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올해 3월 고등학교에 입학할 학생부터 치를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부터 시험 시간이 20분 더 길어진다. 통합형으로 바뀌는 탐구는 문제가 10개 늘어나고 배점은 2단계(2·3점)에서 3단계(1.5·2·2.5점)로 촘촘하게 바뀐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탐구 영역의 문제 수가 늘고 배점이 세밀해져 대입 변별력이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은 이런 내용의 2028학년도 수능 시험 및 점수 체제를 20일 발표했다.
지난 2023년 12월 말 확정된 대입 개편안에 따라 수능은 2028학년도 시험(2027년 11월)부터 국어·수학·탐구에 선택과목이 사라지는 '통합·융합형 수능'으로 바뀐다.
특히 탐구는 고등학교 1학년 수준의 통합사회·통합과학으로 출제 범위가 바뀜에 따라 문항·점수 체계도 바뀐다.
종전 사회·과학 탐구 영역은 과목별로 총 20문항이 출제됐다. 문항별 배점은 2점 또는 3점이었다. 개편된 방식은 문제 수가 사회, 과학 각각 25문항으로 총 10문항이 늘고, 배점은 ▲1.5점 ▲2점 ▲2.5점으로 더 세분화 된다.
탐구 영역의 문제 수가 늘어난 만큼 풀이시간도 늘어난다. 사회·과학 전체 30분에서 40분으로 10분씩 늘어난다. 과목별 총점은 각각 50점으로 현재와 동일하다.
그간 탐구 영역은 사회·과학 총 17개 과목에서 2개 과목을 수험생이 자유롭게 택할 수 있었지만, 2028학년도 수능부터는 통합사회·통합과학 두 과목을 모두 응시하는 체제로 바뀐 점을 고려했다는 것이 교육 당국의 설명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다양한 내용을 균형 있게 출제하기 위해서는 더 충분한 문항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다"며 "시험 시행과 활용의 안정성을 고려하며 다양한 소재와 난이도의 문항을 균형 있게 출제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다만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탐구 영역의 대입 변별력이 높아지겠다"며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을 현행 20문항으로는 소화하기 어려웠다는 이야기로, 수험생들은 시험 준비를 보다 광범위하게 해야 한다는 이야기"라고 했다.
다른 주요 영역 국어·수학·영어는 현재와 같은 문항 수와 시험시간, 배점을 유지한다. 모두 각각 100점 만점이다.
국어는 45문항 80분, 수학은 30문항 100분으로 동일하다. 배점은 국어 2·3점, 수학 2·3·4점으로 변함이 없다. 수학은 30문항 중 단답형(주관식) 9문항을 그대로 낸다.
절대평가인 영어 영역은 듣기평가 17문항을 포함한 45문항 체제가 유지되고 풀이 시간도 70분으로 동일하다.
절대평가이자 필수 응시 영역인 한국사도 50점 만점에 30분 간 2·3점 배점 문항 20개를 푸는 방식을 유지한다.
특성화고, 마이스터고 전문 교과를 일정 학점 이상 이수해야 치를 수 있는 직업탐구 영역도 사회·과학탐구 영역과 동일하게 25문항 40분, 1.5·2·2.5점 체제로 바뀐다.
절대평가인 제2외국어/한문 영역은 9개 과목 중 1개를 택한다. '과목당 30문항, 40분'에서 '과목당 20문항, 30분'으로 단축된다. 배점은 1·2점에서 2·3점으로 바뀐다.
시험 시행 순서는 지금과 동일하게 1교시 국어, 2교시 수학, 3교시 영어, 4교시 한국사 및 탐구, 5교시 제2외국어/한문 순으로 진행한다.
교육계에서는 필수 영역인 한국사를 1교시로 앞당겨야 한다는 논의가 계속돼 왔으나 이번에는 반영하지 않았다.
교육부 관계자는 "시험 체제를 바꾸면서 다시 한 번 의견 수렴을 진행했다"면서도 "점심 시간 조정이 어렵고 학생들 입장에서도 전형 자료로서 중요도가 높은 국어와 수학을 오전에 치르는 것이 집중도나 시험 운영 안정성 측면에서 좋다는 의견이 많아 현행 유지로 결정했다"고 했다.
시험 시작 시간은 오전 8시10분 시험장 입실을 마치고 오전 8시40분 1교시 국어 를 시작하는 점은 동일하다.
다만 4교시 탐구 영역부터 시험 시간이 과목당 10분씩(총 20분) 늘어나면서 끝나는 시간이 늦어진다.
4교시 탐구 시작 시간은 오후 2시50분으로 같지만, 종료 시각은 현재 오후 4시37분에서 오후 5시10분으로 늦어진다. 5교시 제2외국어/한문은 현재 오후 5시5분~5시45분에서 오후 5시35분~6시5분으로 함께 미뤄진다.
매년 '부정행위 유발자'라 불렸던 4교시 탐구 영역의 응시 방법도 바뀐다. 그동안 탐구 영역은 선택과목 2개의 답안지가 하나로 합쳐져 있어 제2 선택과목 응시 시간에 앞선 1선택 과목 답안을 고치면 부정행위로 간주됐다.
2028학년도 시험부터는 한국사와 사회탐구, 과학탐구 각각의 시험 시간과 시험지, 답안지가 분리된다. 한국사를 끝나면 문답지를 모두 걷어가고 사회탐구를 나눠준다. 사회탐구가 끝나면 과학탐구를 다시 배부하는 식이다.
따라서 4교시 응시 시간 도중에는 ▲한국사 ▲사회탐구(또는 직업탐구) ▲과학탐구 3개 과목 응시 시간 사이에 각각 15분의 문답지 배부·회수 시간을 추가로 부여한다.
이에 따라 수능이 최종적으로 종료되는 시각도 오후 6시5분으로 현재 오후 5시45분보다 20분 더 길어진다.
중증 시각장애(경증 시각장애, 뇌병변 등 운동장애) 수험생에게는 지금과 똑같이 일반 수험생보다 매 교시 시험시간 1.7배(1.5배) 더 긴 시험 응시 시간을 줘서 배려한다.
수능 과목 체계가 바뀌면서 성적표 양식도 일부 바뀐다.
상대평가 과목인 국어·수학·탐구는 표준점수·백분위·등급을 표기하고 절대평가인 한국사·영어·제2외국어/한문은 등급만 성적통지표에 표시한다는 점은 지금과 동일하다.
다만 국어·수학 선택과목이 폐지되면서 국어·수학은 선택과목 표시란이 사라진다. 탐구 영역은 사회·과학·직업을 각각 표시한다. 사회·과학 점수를 따로 제공한다는 것이 주목할 만하다. 대학이 대입 전형에 활용할 수 있게 된다.
교육부와 평가원은 학생과 학부모의 수능 시험 준비를 돕기 위해 2028학년도 수능부터 출제과목 등에 변화가 있는 국어, 수학 및 사회·과학탐구 영역의 전체 문항을 개발해 늦어도 올해 6월 말 전에는 공개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