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여당은 개헌특위를 띄우고, 범야권은 '대선 오픈 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를 제안하등 여당도 야당도 유력 대선 주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향한 여권 및 비명(비이재명)계 잠룡들의 견제가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여당은 개헌특위를 띄우며 이 대표를 겨냥해 "개헌 논의에 동참하라"고 압박하고 나섰고, 비명계 주자도 개헌 의지를 드러내며 이 대표와의 차별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 대표는 "지금은 내란 극복에 집중할 때"라며 대통령 임기단축 등 권력 구조 개편에 대한 개헌 요구에 반대하고 있으나 여야 차기 주자들이 '개헌'을 고리로 전방위 압박에 나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 대표만 빼고 거의 모든 주자들이 개헌을 주장하고 있는 형국이다.
국민의힘은 4일 개헌안 논의를 위한 '헌법개정특별위원회'의 첫 회의를 개최해 당 차원의 압박에 나섰다.
위원장인 6선의 주호영 국회 부의장은 "이재명 대표를 제외한 전직 민주당 대표나 민주당 출신 국회의장, 총리까지도 모두 이번에 개헌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본격적인 개헌 논의를 촉구했다.
주 부의장은 첫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지금까지 개헌이 되지 않은 이유는 정권 말 본인이 대통령이 될 거라고 생각하는 유력 후보들이 현행 그대로 선거를 치르고 싶어 했기 때문"이라며 "이 대표의 개인적 고려, 이익 때문에 개헌에 응하지 않는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여야 잠룡들은 줄줄이 임기 단축 개헌론을 내놓고 있다. 특히 한동훈 전 대표와 오세훈 서울시장 등 국민의힘 대선 주자들은 "차기 대통령은 3년만 하고 물러나야 한다"며 이 대표를 연일 압박하고 있다.
대선 도전이 유력한 민주당 내 비명계 주자인 김동연 경기지사도 차기 대통령 임기를 2년 단축해 2028년 총선과 동시에 대선을 치르는 개헌안을 언급했다. 김 지사는 지난달 이 대표와 회동에서도 "제7공화국을 만들기 위한 개헌이 논의조차 제대로 되지 않아 유감"이라며 개헌 동참을 요구했다.
이 대표 측은 5일 "개헌이 필요 없다는 게 아니다"며 시점의 문제라고 했다. 내란 진압이 이뤄진 후 대선 국면이 열리면 입장을 밝힐 것이란 얘기다. 지금 시점에 개헌을 공론화하면 '이슈 블랙홀'이 될 우려가 있고, 국민의힘의 '물타기' 공세에 이용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앞서 이 대표는 MBC 100분 토론에 출연해 "지금 개헌을 말하면 (대통령) 탄핵 문제와 헌정 질서 회복, 헌정 파괴에 대한 책임 추궁 문제가 뒷전으로 밀릴 가능성이 있다"며 "개헌 이야기를 하면 블랙홀이 될 것이다. 빨간 넥타이 하신 분(보수 세력)들이 좋아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역대 대선 후보들이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면 개헌 의지가 꺾였다'는 취지의 지적에는 "지난 대선 때 저는 제가 이길 것으로 생각했는데 명확하게 낸 개헌안이 있다"며 "이재명이 (개헌론에) 어떤 입장인지는 이미 다 정리돼 발표돼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 당시 개헌과 관련 4년 중임제와 결선투표제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다만 이 대표가 이번 대선에서 개헌안에 대한 구상을 적극적으로 내놓을지는 불투명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당 관계자는 "진의를 떠나 역대 대선을 보면 개헌 이슈는 통상 1위 주자를 수세에 몰기 위해 띄운다"며 "지지율 1위인 이 대표의 독주 체제가 굳어지면 개헌 의제를 최대한 늦추려고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기에 범야권은 '대선 오픈 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를 제안하며 경선 방식을 야권 연대의 협상 카드로 이용하려는 분위기다.
조국혁신당은 전날 100% 온라인 국민 투표로 야권 대선 후보를 선출하자고 민주당에 제안했다. 김선민 당 대표 권한대행은 "각 정당의 모든 후보들이 제한 없이 참여하는 원 샷 방식으로 진행하자"며 "1차 컷오프와 2차 경선, 3차 결선투표를 단계적으로 진행하자"고 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혁신당이 지난 대선 때 심상정 정의당 후보의 완주 사례를 정략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진보 진영 표가 나뉘면서 이 대표가 낙선한 전력을 반추해 협상력을 확대하기 위한 카드로 꺼내 들었다는 것이다. 지난 20대 대선에서 이 대표는 윤 대통령에 0.75% 차이로 패했는데 심 후보는 당시 2.4%를 득표했다.
비명계도 가세했다. 비명계 전직 의원 모임인 초일회 간사를 맡고 있는 양기대 전 의원은 지난 3일 페이스북을 통해 경선 흥행과 당내 통합을 위해 일반 국민이 100% 참여하는 '완전국민경선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 전 의원은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이라는 아주 유리한 국면이 조성되었는데도 이재명 대표의 지지율이 30%대의 박스권에 갇혀 있어 그를 중심으로 정권교체가 어렵지 않겠느냐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며 "지지층을 확장해야 하는 민주당은 조기 대선 경선을 역동적이고 모두가 화합·통합하는 장이 되도록 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경선 방식은 아직 확정된 바 없다"면서도 조기 대선은 준비 기간이 짧은 만큼 경선 룰 변경은 쉽지 않다는 기류다. 특히 당원 중심의 정당을 표방하고 있는 만큼 당원을 경선에서 배제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지도부의 한 의원은 "경선 방식은 윤 대통령 탄핵 심판 결과가 나온 뒤 논의할 문제"라면서도 "당원 반영 비율을 축소하는 정도는 협상 테이블 의제로 올릴 수는 있어도 당원을 완전히 빼 버리는 것은 정당 민주주의에 배치된다. 재고의 가치가 없다"고 말했다.
야권 관계자는 "이 대표도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범야권 연대와 당내 통합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들 요구를 마냥 무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향후 대선 국면에 돌입하면 경선 방식을 놓고 협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지난 대선과는 달리 조국 전 대표의 부재로 이 대표 외에 야권에 대선을 치를 대표 선수가 없는 것은 사실"이라며 "혁신당과 비명계가 어느 정도의 협상력을 발휘할지는 미지수"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