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뉴스 김성훈 기자] 중소기업 2곳 중 1곳이 환율 급등에 따른 피해를 입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원화는 주요 선진국 대비 약세 폭이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원화의 과도한 저평가 국면에서 시장변동성이 기업의 리스크로 전이되는 것을 막기 위한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중소기업 2곳 중 1곳은 ‘환율 급등’ 피해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달 14일부터 31일까지 중소기업 360개 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고(高)환율 관련 중소기업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근 환율이 급등해 ‘피해가 발생’ 한 중소기업은 51.4%로 조사됐다. ‘이익 발생’ 중소기업은 13.3%에 그쳤다.
환율 급등에 따른 피해 유형 조사 결과(복수응답) ‘환차손 발생’과 ‘고환율로 인한 생산비용 증가’로 응답한 기업이 각 51.4%로 가장 많았다. ▲수입 비용 증가로 인한 가격경쟁력 저하(49.2%) ▲환율상승분에 대한 납품단가 미반영(40.0%)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수입기업 중 수출을 하지 않은 기업은 ‘환율 상승으로 인한 생산비용 증가’가 63.6%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환율 상승으로 인한 수입 비용 증가액에 대해서는 중소기업의 70.3%가 ‘1억 원 미만’으로 응답했다.

1억 이상~3억 미만도 12.8% 였다. 수입기업의 경우 1억 이상~3억 미만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환율 상승 대응을 위해 필요한 정부 지원책으로는 ‘대출만기연장 및 금리인하’가 42.8%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운임 및 선복 등 물류지원 확대(26.7%) ▲환변동 보험 및 무역 보증 지원(26.1%) 등이 그 뒤를 이었다.
김철우 중기중앙회 통상정책실장은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 수준에 머물면서 수출입 중소기업의 피해가 늘고 있다”며 “환율안정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원화 약세, 한미 펀더멘탈 격차가 주도
주요 선진국 대비 원화 약세 폭은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하여 미국 달러의 평균적인 가치를 나타내는 지표인 달러 인덱스(Dollar Index)는 2022년 1월 96.5에서 같은 해 9월 112.1까지 급등했으며, 최근에도 100을 크게 상회 할 정도로 달러화의 초강세가 지속 중이다.
우리 외환시장에도 이러한 글로벌 달러화 강세라는 근본적인 힘이 크게 작용하는 가운데, 원/달러 환율도 같은 기간 1,195원에서 1,456원으로 급격하게 상승했다.
주요 선진국 통화 15개의 달러화에 대한 환율을 검토해 볼 경우, 2022년 1월 대비 2025년 1월의 절하율은 원화가 일본 엔화(26.8%)와 노르웨이 크로네화(22.2%)에 이어 세 번째(17.9%)로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환율 안정은 한·미 경제성장률 격차 축소가 해법이다>는 연구보고서를 통해 환율 약세의 원인으로 미 연준의 트럼플레이션에 대한 대응 조치로 고금리 장기화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미국과 한국의 경제성장률 역전 장기화 및 한국 정치 불확실성 등으로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들어 원화가 큰 폭으로 약세를 보이는 것에 대해 미국 측 요인으로 시장에서는 트럼프 노믹스(관세 인상, 감세)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 상승과 그에 따른 미 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가 크게 감속(減速)할 우려로 인해 글로벌 달러화 강세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국내 측 요인으로는 탄핵 정국이 지속되면서 정치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못하는 데에 따른 원화의 저평가 현상 지속과 내수 침체로 미국보다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2023년 이후 2025년까지 3년 연속 낮은 수준을 기록할 것이 확실시되면서, 환율 결정의 가장 핵심 요인인 양국 간 펀더멘털의 격차가 원화 약세를 주도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환율하락 기대감…금리 인하 필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와 관련해 1월 제시한 1.6~1.7%를 언급하며 “지금 금리 내리는 것을 가정했고, KDI의 전망 1.6%도 금리 인하를 이미 포함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경제성장율을) 1.6%보다 올리려면 재정이 함께 필요한 상황”이라며 금리 인하 가능성과 함께 확장적 재정정책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택근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원화 약세의 주된 원인이 한·미 금리 역전이 아니라, 한·미 경제성장률 역전 때문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금리 인하를 통해 펀더멘털을 강화하고 경제성장률을 높여 환율을 안정시키는 방향의 사고 전환이 필요하다”며, “미-중 무역갈등 및 글로벌 관세전쟁, 미국 금리인하 지연과 통화정책 불확실성등으로 인해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이 확대될 우려가 있는 만큼 글로벌 경제 상황과 외환시장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와 필요시 적극적인 외환시장 안정화 대책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이어 “추세적인 균형환율 상승 및 원/달러 환율의 급변동으로 국내 물가 상승 및 가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사전에 점검하고 이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원/달러 환율의 급변동 및 환율 상승에 영향을 받기 쉬운 수출입 기업들이 효과적으로 환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 확충 및 기업들의 자체적인 환리스크관리 역량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1월 금통위에서는 환율 부담 때문에 금리를 못 내렸다는 점에서 환율 하락은 금리 인하의 걸림돌 하나가 사라지게 된다”면서 “한은은 2월 금리를 낮추고, 빠르면 5월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서도 여건이 녹록치 않으면 7월쯤 금리를 낮출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