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한창희 주필] 요즘 정당이 새로운 권력기관이 돼버렸다. 대통령, 시도지사, 시장, 군수, 구청장 공천은 물론 국회의원, 시도의원, 시군구의원 등을 공천하며 정당이 갑질을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임명직이나 다름없는 비례대표 의원의 공천권도 정당이 쥐고 있다. 한마디로 민주시대에 정당이 정치 권력기관으로 새로 등장한 것이다.
문제는 정당이 그 권력에 걸맞는 자정능력이 없다는 것이다. 마치 오합지졸이 모여 중구난방으로 권력을 휘두르는 느낌이 든다.
우리나라는 이미 양당정치가 확고하게 뿌리를 내리고 있다. 역사적으로는 과거 신라와 백제에 기반을 두고 있다. 영남과 호남에서 결사적으로 지지하는 양당체제라 쉽사리 바뀔 전망도 없다. 당의 이미지가 나쁘면 당명만 살짝 바꿀 뿐 뿌리는 그대로다.
당명이 하도 바뀌어 당명을 제대로 기억하기도 힘들다. 여하튼 지금은 호남의 기반을 둔 더불어민주당이 집권당이고, 영남에 기반을 둔 국민의힘이 야당이다.
문제는 양당의 공천을 받지 않고는 선출직 공직자가 되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국민들은 어쩔 수 없이 정당이 공천한 후보자 중에서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공직자를 선출할 수 밖에 없다. 정당은 후보자들의 선거운동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 같다. 득표에 큰 영향을 못미친다고 여기는 것 같다. 선관위 후보등록 이틀 전에 국회의원이나 시장 후보를 공천한 경우도 있다.
후보자들이 자연히 유권자보다 공천권자의 눈치를 본다. 각 정당 당직자들이 오만하기 짝이 없다. 공천과정에서 비리가 판을 칠 수 밖에 없다. 유권자들이 개념없이 투표하는 지역감정이 이런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후보자들은 본선거보다 중요한 것이 공천이다. 공천권을 국민들에게 돌려준다는 말은 구호에 불과하다. 정당이 국민에게 제공하는 최대한의 서비스는 능력있고 올바른 사람을 검증하여 공천하는 것이다. 이 소중한 직무를 정당이 소홀히 하기에 정당무용론이 나오는 것이다. 정치인들이 무능한 것은 공천이 잘못됐기 때문이다.
선출직 당대표를 무시해도 곤란해
내년 3월 9일 대선을 앞두고 유력 대권후보들도 공천을 받기 위해 울며겨자먹기식으로 양당중의 하나를 선택할 수 밖에 없다.
국민의힘을 선택한 유력 대권후보측에서는 당지도부가 아니꼬울 것이다. 검찰총장과 감사원장의 막강한 권력을 휘둘렀던 후보자들에게 36세의 이준석 대표는 어린애처럼 보일 것이다. 건방지고 못마땅할 것이다. 자연히 이 대표가 주재하는 경선후보자 모임에 가기 싫을 것이다. 그렇다고 선출직 당대표를 무시하는 것도 아닌거 같다.
이 대표를 무시하고 갈등이 증폭될수록 지지율만 더 떨어진다. 이준석 대표는 당원과 국민투표에서 당당히 선출된 혁신의 아이콘이다. 왜 이준석이 당대표로 선출됐는지 곱씹어 봐야 한다. 이 대표가 경륜부족으로 실수했다고 탄핵 운운하며 깔보면 그를 지지하는 2030세대와 멀어질 뿐이다. 이준석 대표를 흔들면 정권교체는 물건너 간다.
기초지자체 정당공천 없애야
양당이 기초지자체만이라도 정당공천을 없애야 한다. 기초지자체를 정치지망생들의 정치입문 코스로 내버려 뒀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들 중에서 유능한 기초자치단체장과 기초의원을 정당에서 영입하면 정당과 정치발전에도 크게 도움이 된다.
원하던 원하지 않던 정당이 이미 권력기관으로 등장했다. 각 정당의 당직자들이 사심없이 개념정리를 명확히 했으면 좋겠다. 정당이 국가발전에 도움은 못 될망정 발목을 잡아서야 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