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이종근 기자]한국은행은 28일 저물가가 장기화되며, 지난 3년 내내 물가안정목표를 빗나간 것은 국제유가 하락 등의 공급 충격이 발생하고 구조적 저물가가 지속된 영향이 컸다고 분석했다.
한은은 이날 발표한 '인플레이션 보고서'에서 "소비자 물가가 2013년 이후 1% 내외의 낮은 오름세를 이어가며 2013~2015년 중기 물가안정목표인 2.5~3.5%를 지속적으로 하회했다"며 "물가상승률이 기간 내내 물가안정목표를 벗어난 것은 도입 이후 처음"이라고 밝혔다.
물가안정목표제는 중앙은행이 일정기간 달성해야 할 물가목표치를 미리 제시하고 이에 따라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방식으로 우리나라는 지난 1998년부터 도입됐다.
한은에 따르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10~2012년 3.1%에 달했지만 2013~2015년 1.1%로 2.0%p 떨어지며 목표치를 밑돌았다. 이 기간 중 목표치 이탈 폭은 평균 -1.4%p에 달했다.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인플레이션도 2% 내외에 머물며 이전 기간 보다 1%p 정도 낮았다.
이처럼 낮은 물가상승률이 지속된 것은 경기 둔화 등 수요 부진이 지속된 점도 있지만 농산물 가격과 국제유가 하락 등 여러가지 공급 충격이 중첩적으로 발생한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지난 3년간(2013~2015년) 품목별 물가상승률 기여도를 보면 공급 충격의 영향을 받은 농산물 및 석유류 품목의 기여도는 -1.6%p로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 하락 폭(-2.0%p)을 주도했다.
아울러 2012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성장, 인구고령화, 글로벌화 등 대내외 경제구조가 변화된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기존 소비자물가에서 단기적인 물가 충격 요인을 제거한 추세 인플레이션을 보면 2012년 3~4분기 들어 2%대로 내려앉은 상황이다.
이러한 저물가 현상은 전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한은은 "2014년 하반기부터 국제유가가 급락하면서 선진국은 물론 신흥 시장국까지 인플레이션이 크게 낮아졌다"며 "이에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완화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확대했지만 대부분의 국가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목표치를 하회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글로벌 요인에 의한 저물가 현상에 대해 통화정책으로 대응하는 데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으며 저물가 상황에서 정책금리를 매우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는 경우 금융불안정 등의 부작용이 야기될 위험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