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인택 기자] “한국인들은 중국인을 너무 돈으로만 본다” “행인들의 시선이 노골적으로 무시하는 느낌이다” “바가지가 심하고 불친절해 다시는 가고 싶지 않다” 한국을 찾는 아시아인들이 SNS로 남긴 글들이다. 관광산업에 대한 의존도는 점차 높아지지만 한국을 다시 찾고 싶은 국가로 만들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관광객 유치 일본에 뒤쳐져
한국을 방한하는 관광객 수는 최근 급증했다. 2014년 방한 관광객 수는 1400만명을 돌파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작년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관광객 수가 현재 추세를 유지한다고 가정할 경우, 아시아 신흥국 성장에 따라 2020년 한국을 방문할 것으로 예상되는 잠재적 총 관광 수요는 약 2300만명까지 증가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중 2020년 아시아 신흥국의 방한 관광객 수는 약 1500만명까지 증가하고 기타 신흥국에서 약 100만명, 선진국에서 약 700만명이 방한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0년 한국을 방문하는 해외 관광객 수의 증가로 약 117조2000억원의 생산 유발효과, 54조5000억원의 부가가치 유발효과 및 153만명의 취업 유발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2020년 명목 GDP의 약 2.5%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관광산업의 경제적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미래가 밝기만 한 것은 아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가 지난해 한국과 일본의 관광객 유치실적을 분석한 결과 해외 관광객 유치성과를 보여주는 주요 수치에 모두 일본에 뒤쳐진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까지 한국의 해외 관광객 유치실적이 일본을 앞섰지만 지난해 일본은 2000만 명에 육박한 외래객을 유치해 1300여만명에 그친 한국을 650만명 차이로 역전시켰다. 일본은 한화로 약 11조원의 관광수지 흑자를 기록한 반면, 한국은 약 6조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제도 개혁 시급
한일 관광실적이 역전된 것은 엔저추세에 따른 환율효과나 메르스 발생에 따른 영향도 있었지만 일본의 체계적인 관광객 유치전략 등으로 인해 주요 수치에서 한국이 일본에 뒤쳐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은 중국인 관광객 유치 실적에서 일본을 앞섰지만 중국 대만 홍콩 등 중화권으로 범위를 넓혀보면 일본은 1000만 명을 유치한 반면 한국은 700만 명에 그쳤다. 한국을 찾은 중국인이 많다고 하지만 2011년 동일본대지진 이후 지난해까지 일본을 찾은 중국인 증가율이 한국을 찾은 중국인 증가율보다 훨씬 높고, 중국 이외의 주요 지역과 국가별 외래객 증가율에서도 일본이 한국을 크게 앞섰다.
전경련은 크루즈와 쇼핑, 개별 관광 관련 시스템이 일본에 비해 뒤처진다고 지적했다. 크루즈 관광의 경우 불편한 입국 제도로 일본에 비해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주장이다. 일본은 중국인 크루즈 관광객에 대해 무비자로 7일간 자유롭게 개인 단체 관광을 허용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지정된 중국 여행사가 모집한 관광객에 대해서 3일간 단체관광만이 가능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올해 도입된 외국인 상품 구매 시 부가세를 바로 환급해주는 사후면세점 즉시환급제도의 활용도 미흡하다. 현재 이 제도를 실시하는 업체 수는 전국 561개로, 3만5000여 점포에 이르는 일본의 1.6%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일인당 쇼핑 면세한도도 일본에 비해 낮아, 인당 50만엔(554만원)까지 면세되는 일본과 달리 100만원까지만 가능한 상황이다.
새로운 관광 직업을 막는 제도가 발목을 잡기도 한다. 관광시장 성숙에 따라 맞춤형 개별 관광이 증가하는 추세지만, 1인 관광 안내사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1인 관광통역사 업종이 따로 등록돼 있지 않아 자본금 2억원 이상, 사무실 구비 등의 일반여행업 기준에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일본은 국가자격증을 소지하지 않은 사람도 관광 안내가 가능하도록 규제 완화를 추진하고 있다.
외국어 예매 시스템 없는 고속버스
택시와 콜밴 등 교통서비스 분야의 부당행위와 불법 숙박업소, 바가지요금 등 불법의 만연은 한국을 찾는 관광객들의 꾸준한 불만사항이다. 단속과 더불어 호텔이나 공항에 요금표 등의 안내서를 배치하는 등의 방식으로 개선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업소 종사자 이외의 한국인들이 적대적이고 불쾌하게 대한다는 불만도 적지 않다. 시야를 넓게 보면 인종차별에 대한 교육도 필요하다.
관광 인프라가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 또한 많다. 심지어 고속버스 같은 경우는 외국어 예매 시스템이 구축돼 있지 않다. 전경련은 “고속버스 온라인 사이트에서는 영문 중문으로 운행정보만 조회가 가능하고, 예매를 위해서는 다시 한국어 페이지에서 진행해야 한다. 한국어를 모르는 외국인들은 지인에게 부탁하거나, 버스터미널로 가서 직접 예매해야 한다”며, “영어, 중국어, 한국어 총 3개 국어로 예약 가능한 고속버스 네트워크 사이트를 구축한 일본과는 대조적”이라고 비판했다.
프로그램의 매력도 떨어진다. 국내 관광산업은 ‘한류’에 의존성이 너무 크다. 전경련은 해외에 비해 국가대표 축제가 부족한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맥주 축제인 옥토버페스트의 경우 매년 600만 명 관광객이 방문하며, 경제적 효과는 1조3000억 원에 이르는 독일 대표 축제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1년에 700여 건의 지역축제가 열림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에 인기 있는 축제는 드물다”고 지적했다. 1400만 외국인 관광객 중 문화관광축제에 방문한 비중은 고작 4%인 55만 명에 그친다. 국내에서 가장 규모가 큰 보령 머드축제조차 옥토버페스트에 비하면 외국인 방문객 수는 1/3, 경제적 효과는 1/20 수준이다.
전경련 엄치성 국제본부장은 “중국 관광객 증가로 인해 관광산업의 큰 성과가 있었다고 착각하기 쉬우나, 일본 관광 산업 성과와 비교하면 실상은 그렇지 않다”고 밝히며, “우리나라 관광산업 부흥을 위해 기존의 민관협력체계를 강화해 위기별 대응 매뉴얼 개발, 국가별 프로모션 전략 수립 등 실질적인 결과물을 도출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주장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