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국가 에너지 정책의 청사진이 되는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국회 보고를 마무리하고 사실상 확정됐다. 대형원전 2기와 소형모듈원전(SMR) 1기 신규 건설 등 정책 방향이 정해졌지만 업계에서는 정치적인 상황을 고려해 차기 정부의 에너지 정책 기조가 담길 12차 전기본에 더 주목하는 분위기다.
20일 국회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지난 19일 오전 10시 제1차 전체회의를 열고 첫 안건으로 11차 전기본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38년의 전력수요를 129.3GW(기가와트)로 전망하고 10.3GW의 신규 발전설비가 필요할 것으로 내다본다.
이를 위해 2031~2032년 현실적인 진입 가능성을 고려해 액화천연가스(LNG) 열병합으로 발전설비를 충당한다. 2033~2034년엔 전원 구성을 유보했다. 향후 무탄소 발전기술 추이 등을 감안해 차기 전기본에서 판단할 방침이다.
이후 2035~2036년엔 기술개발 및 인허가 획득을 전제로 한국형 SMR 1기의 상용화 실증 물량을 반영하고 남은 물량에 대해서는 무탄소 전원 용량 시장을 새롭게 개설해 발전원이 시장에서 결정될 수 있도록 한다.
그러면서 신규 대형 원전이 진입할 수 있는 2037~2038년의 경우 해당 기간의 필요 물량 중 일부를 대형 원전 건설로 충족할 계획이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무탄소 전원 확대, 노후 석탄발전 폐지와 전환 등을 통해 2030년 전환 부문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며 2038년에는 원전·재생에너지·청정수소 발전 등을 포괄하는 무탄소 에너지 발전 비중이 70%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가장 큰 난관이었던 국회 산중위 보고가 마무리되면서 11차 전기본은 확정됐다는 게 중론이다.
전기본 확정안 수립까지는 전력정책심의회 심의·확정 및 공고 절차가 남았지만, 많은 시일이 걸리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산업부는 국회 보고 완료를 내다보고 오는 21일 전력정책심의회 위원들에게 회의 소집을 공지한 바 있다.
국가 에너지 분야 최상위 계획인 전기본이 확정되면 송전망 투자, 에너지저장장치(ESS) 보급, 재생에너지 구축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부는 상반기 중 후속 계획인 장기송변전설비계획 등을 수립하고 용량 시장 개설, ESS 사업자 선정 등을 연내에 추진한다.
11차 전기본 확정이 가시화됐으나 역대 가장 늦은 처리라는 평가는 피할 수 없게 됐다. 11차 전기본은 2024년부터의 전력 수급 계획인데, 해를 넘겨 확정안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5월31일 전기본 총괄위원회는 2024~2038년의 전력 수급을 전망하고 필요한 신규 발전 설비를 도출해 전원 구성을 재편하는 11차 전기본 실무안을 발표했다.
부족한 전력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대형원전 3개 호기, 소형모듈원전(SMR) 1기 등을 새로 건설하는 내용이 담겼다.
문제는 상임위 보고만 앞둔 상황에서 12·3 비상계엄 사태 등 정치적인 혼란이 가중되며 정책 추진력이 떨어졌다는 점이다.
이에 산업부는 국회 보고를 서두르기 위해 수정안까지 마련했다. 신규 대형원전을 3개 호기에서 2개 호기로 줄이고 그 대신 태양광 발전을 2.4GW 확대하는 내용의 전기본 수정안을 제시한 것이다.
이날 국회 산중위 전체회의에서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특별법(고준위법), 해상풍력특별법(해풍법),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전력망 특별법) 등 일명 '에너지 3법'도 처리됐다.
주요 에너지 정책들이 여야 합의를 거쳐 확정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혼란이 큰 상황이다.
11차 전기본이 확정되자마자 곧바로 내년에 다음 차수 전기본 실무안이 마련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탄핵 심판 결과에 따라 조기 대선 등을 고려하면 새 정부의 정책 방향이 담길 12차 전기본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어서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대선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 정권이 바뀌게 되면 강조되는 부분이 다르니, 상황을 보고 있는 중"이라며 "다음에 나올 12차 전기본이 사업 추진에 크게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