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12.12 (금)

  • 맑음동두천 1.0℃
  • 흐림강릉 2.5℃
  • 맑음서울 3.6℃
  • 맑음대전 2.9℃
  • 구름조금대구 6.3℃
  • 구름많음울산 6.3℃
  • 맑음광주 5.5℃
  • 구름많음부산 7.5℃
  • 맑음고창 3.2℃
  • 맑음제주 12.1℃
  • 맑음강화 0.4℃
  • 맑음보은 2.2℃
  • 맑음금산 2.0℃
  • 맑음강진군 6.5℃
  • 흐림경주시 3.9℃
  • 구름많음거제 8.0℃
기상청 제공

사회

첫 국민참여재판, 배심원 입김 셌다

URL복사
지난 2월12일 오후 2시 대구지방법원 제11호 대법정. 이날은 일반국민이 형사재판에 배심원으로 참여하는 국민참여재판이 처음 열렸다. 이날 재판에는 첫 배심재판에 쏠린 국민적 관심을 반영하듯 취재진을 포함한 200여명이 방청했다. 법정에 설치된 100여개의 좌석이 모자라 절반가량은 서서 재판을 방청했고 AP통신 NHK 아사히신문 등 외신의 관심도 뜨거웠다.
재판은 오전 10시 배심원을 선정하는데서 출발했다. 일단 법원이 보낸 출석 통지서를 받은 230명 중 87명의 배심원 후보가 출석했다. 앞서 실시된 모의재판에 전체 배심원 후보 가운데 10% 정도만 법정에 출석했던 것과 비교하면 고무적이라는 평가다.
처벌보다 관용
비공개로 진행된 선정절차에서는 87명의 후보자 중 무작위로 추첨된 12명이 배심원석에 서면 검사와 변호사가 질문을 통해 기피신청을 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두시간 가량의 선정절차를 거쳐 9명의 배심원과 3명의 예비 배심원이 뽑혔다. 남성과 여성이 6명으로 동수였고 주부 4명, 회사원 3명, 자영업 2명 등의 다양한 직업군이 뽑혔다.
대구지법 윤종구 부장판사의 심리로 진행된 이날 재판은 한편의 미국의 법정 드라마를 보여줬다. 뜨거운 관심 속에 진행된 이날 재판은 배심원들이 재판에 공정하게 임한다는 선서를 하면서 시작됐다. 강도상해 혐의로 구속기소된 피고인 이모(27)씨는 수의차림으로 법정에 나섰다. 교통사고 합의금을 구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월세방을 얻으러 온 것처럼 속여 금품을 빼앗으려다 반항하는 집주인 A씨(70세 여)를 폭행한 뒤, 피해자가 피를 흘리자 병원으로 데려갔다 주민의 신고로 붙잡혔다.
검사는 배심원들에게 공소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현장사진과 범행 재연 사진 등을 대형 화면으로 공개했다. 이어 피고인이 사전계획을 치밀하게 세운 뒤 흉기로 위협하고 돈을 뺏으려 했다는 점을 주장하면서 사용된 흉기를 증거물로 제시했다. 사건을 맡은 최창민 검사는 “피고인의 딱한 사정은 알지만 죄를 지은 사람에게는 벌을 줘야 한다. 배심원은 국민으로부터 판결을 위임받은 것이므로 신중한 결정을 내려달라”고 당부했다.
반면, 변호인 측은 피고가 사채업자들로부터 협박을 받아온 점과 딱한 가정환경 등을 강조하며 선처를 부탁했다. 피고가 비록 사전에 범행계획을 세웠으나, 우발적인 폭행이었고 목격자에게 대신 신고해 줄 것을 요청하는 등 자수한 점을 부각시켰다. 전정호 변호사는 “피고인의 죄는 중형에 마땅하나 피고인이 잘못을 뉘우치고 깊이 반성하고 있다. 장기간 사회로부터 격리시키는 것이 맞는지 피해자에게 보답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맞는지 현명한 판결을 내려달라”고 호소했다.
법률적 잣대보다 심리적 요인 작용
검찰과 변호인 측은 재판부 위주로 진행하던 법률공방을 배제하고 배심원을 설득하기 위한 법리공방을 벌이는 데 최선을 다하는 분위기였다. 어려운 법률 용어를 피하고 가급적 천천히 논리를 전개해 나가는 방식으로 배심원의 이해를 도왔다. 윤종구 부장판사는 재판 진행 중 수시로 “이해가 잘 안된 대목이 있으면 다시 얘기하겠다”며 배심원을 배려했다.
오후 5시45분 예비 배심원 3명을 제외한 9명의 배심원들은 평의실로 이동, 열띤 평의 절차를 벌였다. 평의와 선고결과를 앞두고 법정은 긴장감이 돌았다. 드디어 배심원은 변호인 의견을 받아들여 만장일치로 집행유예형을 내리는 것이 옳다는 의견을 재판부에 제시했다.
7시30분 재판부는 “피고인의 강도상해죄는 인정하나 변호인 주장대로 피고인이 자수를 한 사실을 인정해 집행유예를 결정한다”고 판결했다. 양형과정에서도배심원들은 검찰이 구형한 징역 5년의 절반인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으로 모아졌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피고인 이씨에게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 보호관찰 4년, 사회봉사명령 80시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배심원들의 의견이 헌법과 법률에 반하지 않는다고 판단, 이를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판결했다. 