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조아라 기자] 구제역이 처음으로 발생한 충북 보은군 지역에서 의심신고와 확진판정이 잇따르면서 해당 지역을 중심으로 구제역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일각에서 구제역 백신 효과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방역 당국은 확산 방지에 사활을 걸고 있다.
지난 14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전날 구제역 의심신고가 접수됐던 충북 보은의 농가 2곳이 구제역 양성으로 판명된 데 이어, 예찰과정에서 농장 1곳이 추가로 양성 확진됐다. 이날 확인된 농가 3곳은 모두 O형 구제역이며, 한우 26마리를 사육하고 있다.
충북도는 보은 지역 구제역 확산 위험이 커짐에 따라 3~7차 구제역 확진 판정 농장 우제류를 전량 살처분하기로 했다. 7차 양성 판정을 받은 탄부면 구암리 한우 농장주가 운영하는 보은읍 강신리 한우 농장도 예방적 살처분 대상에 포함되면서 실제 전량 살처분 대상에 오른 농장 수는 6곳이다.
15일까지 예방적으로 살처분한 11개 농장 695마리를 포함해 20개 농장에서 총 1213마리가 살처분됐다. △젖소 농장 4곳 428마리(보은 3건 328마리, 연천 1건 100마리) △한우 농장 15곳 756마리(정읍 6건 339마리, 보은 9건 417마리) △육우 농장 1곳 29마리(보은) 등이다.
특히 구제역이 처음 발생한 보은군 마로면 관기리의 젖소 농장 3㎞ 방역대는 보은군 전체 소 2만9741마리(젖소 38농가 2347마리, 한·육우 812농가 2만7124마리)의 15%를 사육하는 축산 밀집지역이어서 우려를 더하고 있다. 구제역이 8일 만에 7개 농장으로 확산되면서 3㎞ 방역대 내에서 사육 중인 소 4432마리(젖소 14농가 1302마리, 한·육우 74농가 3130마리)의 22%에 달하는 975마리가 살처분됐다.
“항체 형성률 높아도 발생 가능”
지난 13일 이준원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은 구제역 방역추진 브리핑에서 “농장 발생 원인은 현재 역학조사 중에 있으나 일부 농가에서 백신의 보관, 취급, 접종 과정에서의 미흡한 점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전날까지 구제역이 발생한 6곳 모두 지자체가 접종한 농장이 아닌 자가 접종 농장이었다는 점에서 이 같은 추정을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백신의 효과가 없거나 미미한 것이 아니냐는 ‘물백신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세계동물보건기구(OIE)가 제시하는 구제역 항체 형성률 기준치는 80%다. 80% 이상이면 구제역 방어가 가능하다는 것인데, 구제역 확진이 잇따라 나오고 있는 보은 지역 젖소 농장과 한·육우 농장의 항체 형성률은 대부분 기준치 이상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충북 전역 평균 항체 형성률은 97.8%에 달했다.
이에 대해 충북도 관계자는 “항체가 있으면 그 규모가 작고 번지는 속도가 늦다는 것일 뿐, 구제역은 생길 수 있다”며 “구제역 백신 일제 접종 직후여서 백신 약효 때문에 침 흘림 등 구제역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고, 항체 형성률이 86%에 달한다고 해도 나머지 14%는 감염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과거 2010년 구제역 사태 때는 이번보다 확산 속도가 훨씬 빨랐다”며 “백신이 효과가 없다면 우제류 밀집 지역인 보은 축사 모두에 확산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는 항체 형성률이 낮은 밀식 축사에서 구제역이 발생해 전량 살처분했지만 앞으로는 위험도를 판단해 농가 단위로 할지, 발병한 소만 할지 판단할 것”이라며 “구제역 항체 형성률 수치는 별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확산 막으려 ‘총력’
방역 당국은 보은 지역에 집중된 구제역이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보은 지역 구제역이 25번 국도변 마로면과 탄부면 지역 농장에서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6일과 8일 각각 1건의 구제역이 발생한 뒤 추가 의심 증상 등이 발견되지 않고 있는 전북 정읍과 경기 연천과는 대조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구제역 추가 발생이 없는 연천과 정읍에 비해 보은 지역은 우제류 축사 밀집도가 현저히 높다. 첫 구제역 발생 농장 3㎞ 방역대 내 보은 지역 우제류 농장 수는 101곳인 반면 정읍은 12곳, 연천은 18곳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방역 당국은 국도 25호선 등 3㎞ 방역대 내 도로에 총 4개의 소독시설을 설치, 마로면과 탄부면에 진출입하는 모든 차량을 통제하기로 했다. 방역대 내로 들어오거나 나가는 차량은 물론 방역대 범위를 통과하는 차량까지 모두 소독해 구제역 바이러스 전파를 철저히 차단하겠다는 의지다. 이와 함께 마로면과 탄부면 전 지역을 대상으로 소독 총력전도 추진한다. 광역방제기 4대, 군(軍) 제독차 1대 등 장비와 4개 반으로 편성한 공동 방재단을 투입할 방침이다.
도 관계자는 “보은 지역 젖소와 한·육우 농장의 항체 형성률이 어느 정도 됐기 때문에 전문가들조차 이 정도까지 확산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면서 “상황이 심각하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최소한 구제역 바이러스가 방역대 밖으로 나가지 않게 하기위한 조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