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이상미 기자]세월호에서 구조된 경기 안산 단원고 2학년 학생들은 29일 “(선원들이) 초기에 침몰 상황을 제대로 알려줬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살 수 있었을 것”이라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한 학생은 “친구들은 수학여행 가다가 사고가 나 죽은 게 아니라 사고 후 대처가 잘못돼 죽은 것”이라며 선원들을 엄벌해 달라고 재판부에 눈물로 호소했다.
광주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임정엽)는 이날 수원지법 안산지원에서 단원고 학생 22명을 증인으로 출석시킨 가운데 이준석 선장 등 세월호 승무원 15명에 대한 공판을 진행했다. 생존학생들의 법정 증언은 전날(29일)에 이어 이번이 두번째다.
학생들은 친구 또는 가족의 손을 잡고 법정에 나와 힘겹게 당시 기억을 떠올렸다. 모두 사고를 잊지 말자는 의미에서 'remember 0416'이라고 적힌 노란 팔찌를 차고 있었다.
A양은 “배가 기울면서 방안에 물이 들어와 친구들과 서로 도와가며 복도로 나갔다는데 박지영(승무원) 언니가 구명조끼를 입으라고 했다. 이후 옆으로 굴러 떨어지셨는데 가만히 있으라고 해서 언니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도 가만히 있었다”고 증언했다.
B양은 “침착하게 가만히 있으라는 안내방송이 나왔지만 가만히 있으면 구해주지 않을 것 같아서 나왔다. 어떤 아저씨들이 소방호스를 연결해줘서 그걸 잡고 가까스로 벽을 타고 탈출했다”고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C양은 “배 안에 물이 차올라 가만히 있을 수 없어서 물로 뛰어들었다. 같이 뛰어든 친구 중 1명은 갑판으로 나갔는데 휩쓸린 친구는 나오지 못했다. 그 친구가 바닷물에 잠기는 모습이 떠올라가지고…”라고 말하다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이 학생은 이어 “(친구들은) 수학여행 가다가 사고난 게 아니라 사고 후 대처가 잘못돼 죽은 것”이라며 “선원들이 가벼운 징역을 받고 나오길 바라지 않는다”고도 했다.
오후에 나온 D군은“배에 물이 들어오기 시작했을 당시 한 쪽 다리가 수압 때문에 출입문에 걸려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다”며“(다리가 걸려 있는 동안) 계단쪽으로 친구들 15명이 휩쓸려가는 것을 봤는데 모두 살아오지 못했다”며 고개를 떨궜다.
그는 이어 “친한 친구 13명 중에 저 혼자 살아와 쓸쓸한 학교 생활을 하고 있다”며 “친구들이 왜 아무 이유없이 죽은 건지 이유가 궁금하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사고 후 샤워를 하려고 물을 틀었는데 숨이 턱 막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화장실에 갇혀 있던 여자애가 나오지 못한 게 많이 생각난다”,“아직도 배나 친구들이 나오는 꿈은 꾼다”라는 등 사고 후 겪은 정신적인 고통도 호소했다.
또 “해경 헬기 소리가 들려 살았나보다 했는데 계속 기다리기만 했다”, “해경은 바다로 뛰어내린 후 건지기만 했다”, “친구들은 해경이 도착했다고 하길래 믿고 계속 기다렸다”며 해경 구조에 대한 원망도 쏟아냈다.
학생들이 증언하는 동안 방청석에서 이를 지켜보던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긴 탄식과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학생들의 심리적 안정을 위해 증인신문을 비공개로 진행하면서 학부모와 기자단 대표의 방청만을 제한적으로 허용했다. 이준석 선장 등 피고인들은 전날에 이어 출석하지 않았다.
광주지법은 피해자의 심리상태와 거주지를 고려해 생존학생 23명과 일반인 3명 등 모두 26명의 증인신문을 전날에 이어 이날까지 이틀간 안산지원에서 진행했다. 기간 중 증인신문에는 단원고 학생 22명과 일반인 3명이 증인석에 앉았다. 이 중 학생 1명은 재판부가 마련한 영상중계 장치를 이용해 화상으로 증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