첫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이번 판결은 배심원의 의견이 상당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전정호 변호사도 “이번 판결은 배심원단의 의견이 크게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에게는 기존 재판에 비해 유리하게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때문에 배심원들이 법률적 잣대가 아닌 심리적 요인에 의해 판결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조영곤 대구지검 2차장검사는 “피고인들이 배심원 앞에 설 때면 범행을 저질렀을 때와 달리 상당한 시일이 지난 뒤여서 다른 사람으로 비칠 수 있다”며 “이 경우 자칫 범죄행위보다 이후 사정들이 처벌에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참여재판에선 배심원의 ‘상식’이 유.무죄 판단의 주요기준이 된다. 그만큼 국민이 체감하는 법감정과 생각이 법정에서 판결에 녹아들어갈 여지가 커지는 셈이다. 이번 재판은 의미는 역사적 의미는 크지만, 해결할 과제는 많이 남아 있다. 법조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오세욱 신임 광주지법원장은 “국민참여재판은 제도 도입의 의미는 크지만 시행상 적잖은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평가했다. 그는 미국과 일본을 예로 들었다. 설령 재판부가 오판을 해도결과에 승복하는 미국과 달리 국내에서는 자신이 재판받는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기 꺼려하는 풍조 등으로 인해 판결에 승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지나친 배심원 배려 말아야
또한 현행 배심재판은 미국 법정의 배심제와 다소 성격이 다르다. 미국식은 배심원이 유.무죄를 평결하면 법관은 그대로 따라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배심원의 유.무죄 평결과 양형 의견은 권고적 효력에 그칠 뿐 따를 의무는 없다.
이재홍 신임 청주집법원장도 “국민참여재판을 운영하는 문제가 그리 쉽지는 않을 것이며 이 체제가 얼마나 유지될 수 있을지 걱정”이라며 “이미 제도가 시행된 만큼 조기에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효율성 부족과 지나친 배심원 배려, 감성에 호소하는 변론 등도 개선할 점으로 지적됐다. 재판을 지켜본 한 변호사는 “배심원을 위한 배려만이 가득한 재판보다는 피곤인의 범죄를 중심으로 한 법정이 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판소요 시간에 대해 이 모씨는 “일반인이 보기에 사건이 복잡해 보이지 않는데 이 정도 시간과 노력이 소요된다면 전문 법률가로부터 재판을 받는 것보다 무엇이 효율적인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일부 시민들은 출석하지 않을 경우 부과될 200만원 이하의 과태료 때문에 참석했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자동차 부품가게를 운영하는 강 모씨는 “시민참여도 좋지만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입장에 벌금이 무서워 법정에 나오려니 부담이 가는 것은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텐가, 신제품 런칭 콘퍼런스 성료...혁신적인 디자인·안전한 품질에 중점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일본을 대표하는 성인용품이자 글로벌 인지도를 가진 텐가(TENGA)가 11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카시나 도산에서 ‘Welcome to TENGA CONFERENCE KOREA 2025’를 개최했다. 텐가는 2005년 설립하여, 성인용품에 대한 기존의 부정적인 인식을 깨고 혁신적인 디자인과 안전한 품질에 주안점을 두고 있는 업체이다. 이날 콘퍼런스에 텐가 창업주 마츠모토 코이치와 인플루언서 꽃보다유이, 그라비아 아이돌 연유, 유튜버 제주커플 등이 특별 게스트로 참석했고, ‘놀림전문가’ 김동하 씨가 사회를 맡았다. 마츠모토 코이치 대표는 '텐가 신제품 런칭 콘퍼런스'에서 텐가의 한국 시장 비즈니스 방향성을 발표했다. 마츠모토 대표는 "성은 사람을 좋아하게 되고 사랑하게 돼서 새로운 생명이 태어난다는 순환의 기준점이기에, 텐가를 창업할 당시 식욕과 성욕이 얼마나 근원적인 것인지를 깨달았다"라며, "이러한 가치가 존중받을 수 있도록 텐가를 설립하면서 성을 양지로 이끌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것으로 바꾸겠다는 목표를 이어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마츠모토 대표는 '텐가 신제품 런칭 컨퍼런스'에서 신제품인 '텐가 오리지널 콘돔'과 '텐가 플

