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조아라 기자]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달 23일 서울동부구치소로 구속수감된 가운데, 이 전 대통령 일가에 대한 수사 가능성에 관심이 모아진다. 이 전 대통령이 받고 있는 불법자금 수수 및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 관련 혐의에 이 전 대통령 일가가 다수 얽혀있는 만큼, 사법 처리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검찰 등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 부인인 김윤옥 여사와 둘째 형 이상득 전 의원, 사위 이상주 변호사 등은 이 전 대통령의 불법자금 수수 혐의에, 큰형 이상은 다스 회장과 아들 이시형 다스 전무, 조카 이동형 다스 부사장 등은 다스 관련 혐의에 관련돼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회장과 이 전무, 이 부사장은 앞서 다스 실소유주 의혹과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
어떤 혐의 받고 있나
검찰은 구속영장에 이 전 의원과 이 변호사를 이 전 대통령 불법자금 수수의 ‘통로’라고 명시해 놨다. 총 22억6200만원에 달하는 자금이 이 전 대통령에게 전달된 과정에 이들이 적극적으로 개입했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이 전 의원은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건넨 22억5000만원 중 8억원을 이 전 대통령에게 전달했으며, 이 변호사 또한 불법자금 11억원을 받아 이 전 대통령에게 건넸다.
이상은 회장은 이 전 대통령이 재산을 차명으로 보유하는 것과 관련해 도움을 준 것으로 조사됐다. 이 회장 명의의 도곡동 땅과 이를 매각해 마련한 다스 지분 등은 이 회장이 소유하고 있으나 사실상 이 전 대통령 소유라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김 여사의 경우 억대에 달하는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이하 국정원 특활비)를 수수했다는 의혹에 이어 이 전 대통령 측근들을 통해 10억원대에 달하는 뇌물을 수수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이와 함께 이팔성 전 회장이 건넨 22억5000만원 가운데 5억원 가량이 김 여사에게 흘러간 의혹도 있다. 이 밖에 다스 법인카드를 통해 1990년대 중반부터 2007년까지 10년여간 4억원을 사용했고, 대선 전 한 사업가로부터 명품가방과 3000만원을 수수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이 전무는 다스 내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다스 자회사로부터 40억원을 부당 지원받는 등 각종 불법적 이득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병모 청계재단 사무국장을 재판에 넘기면서 이 전무를 40억원대 배임 혐의 공범으로 적시했다. 또, 이 전무는 주주가 아님에도 매년 6억원의 배당금을 챙겼고, 자신이 관리하던 이상은 회장 명의 통장에 입금돼 있던 도곡동 땅 매각 대금 중 10억원도 가져다 쓴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이 전 대통령과 이 전무 등은 다스가 이 전 대통령의 소유가 아니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김 여사가 다스 법인카드를 장기간 사용했고 다스 주식이 한주도 없는 이 전무가 마음대로 회삿돈을 가져다 쓸 수 있었던 이유는 다스의 실소유주가 이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라고 검찰은 판단하고 있다. 특히 김 여사는 이 전 대통령 일가 중 다음 조사 대상으로 가장 유력하게 꼽히는 인물이기도 하다.
이 부사장은 다스 직원의 횡령금 120억원을 다스 자금으로 편입하는 과정에서 각종 불법을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이 부사장과 공모해 31억원에 달하는 법인세를 포탈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이 부사장은 앞서 하청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지난 2월 재판에 넘겨지기도 했다.
이처럼 이 전 대통령 일가가 이 전 대통령과 관련된 갖가지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이들에 대한 사법 처리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검찰 측은 가족 및 측근들에 대한 수사가 압박 수사나 정치 보복으로 내비쳐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조심스러워 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등 돌린 MB수족들
앞서 검찰 조사를 받았던 이 전 대통령의 측근들은 기존 수사 과정에서 했던 진술을 뒤집고 이 전 대통령에게 불리한 진술을 해 수사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역할을 했다. 대표적인 인물이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과 김희중 전 제1부속실장이다. 이들은 이 전 대통령이 국정원 특활비를 유용한 사실을 인정했다.
국정원 특활비 4억원 수수 혐의를 받고 있는 김 전 기획관은 검찰 조사에서 이 전 대통령이 특활비 수수를 지시한 사실이 있다고 진술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을 해당 혐의의 주범으로, 김 전 기획관을 방조범으로 판단하고 있다. 김 전 기획관은 자신의 첫 번째 재판에서 “죄에 대해 아무런 변명도 하지 않을 것이고 여생을 속죄하며 살겠다”며 “철저한 수사를 통해 모든 진실이 밝혀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건 전모가 국민들에게 알려질 수 있도록 성실하고 정직하게 재판에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김 전 실장은 국정원에서 받은 10만달러를 이 전 대통령 부부의 미국 국빈 방문 전인 2011년 10월 김 여사를 보좌하는 행정관에게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해당 행정관으로부터 청와대 내실에 있는 책상 위에 돈을 올려놨다는 진술도 받아냈다. 혐의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던 이 전 대통령이 김 여사 측을 통해 10만달러를 수수했다는 혐의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관련 진술이 구체적이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스 실소유주 의혹과 관련해서는 김성우 전 사장, 권승호 전 전무 등이 이 전 대통령이 실소유주라는 취지의 진술을 내놨다. 이들은 2007년 검찰과 2008년 특별검사팀 수사 당시 다스와 관련해 거짓 진술한 사실을 인정하고 다스 설립 및 운영 과정에 이 전 대통령의 관여가 있었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대통령의 ‘금고지기’로 알려진 이병모 청계재단 사무국장과 이영배 금강 대표 역시 이 전 대통령 범죄 사실을 인정하는 취지 진술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이학수 전 삼성전자 부회장이 다스 소송비 대납과 관련해 이 전 대통령의 요구가 있었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