년 제27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법관의 길을 걸어왔다. 그는 수원지법 성남지원 판사를 시작으로 대법원 재판연구관, 수원지법 평택지원장을 지냈다.
또 대전·서울고법 부장판사와 서울회생법원장, 대전고법원장을 거쳐 지난 2023년 헌법재판소 재판관에 임명됐다. 그는 헌재 재판관 중 유일하게 윤 대통령이 직접 지명하고 임명한 재판관이다.
정 재판관은 온화하고 세밀한 성격에 법리 판단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통령실 또한 지난해 11월 그를 헌재 재판관으로 지명하면서 "지녀야 할 자질과 덕목, 법조계의 신망을 두루 갖추고 있어서 헌재 본연의 직무를 수행하는 재판관으로서 더 없는 적임자라고 판단된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정 재판관은 판사 시절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당시 부회장)의 항소심과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사건의 항소심 재판 등 형사사건을 다수 맡았다.
지난 2018년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위반 등의 혐의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이 회장에게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정 재판관은 국정농단의 주범이 박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인 만큼 이 회장 역시 박 전 대통령의 압박에 의한 '요구형 뇌물'이었다고 판단했다. 이에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정 재판관에 대한 특별감사를 요구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다만 대법원에서 정 법원장의 2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했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도 해당 판결에 대해 '법리 오해가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한 전 총리 불법 정치자금 수수 사건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항소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윤 대통령이 임명한 박선영 신임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이 정 재판관의 처형인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되기도 했다.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주심 비공개에 대해 "주심 비공개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상 결정문에 주심을 표시하지 않는다는 내규에 따른 조치였고, 이 사건에서 예외를 인정할 근거를 찾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변론준비기일은 수명재판관 2명이 공동으로 관여하고, 변론기일은 재판장 주재하에 재판관 전원의 평의에 따라 진행되므로 주심 재판관이 누구냐는 재판의 속도나 방향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헌재는 정 재판관과 함께 수명 재판관으로 이미선(54·26기) 헌법재판관을 공동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수명 재판관이란 재판에서 증거와 주장, 쟁점 등을 정리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이 재판관은 부산 학산여고와 부산대 법대를 졸업하고 서울지법·서울지법 북부지원·청주지법·수원지법·대전고법·대전지법 판사를 지냈다. 대법원 재판연구관 재직 시절 노동법 분야에 대한 연구를 하며 노동자의 법적 보호 강화 등 사회적 약자의 권리 보호를 위해 노력해 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법조계에 따르면 이번 사건과 관련해 주심이 결론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주심은 일반적으로 전속 연구부의 부장 1명, 헌법연구관 4명과 함께 사건의 쟁점을 정리·검토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대통령 탄핵처럼 큰 사건은 이 같은 역할을 대부분 별도의 태스크포스(TF)가 수행한다. 이번 윤 대통령 탄핵 사건도 10명 안팎의 연구관이 참여하는 TF가 꾸려졌다.
실제 변론이 열리면 심리를 진행하는 재판장은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맡는다. 변론 기일 지정도 재판장의 역할이다.
결국 윤 대통령 사건에서 주심 재판관의 역할은 사실상 문서 송부, 사실조회 신청 등 행정적인 업무를 담당하는 '주무' 재판관에 더 가까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문 권한대행은 이날 언론 공지에서 "주심 재판관이 누구냐는 재판의 속도나 방향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