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1909년, 하나의 목적을 위해 하얼빈으로 향하는 이들과 이를 쫓는 자들 사이의 추적과 의심을 그렸다. 〈내부자들〉, 〈남산의 부장들〉의 우민호 감독 신작이다. ‘제49회 토론토국제영화제’를 통해 전 세계에 첫 공개됐다.
몽골, 라트비아, 한국 3개국 로케이션
1908년 함경북도 신아산에서 안중근이 이끄는 독립군들은 일본군과의 전투에서 큰 승리를 거둔다. 대한의군 참모중장 안중근은 만국공법에 따라 전쟁포로인 일본인들을 풀어주게 되고, 이 사건으로 인해 독립군 사이에서는 안중근에 대한 의심과 함께 균열이 일기 시작한다. 1년 후, 블라디보스토크에는 안중근을 비롯해 우덕순, 김상현, 공부인, 최재형, 이창섭 등 빼앗긴 나라를 되찾기 위해 마음을 함께하는 이들이 모이게 된다. 이토 히로부미가 러시아와 협상을 위해 하얼빈으로 향한다는 소식을 접한 안중근과 독립군들은 하얼빈으로 향하고, 내부에서 새어 나간 이들의 작전 내용을 입수한 일본군들의 추격이 시작된다.
〈내부자들〉, 〈남산의 부장들〉, 〈서울의 봄〉을 제작한 ㈜하이브미디어코프가 〈내부자들〉, 〈남산의 부장들〉을 연출한 우민호 감독과 다시 한번 손잡았다.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서늘하고 위태로웠던 시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안중근이라는 인물에 대한 심리 드라마이자 그와 뜻을 함께한 동지들 사이의 진심과 의심을 우민호 감독의 색깔로 좇아가는 작품이다. 일본군의 추격 속에서 서로를 의지할 것인지 의심할 것인지 끊임없이 갈등하는 첩보전이기도 하다.
역사 속 실존 인물을 다루는 작품이 가지는 스토리와 캐릭터의 경직이라는 한계를 스타일리시한 액션과 스펙터클한 영상미로 이겨낸다. 〈하얼빈〉은 6개월에 걸쳐 몽골, 라트비아, 한국에서 촬영됐다. 제작진은 실제 독립군들이 활동한 중국, 러시아 지역을 가장 리얼하게 그려낼 수 있는 로케이션으로 만주와 지형이 닮은 몽골, 구소련의 건축양식이 남아있는 라트비아를 선택했다. 여기에 시대극 영화의 프로덕션들을 책임져온 베테랑 제작진들이 참여해 배경 디테일을 살렸다. 또한, 〈기생충〉, 〈설국열차〉, 〈곡성〉의 홍경표 촬영감독과 손을 잡아 촬영의 깊이감을 더했다. 메인 카메라는 ARRI ALEXA 65를 채택했다. TV에서는 프레임 구현이 되지 않는 영화 전용 카메라 ARRI ALEXA 65는 할리우드 영화로는 〈듄〉 시리즈,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 등이 이 카메라로 촬영됐다. 거대한 로케이션을 담을 드론팀으로 〈007 노 타임 투 다이〉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등에 참여한 XM2가 합류했다.
사운드에 있어서도 심혈을 기울였다. 안중근이 얼어붙은 호수를 건널 때에는 얼음 조각의 팽창과 수축 소리까지 담아내 인물의 심리에 몰입하게 만든다. 여기에 영화 전반의 분위기를 아우르는 음악은 영국 런던의 ‘애비로드 스튜디오’에서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녹음을 진행해 완성도를 높였다.
현빈, 박정민, 조우진 등 캐스팅
대한의군 참모중장 안중근 역할은 배우 현빈이 맡았다.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영화 〈공조2: 인터내셔날〉 등을 통해 흥행성을 입증한 스타이자 액션물에서 경험이 풍부한 현빈은 이번 영화에서 조국을 빼앗긴 시대를 살아가며 목숨을 건 작전에 나서야 하는 안중근의 내면을 표현함과 동시에 단련된 액션 연기를 펼쳐 보였다. 우직한 독립군 우덕순 역은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밀수〉, 〈전, 란〉 등에서 다양한 캐릭터 변신을 보여준 박정민이 소화했다. 우민호 감독의 영화 〈내부자들〉에서 강렬한 캐릭터로 많은 관객의 사랑을 받기 시작해 확고한 연기파 배우로 자리 잡은 조우진이 독립군 김상현 역을 맡아 안중근과 서로에 대한 의심의 끈을 놓지 않는 디테일한 연기로 몰입도를 높였다.
〈빈센조〉, 〈글리치〉, 〈거미집〉 등으로 알려진 전여빈이 기품 있고 강단 있는 독립군 공부인 역으로 새로운 매력을 선보인다. 안중근과 그의 동지들에게 독립운동의 근거지를 제공하는 인물 최재형 역에는 드라마 〈비밀의 숲〉, 〈이태원 클라쓰〉의 유재명 배우가 맡았다. 〈도깨비〉, 〈구미호뎐〉, 〈킬러들의 쇼핑몰〉의 이동욱이 조국의 독립을 위해 늘 신중한 독립군 이창섭 역에 캐스팅됐다. 〈한산: 용의 출현〉, 〈공조2: 인터내셔날〉, 〈서울의 봄〉, 〈노량: 죽음의 바다〉까지 많은 블록버스터에서 씬스틸러로 알려진 박훈이 일본군 육군소좌 모리 다쓰오 역을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