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오승환 기자] 위기는 보이는 것만 무서운 게 아니다.
보이지 않는 위기가 더 크고 무서운 법이다.
보이지 않기에 감지하기 어렵고 감지하더라도 체감하는 정도가 약해지기 때문이다.
“14년 의정생활 가운데 12년을 보건복지상임위원회에서 일했습니다. 보건복지위는 인기 있는 상임위는 아니지만 국민 실생활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대단히 중요한 위원회입니다. 덕분에 우리 사회의 구조적 폐단과 불평등, 고착화된 위기를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양 지사는 누구보다 오랫동안 대한민국의 사회병리적 현상을 지켜봐 왔다.
“지금 대한민국은 늪에 빠진 코끼리 같습니다. 사회 양극화, 고령화, 저출산이라는 세 가지 위기는 우리를 절망에 빠뜨리고 늙고 병들게 하며 심지어 소멸의 나락으로 떨어뜨리고 있죠.”
사회양극화는 저출산과 노인 빈곤, 노인 자살을 야기하고, 고령화는 세대·계층 간 재정·세제 갈등을 유발한다.
무엇보다 저출산은 모든 병폐가 응축된 결과이자 원인이다.
“위기를 위기로 보지 못하면 감당할 수 없는 피해에 직면하게 됩니다. 특히, 아이와 어르신, 힘없는 서민의 고통은 말할 수 없이 커지게 되죠.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저성장, 고실업, 고부채, 저출산, 고령화 등은 서로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 문제며 현 사회의 원인으로 발생한 결과입니다.”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우리가 갖고 있는 문제가 무엇인지 몰라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양 지사는 눈에 보이는 단기 정책들에만 매달리다 시간만 흘려보냈다고 진단했다.
“현재 대한민국은 OECD 회원국 중 최저 수준의 저출산 국가이며, 고령화가 가장 빠른 나라입니다. 1970년대엔 출생아가 100만이 넘었고, 출산율도 4.53명에 달했죠. 30여 년이 지난 2001년 출생아는 55만으로 급락했고, 출산율 역시 1.3명으로 줄었습니다. 급기야 2018년 출생아는 32만 6,900명으로 곤두박질쳤죠.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상황까지 이르렀습니다.”
양 지사는 현재의 출산율이 유지된다면 2100년엔 인구가 2,468만으로 줄고, 2500년이면 33만밖에 되지 않을 거라며 한탄했다.
고령화 문제도 심각하다.
“2025년 대한민국 고령인구는 1,000만을 돌파할 것으로 보입니다. 인구 5명 중 1명은 노인이라는 뜻이죠. 놀랍지 않으세요? 스웨덴, 포르투갈, 그리스의 총인구와 필적하는 수치입니다. 양도 양이지만 속도는 더 문제죠. 고령화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데 프랑스는 155년, 미국은 88년, 일본은 36년이 걸린 데 비해 우린 불과 25년 만에 세계에서 가장 빨리 늙은 나라가 되는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절반에 가까운 노인 빈곤율과 노인자살률 OECD 1위라는 불명예는 우리를 스스로 참담하게 만든다.
노인 100명 가운데 1명은 폐지를 줍지 않으면 생계를 유지할 수 없게 됐고, 그 수가 무려 8만을 넘어섰다.
“대한민국을 지키고 키운 어르신들에게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차마 고개를 들 수 없습니다. 죄송스러운 마음이 들 뿐이죠.”
MIT 석좌교수 엘리스 암스덴은 2차세계대전 이후 한국의 눈부신 경제발전을 높이 평가하며 “한국이 일본에 이어 아시아의 거인이 될 것”이라 전망했다.
이를 두고 양 지사는 아시아의 거인이 되는 게 아니라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이을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소득양극화가 그 이유다.
“어느새 우리나라는 전 세계 최악의 소득양극화국가가 됐습니다. 2019년 3분기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상위 10% 계층의 월평균 소득은 1,182만9,000원인데 비해 하위 10% 계층의 월평균 소득은 90만1,000원 수준에 불과합니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이 우리에게도 닥칠지 모른다는 우려와 공포가 스멀스멀 올라오죠.”
거인의 길은커녕 장기불황의 길을 걷게 될 수도 있다는 염려다.
“정치인의 존재이유는 국가의 안위, 국민의 안녕과 행복을 책임지는 것입니다. 국가가 위기에 처했을 때, 국민의 삶이 위협받을 때 목소리 높여 알리고 국민에 정확한 실상을 전달하는 것. 그래서 사회적 합의와 결단으로 벼랑 끝에 선 사회를 다시 본 궤도에 서도록 이끄는 게 정치인의 의무 아닐까요? 사회양극화·고령화·저출산의 3대 위기를 극복 하는 것. 우리 모두 함께 머리를 맞대고 서로의 의지와 지혜를 더해야 할 과제입니다.”
양 지사는 확신한다.
위대한 대한민국의 역량을 놓고 볼 때 3대 위기를 정확하게 인식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룬다면 얼마든지 극복 가능하다는 것을.
그리고 지속가능하며 빛나는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양 지사는 다양한 상상력과 아이디어로 이 과제를 풀어나가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을 태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