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에서 3명의 모범장기수가 기도를 했다. 한명은 여자를 달라고 했고, 또 한명은 술을 달라고 했다. 마지막 한명은 담배를 달라고 기도했다. 하나님은 이들의 소원을 모두 들어 주었다. 그런데 10년 후 여자를 준 모범수는 체력이 딸려 죽었고, 술을 준 모범수는 알콜 중독으로 간이 부어 죽었다. 하지만 담배를 준 사람은 여전히 살아 있었다. 하나님이 "어떻게 살아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생존해 있는 마지막 모범수가 이렇게 말했다. “라이타도 줘야 담배를 피지~요!”」
어느 유머의 이야기이다. 하지만 삶에 대한 애착은 이렇게 질긴 생명을 낳는다는 비유가 마음 한켠을 아리게 하는 것. 아무리 이승이 지옥이더라도 삶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어야 한다면 한번뿐인 생명이 지상에 머물러야 할 이유는 아직 많다. 그것은 사회에서 은퇴한 칠순 또는 팔순의 실버라 하더라도…
나는 일한다…고로 존재한다
새해 9일, 새벽 5시. 인천시 불로동의 주정옥(74.여)씨는 은빛 가득한 머리를 평소보다 예쁘게 손질한다. 나이 든 탓에 아침잠이 없어 일찍 일어난 게 아니다. 주씨에게 오늘은 소중한 비즈니스가 있는 날이기 때문이다. 중구 오장동에 위치한 실버퀵 택배서비스에서 엊저녁 이른 아침의 택배업무가 있다고 연락이 온 것. 간단하지만 긴급한 서류배달이다. 버는 돈은 고작 오천원 안팎이지만 주씨에겐 소중한 돈이기에 서울 오장동 본사까지 걸리는 시간 한시간 반이 흥겹다. 출퇴근 오가는 시간만 3시간여라 지칠 법도 하지만 피로감은 없다. 또한 그럴 사이도 없다. 돈을 번다는 것은 ‘건강하게 살아있음’의 분명한 증거이기에 손주녀석들 엉덩이 두드리며 노년의 흔한 일상을 보내기 보다는 ‘아직 일하고 있음’이 피곤함을 모르는 나를 명백히 존재케 하기 때문이다.
같은 시간, 서울 상계동의 박찬기(71.여)씨도 주섬주섬 하루를 열 준비를 한다. 다른 주민들이 곤히 자고 있을 새벽 5시지만 박씨 집에는 불이 환히 켜 진 채 출근 준비를 서두르는 것. 아침 9시까지가 정식 출근시간이지만 조금이라도 빨리나가 지하철 택배 오더를 받아야 하는 이유에서이다. 박씨는 “자식들에게 의지 안하고 건강할 때 경제적으로 자립하는 것이 그 무엇보다 떳떳하다”면서 “큰돈은 아니지만 하루 평균 2만원에서 많게는 5만원까지 칠순나이에 벌수 있다는 것이 그 무엇보다 행복하다”고 말한다.
은퇴이후 직업, 생계형이거나 존재이거나…
사실 박씨의 경우는 이 택배직업이 생존 그 자체일수도 있는 사유가 따로 있다. 1남5녀의 자녀가 다 출가하고 장남과 같이 살았지만 지난 IMF 시절 장남의 사업이 급격히 기울면서 생업일선에서 물러난 남편 조성철(72.남)씨와 함께 단둘만의 살림을 꾸리고 있기에 생활비가 필요해서이다. “자식들도 다 어려운데 우리 노부부가 손 벌릴 처지가 아니다”면서 스스로 생계를 위해 택배업에 뛰어 든 경우인 것이다. 하지만 모두가 생계형은 아니다. 주씨의 경우는 조금 다른 케이스. 4년째 지하철 택배의 경력을 지닌 주씨는 건강과 돈벌이를 동시에 영위하는 일거양득의 차원도 있다. 물론 택배를 하기 전 함께 동거하는 큰 아들이 “먹고사는데 문제가 없는데 어머니가 그 나이에 돈벌이를 나간다면 제가 욕을 먹는다”라고 극구 말렸지만 지금은 “그저 조심해서 다니시라”고만 조언한다. 그만큼 어머니인 주씨의 얼굴이 4년전과는 비교도 안되게 젊어졌고 건강도 부쩍 나아진 것. 또한 손주들 용돈을 듬뿍 주고 때로는 살림에 보태라며 봉투를 내놓는 등 행복이라는 명제가 손에 잡힐 것 같기 때문. 그래서 어머니의 직업을, 활기찬 활동력을, 그는 신뢰하는 것이다.
나이 많아 힘든 점…세상온기에 꼭꼭 묻을 터
하지만 지하철 택배가 편한 것만은 아니다. 단지 편의라면 65세 이상의 노인에게 적용되는 지하철무료탑승만이 유일한 혜택일 뿐이다. 꽃배달이나 간단한 서류배달이 주종업무지만 때로는 무거운 짐을 배달할 경우 지하철에서 내려 버스를 갈아타는 강행군도 있다. 이 경우 버스비는 본인부담이고 심지어는 배달지 주소가 거의 산 정상에 있는 아파트나 연립주택일 경우 머리에 배달물품을 이다가 목이 꺾여 몇 번이고 쉬면서 등산 아닌 등산의 체력싸움을 해야 한다. 더러는 울퉁불퉁 거리의 보도블럭에 걸려 몇 번인가를 넘어져 무릎을 다친 적도 있다. 또한 몇푼 안되는 택배비를 깎으려는 고객도 있고, 전화를 하면 자가용만 타고 다니기에 자기가 사는 지하철출구가 몇 번인지도 몰라 애꿎은 내 핸드폰 요금이 남들의 곱절로 지출된다. 그래도 대부분은 “수고하신다”며 거스름돈을 받지 않는 세태에 그들은 고마움이 앞선다고 말한다. 힘든 부분이 많지만 그만큼 힘든 부분을 따뜻하게 덮어주는 세상온기가 더 많기에 그들은 지금도 행복한 시간인 것이다. 무자년 새해, 실버퀵서비스의 전화한통에 칠순의 주씨와 박씨의 지하철 택배는 그 이유가 생계이건 존재이건 분명 아름다운 세컨드라이프로 여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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