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5월 프로축구 승부조작에 대한 파문이 크게 일어났다.
정부 관계자들은 승부 조작 때문에 여러 방편으로 규제와 단속을 하고 있지만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특히, 체육진흥투표권(스포츠토토)을 통한 합법적인 공간에서 일어나는 승부 조작은 잡아냈지만 점조직으로 움직이면서 불법적으로 행해지는 승부 조작은 잡아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비난을 받아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사감위)가 합법 사행산업에 대해서만 과도한 규제를 한 이유는 국내 사행산업 매출 비중이 여타 선진국에 비해 지나치게 높기 때문이다.
사감위에서 제시한 OECD와 비교한 GDP대비 사행산업 비중(0.58%)은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견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사감위에서 기준을 설정할 때 외국에서 산업 비중이 높은 ‘게이밍 머신’을 포함시키지 않고 총량을 설정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점을 고려하면 GDP 대비 사행산업 비중은 0.69%∼0.72% 수준이 적절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하지만 사감위의 과도한 규제 때문에 오히려 불법 시장은 커지는 ‘풍선 효과’의 부작용이 일어나고 있다.
사감위가 2009년부터 경마, 경륜, 경정, 복권, 카지노, 스포츠토토 등 6가지 사행산업에 각각 적절한 매출을 유지하도록 ‘매출총량규제’를 하면서 인터넷 불법 사이트가 증가하는 등 불법 시장이 커지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사행성 시장의 과도한 성장을 막기 위해 합법 사행산업과 불법 도박 산업의 규모를 축소해 사회 부작용을 최소화한다는 취지로 도입했는데 오히려 불법만 조장하는 결과가 나온 셈이다.
‘매출총량규제’가 가장 큰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은 ‘체육진흥투표권’인데 체육진흥투표권은 국고 지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전체 체육재정을 떠받치고 있는 국민체육진흥기금의 주요 재원이다.
매출 총량 규제는 체육 재정 확보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 체육예산은 올해를 기준으로 19%가 국고에서 나오는 반면 국민체육진흥기금은 국가 체육재정 81%로 충당된다. 이 가운데 74%는 체육진흥투표권(스포츠토토) 사업으로 대한축구협회의 경우 스포츠토토에서 받는 기금의 정체로 축구 저변 확대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축구협회는 그동안 스포츠토토 기금 170억 원을 초중고리그와 클럽리그, 학교스포츠 클럽 등에 투자해 왔다. 2009년 500여 개의 팀이 참가하던 초중고리그가 내년에는 700여 개 팀으로 늘어나는 등 투자금의 수요는 늘어나고 있는데 총량 규제로 한정된 돈만 받게 돼 곤란한 처지가 됐다. 이는 다른 스포츠단체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사감위가 근거로 제시한 2008년 종합계획 자료를 보면 비교연도 및 자료의 출처가 다르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29개 중 일본 등 5개국을 제외했고, 총매출이 아닌 순매출로 비교했으며, 선진국 매출의 약 4분의 1을 차지하는 게이밍 머신의 매출을 제외하는 등 규제를 위한 작위적인 측면이 지나치게 많다는 지적이다. 이런 불합리한 측면만 바꿔도 체육 재정에 숨통이 트일 것이란 분석이다.
또 사감위의 순기능이 사행산업의 부작용을 줄이는 것이라면 사회적 부작용과 상관관계가 거의 없는 매출규모를 규제하기보다 이용자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교육, 예방, 홍보, 치유활동 등)에 좀 더 치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특히 무엇보다 최근 들어 불법시장의 규모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사감위가 불법 도박의 폐해에 좀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사감위가 불법 사행산업에 대한 규제나 감독 권한이 없는 것도 문제다. 법규를 개정해 사감위가 합법적인 사행산업에 대한 이중, 삼중의 규제만 하기보다는 불법 도박을 단속할 수 있도록 해야 건전성을 더욱 확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사감위가 지나친 규제보다는 건전성을 확보하는 단체에 인센티브를 주는 등 융통성 있는 관리해야 한다.
여기에 최근 개최가 확정된 평창 동계 올림픽을 포함해 F1 포뮬러1 월드 챔피언십 등 대규모 국제 대회를 유치한 상황에서 국민체육진흥기금에 대한 의존도는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평창 동계 올림픽에 소요될 재원 규모는 약 5,760억 원으로 국민체육진흥기금 이외에 국고 지원이나 지자체 재정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규모다.
이와 관련해 올해 국정감사에서 다수의 국회의원들이 “성공적 평창 동계 올림픽 개최를 위한 재원마련을 위해 토토의 매출총량 규제 폐지 또는 한시적 유예를 시켜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이처럼 매출총량규제가 국책 사업의 미래를 좌우할 만큼 큰 영향력을 가진 정책인 만큼 보다 신중한 운용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