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조아라 기자] 경산CU편의점알바노동자 살해사건 시민대책위원회(이하 CU대책위)는 13일 편의점 CU의 가맹본부인 BGF리테일이 지난 4일 CU 홈페이지에 팝업창 형태로 게시한 입장문에 대해 “사과로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CU대책위는 이날 서울 강남구 BGF리테일 본사 앞에서 ‘CU본사, 이런 걸 사과라고 하셨습니까’라는 주제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앞서 CU대책위는 지난해 12월14일 새벽 3시30분께 경북 경산시에 위치한 한 CU 편의점에서 야간근무를 하던 30대 알바노동자 A씨가 비닐봉투값 지불을 요구했다는 이유로 50대 남성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사망한 사건에 대한 BGF리테일의 책임 있는 자세를 요구한 바 있다.
취지발언에 나선 이가현 알바노조 위원장은 “야간알바노동자에게 모든 위험을 넘기고 이익은 본사가 챙기는 현실”이라며 △사과와 합당한 보상 △안전대책 △야간영업 유도정책 중단을 요구했다.
이어 현직 편의점 야간알바노동자인 알바노조 김광석 조합원이 피해자의 아버지가 보낸 전언을 낭독했다. 이 편지에서 피해자 아버지는 “안전 및 환경개선 문제를 양측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언론에 퍼트리고 있다”며 “이런 처사는 사회적 기업의 책임 있는 행동이 아니라고 본다”라고 BGF리테일을 규탄했다.
연대발언에 나선 양동규 민주노총 정치위원장은 “무책임하고 반인권적인 BGF리테일의 행위에 민주노총은 강력한 규탄과 분노의 입장을 밝힌다”며 문제해결에 나서지 않을 시 △소비자들의 행동 △지역에서의 활동 돌입 △CU에 가지 않을 것을 선언하겠다고 밝혔다.
CU대책위에 따르면 BGF리테일은 4일 CU 홈페이지에 팝업창을 띄우는 형태로 사과를 언급하는 입장문을 게재했다.
이에 대해 CU대책위는 “이 입장문을 사과로 보지 않는다”며 “알바노조가 BGF리테일에 요구한 사과는 홍석조 회장과 박재구 대표가 이 사건의 책임을 인정하고 유가족에게 직접 공개적인 사과를 하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BGF리테일은 유가족과 대책위원회에 사과문을 전달하지 않았으며 홈페이지에 올려놓고 유가족에게 사과문 올렸다고 문자 메시지 하나를 보낸 게 전부”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유가족은 CU측에 모든 대화는 대책위원회와 하라고 전했으나 대책위원회에는 CU측으로부터 어떤 연락도 받은 바 없다”며 “이 입장문이 홈페이지에 게재된 것은 9일까지로 1주일도 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이어 “입장문에는 무엇을 잘못했는지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어 책임을 인정한다는 내용도 빠져 있다”며 “모호하게 ‘심려를 끼쳐 드린 점에 사과드립니다’라고 말해, 사건을 빨리 덮고 무마하고 싶은 태도 이외에는 무엇도 드러나지 않는 글”이라고 지적했다.
또 “‘지속적인 개선’, ‘노력’, ‘단계적으로 도입’, ‘마련하겠습니다’ 등 ‘언젠가는 할 수도 있다’는 표현뿐, 언제까지 무엇을 하겠다는 의지와 약속은 찾아볼 수가 없다”고 사과로 인정할 수 없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CU대책위는 “현재 이 사건으로 유가족이 받은 보상은 편의점 가맹점주가 가입한 산재보험에 따른 보험금, 가맹점주가 건넨 약간의 장례비가 전부로, CU본사와 관련된 보상은 전혀 없다”며 “각종 언론에 마치 유가족이 CU본사로부터 충분한 보상을 받은 것처럼 인식할 수 있는 기사가 BGF리테일 측의 입을 빌어 나온 바 있는데, 이는 명백히 잘못된 보도”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BGF리테일 측은 사건 해결을 위한 모임의 요구를 무시하면서도 언론에 ‘안전편의점’을 만들겠다는 내용의 대책을 발표했다”며 “이 ‘안전편의점’ 계획은 기존에 이미 하고 있었던 것을 재탕한 것으로 새로울 것이 없었고 근본적인 문제를 회피하는 미봉책에 불과하다”라고 주장했다.
한편 CU대책위는 이날 오후 7시 BGF리테일 본사 앞에서 사건 해결을 위한 ‘돈은 본사가, 위험은 알바가?’ 경산CU편의점알바노동자살해사건 추모촛불문화제를 개최한다. 이와 함께 평일 아침과 점심 본사 앞에서 진행되고 있는 1인 시위를 이어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