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을 제외한 나머지 상호관세는 90일간 유예하고 10%의 기본관세만 적용한다고 발표하면서 한국도 당분간은 전세계 국가들과 똑같이 10% 관세를 부과받아 한숨 돌리게 됐다.
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 시간) 발효됐던 국가별 상호관세를 90일간 유예한다고 밝힌 것에 "관세 협상을 지속해 우리 업계 영향을 최대한 줄일 여지가 확보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100%가 넘는 보복성 관세를 부과한 것에는 우리경제에 풍선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봤다. 또한 미국과 협상 타결까지는 지난한 과정을 필요로 할 것으로 보고있다.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이날 미국 워싱턴DC 주미대사관에서 특파원간담회를 열고 "우리나라에도 25% 국별 관세를 부과한다는 발표가 있었던 만큼 대미수출 여건이 크게 악화될 것이 우려되는 상황이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 상호관세를 발표하며 한국에는 25% 관세를 책정했다. 관세는 이날 오전 0시1분부터 발효됐다. 그런데 오후 들어 돌연 중국을 제외한 나머지 상호관세는 90일간 유예하고 10%의 기본관세만 적용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한국도 당분간은 전세계 국가들과 똑같이 10% 관세를 부과받아 한숨 돌리게 됐다. 상호관세와 달리, 10% 관세는 전세계 국가들에 동일하게 적용돼 수출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은 비교적 제한적일 전망이다.
다만 관세로 인한 비용 상승 부담은 여전하다. 상호관세 외에 철강 및 알루미늄, 자동차 산업도 25% 관세가 적용되고 있다. 미국이 중국에는 무려 125% 관세를 부과하며 전면공세에 나선 점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정 본부장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세계 기본관세 10%는 그대로 유지되며, 중국을 대상으로 한 125% 관세로 인해 우리기업의 대중수출, 풍선효과로 인한 제3국 수출에 미치는 간접적인 영향 등을 감안하면 여전히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신속한 대미 협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중간 무역전쟁이 발생할 경우 일차적으로 중국에 진출해있는 우리기업들의 타격이 예상된다. 미국 수출이 막힌 중국 상품 일부가 한국시장으로 쏟아지면서 국내 산업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
그럼에도 상호관세 문제 해결을 최우선과제로 삼고 미국을 방문했던 정 본부장은 이번 조치로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귀국하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유예 조치는 행정부 내에서도 사전에 공유되지 않고 전격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정 본부장은 상호관세 등을 협상하기 위해 전날 워싱턴DC에 입국했고, 세계 각국 대표들과 관세협상을 벌이고 있는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약 1시간 동안 면담했다.
또한 윌리엄 키민 상무부 국제무역 차관 내정자, 제프리 케슬러 산업안보국 차관과도 회담을 진행했는데, 이들과의 만남에서 상호관세 유예 기미를 일체 느낄 수 없었다고 정부 관계자는 전했다.
정 본부장은 그리어 대표에게 "우리나라에 부과한 상호관세 및 철강, 자동차 등 관세조치에 대한 우리 입장을 설명하며, 관세 인하 등 특별한 대우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상무부 인사들과 만남에서는 "철강과 자동차 관세는 우리산업 관점에서 매우 큰 부담이 되기 때문에 빨리 철폐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정부 관계자는 전했다.
다만 그리어 대표 등이 관세 인하와 관련해 확답을 주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회담에서는 양국 무역수지 조정과 조선산업, 액화천연가스(LNG) 분야에 대한 협력 논의가 오고갔으나 세부사항에 대한 합의까지는 이르지 못했다고 한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대미 무역흑자 축소 방안에 대해서는 "줄이는게 쉽지 않을 수 있지만, (미국의 요구에) 부응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기업들에 수출을 줄이라고 할 수는 없으니, 정부가 역량을 발휘해 수입을 늘리는 쪽으로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앞서 미국이 농축산물에 대한 위생검역 등 비관세장벽을 지적한 만큼, 소고기 월령 규제 문제 등도 염두에 두고 국내에서 검토 작업을 진행할 방침이다.
정부는 협상 타결 시점과 관련해서는 예측이 어렵다고 보고있다. 국내 정치일정도 있으나, 미국도 수십개국과 동시에 협상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 본부장은 "미국과 협상은 단판 승부로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며 "지속적 대화와 끈질긴 설득, 민관 노력 등이 어우러져야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정부 고위관계자도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우선적으로 협상하라고 했다지만, 우리로서는 다른 나라 협상이 어떻게되는지 봐 가면서 국익을 극대화하는 협상을 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을 무역 분야 외 방위비 문제 등과도 연계하겠다는 의중을 거듭 드러낸 점도 협상을 지연시킬 변수로 평가된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정확한 정의를 내리기 어렵지만 한번에 모든 것을 해결한다는 뜻일 것이다. 거기까지 가려면 각료급에서 수많은 회의를 거쳐야 한다"며 "만약 그런 뜻이라면 좀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