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이종근 기자]황창규 KT 회장이 27일 취임 2년을 맞았다.
황 회장은 삼성전자 사장 재직 당시 "반도체 메모리 용량은 1년마다 2배씩 증가한다"는 '황의 이론'을 내세워 글로벌 IT업계에서 이름을 날렸다.
황 회장은 반도체·모바일 업계에서는 성공적 커리어를 쌓았지만 2014년 KT 회장으로 부임할 당시에는 우려의 시선을 많이 받았다.
제조업과 통신업은 특성이 다르고, 이동통신 분야의 경우 동종 업계 경쟁이 유난히 치열하기 때문이다. 황 회장의 재임기간인 2014~2015년에만 이동통신3사들은 보조금 남용으로 수차례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설상가상으로 2014년 3월에는 KT 사상 최대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터져 황 회장은 취임하자 마자 고객들에게 공개적으로 사과를 해야 했다.
KT 관계자는 "2014년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벌어졌을 때 황 회장이 대응에 적극적으로 나섰다"며 "취임한 지 얼마 안된 상황이었지만 직접 전면에 나서 진실되게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해 고무적 반응을 이끌었다"고 말했다.
황 회장은 KT 체질개선에 성과를 거뒀다. 통신 속도의 단위를 메가에서 기가로 진화시키고, 인터넷전문은행 인가를 받는 등 미래 경쟁력 확보에 좋은 결과를 얻었다.
2014년 5월 취임 후 처음으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황 회장은 KT의 새로운 목표로 '기가토피아(GiGAtopia)'를 제시했다.
이 자리에서 황 회장은 KT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스마트에너지, ▲통합 보안, ▲차세대 미디어, ▲헬스케어, ▲지능형 교통관제 등 5대 미래융합서비스를 집중 육성하겠다고 발표했다.
특히 3년간 4조5000억원을 투입해 기존 인터넷보다 10배 빠른 '기가 인터넷'을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황 회장의 약속은 5개월 만에 실현됐다.
KT는 2014년 10월 20일 국내 최초로 기가 인터넷을 전국에 상용화하며 '기가 시대'를 열었다. 기가 인터넷이 제공하는 1기가급 속도는 1994년 국내에서 처음 상용화된 인터넷 서비스인 코넷(9.6Kbps)과 비교할 때 10만배 이상 빠르다.
기가 인터넷은 연초 100만 가입자를 돌파했다. KT는 2015년 6월에는 세계 최초로 '기가 LTE'를 상용화하며 유선(기가 인터넷)에 이어 무선에서도 기가 서비스를 도입했다.
한편 황 회장은 틈틈히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며 KT의 미래 비전을 밝혀 왔다.
지난 2015년 3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5'에서 '5G, 미래를 앞당기다'를 주제로 5G의 미래상을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2015년 9월 대한민국 통신 130년을 맞아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는 '지능형 기가 인프라와 ICT 융합으로 4차 산업혁명을 이끌겠다'는 전략을 공개했다. 단순한 통신기업의 비전이 아닌 국가경제에 이바지하는 국민기업으로서 미래 목표를 내비쳤다.
2015년 11월에는 인터넷전문은행 'K뱅크' 사업권을 따내 화제를 모았다. '우리동네 네오뱅크'와 '일자리를 만드는 은행'을 내세운 K뱅크는 검증된 빅데이터와 온∙오프라인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고객이 언제 어디서나 편리하게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은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중소 상공인의 창업지원, 금융 소외계층에 대한 혜택 확대, 온오프라인 연계를 통한 이용자 편의성 확대 등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경쟁사인 한국카카오은행과의 대결 구도도 흥미진진하게 펼쳐질 전망이다.
KT의 이같은 변화는 수치로도 입증되고 있다. KT는 황창규 회장 취임 첫해인 2014년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섰다. 오는 29일 발표될 KT 2015년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1조2334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