정치

더보기
"한일 정상회담, 다음 달 13∼14일 일본 나라시에서 개최 조율"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한일 정상회담이 일본 나라(奈良)시에서 개최되는 방향으로 조정하고 있다고 일본 한 외신이 전했다. 한일은 2026년 1월 13~14일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총리의 회담을 일본 나라시에서 여는 방향으로 조율하고 있다고 11일 마이니치신문이 보도했다. 신문은 복수의 한일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이같이 전했다. 한일은 나라시에서 정상회담, 저녁 만찬 등 개최를 조정하고 있다. 또한 다카이치 총리의 ‘정치 스승’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가 총격을 당한 현장인 나라시 야마토사이다이지(大和西大寺)역 인근을 방문해 헌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구체적인 회담 장소는 나라시 소재 사찰 도다이지(東大寺)가 부상했다. 이 사찰은 나라시대(710~794년)에 창건돼 "조선반도(한반도)에 있던 백제 도래인과의 관계가 깊은" 곳이라고 마이니치는 설명했다. 한일은 정상 간 상호 왕래하는 '셔틀 외교'를 추진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다카이치 총리가 취임한 10월 말 이후, 그는 방한한 적이 있으나 이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위한 방문이었다. 다카이치 총리가 한일 정상회담을 위해 한국을 방문하는 것은 내달이

경제

더보기

사회

더보기
서울교통공사 지하철 파업 철회…노사 17시간 협상 끝에 극적 타결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서울 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 노사가 임금·단체협약(임단협)을 17시간 협상 끝에 극적으로 타결했다. 서울교통공사와 3개 노동조합은 2025년 임금협약에 합의했다고 12일 밝혔다. 공사는 이날 오전 6시 최대노조인 민주노총 서울교통공사노조(1노조)를 시작으로 한국노총 산하 서울교통공사통합노조(2노조), 올바른노조(3노조)와 순차적으로 임단협을 합의했다. 이에 이날 첫차부터 예고됐던 총파업도 철회했다. 앞서 노사는 전날 오후 1시부터 교섭을 시작했으나 새벽까지 핵심 쟁점을 두고 협상이 난항을 거듭했다. 인력 충원 규모와 임금 인상 폭 등에서는 입장 차이를 좁혔지만 사측이 열차 30분 앞당김, 휴가 제도 개편 등을 추가로 요구했고 노조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1노조는 이날 오전 3시10분께 협상 결렬을 공식 선언한 뒤 쟁의대책위원회를 소집해 첫차부터 파업에 돌입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오전 5시35분께 사측이 진전된 안을 제시하면서 협상이 극적으로 재개됐고, 30분 만에 합의서에 서명했다. 주요 합의 내용으로는 총인건비 인상률 3.0% 이내 임금인상과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820명 수준의 신규 채용 등이다. 당초 사

문화

더보기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또 만지작…전국을 부동산 투기장으로 만들 건가
또 다시 ‘규제 만능주의’의 유령이 나타나려 하고 있다. 지난 10.15 부동산 대책 이후 규제 지역에서 제외되었던 경기도 구리, 화성(동탄), 김포와 세종 등지에서 주택 가격이 급등하자, 정부는 이제 이들 지역을 다시 규제 지역으로 묶을 태세이다. 이는 과거 역대 정부 때 수 차례의 부동산 대책이 낳았던 ‘풍선효과’의 명백한 재현이며, 정부가 정책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땜질식 처방을 반복하겠다는 선언과 다름없다. 규제의 굴레, 풍선효과의 무한 반복 부동산 시장의 불패 신화는 오히려 정부의 규제가 만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곳을 묶으면, 규제를 피해 간 옆 동네가 달아오르는 ‘풍선효과’는 이제 부동산 정책의 부작용을 설명하는 고전적인 공식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10.15 부동산대책에서 정부가 서울과 수도권 일부를 규제 지역으로 묶자, 바로 그 옆의 경기도 구리, 화성, 김포가 급등했다. 이들 지역은 서울 접근성이 뛰어나거나, 비교적 규제가 덜한 틈을 타 투기적 수요는 물론 실수요까지 몰리면서 시장 과열을 주도했다. 이들 지역의 아파트 값이 급등세를 보이자 정부는 불이 옮겨붙은 이 지역들마저 다시 규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만약 이들 지역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