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부삼 기자]박근혜 대통령 취임이후 국내에서 처음으로 열린 다자정상회의인 한·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특별정상회의가 이틀간의 일정을 마치고 12일 미래비전 공동성명 채택을 끝으로 폐막했다. 이번 회의는 한·아세안 대화관계 수립 25주년을 기념한 것으로 지난 2009년 제주에서 대화관계 수립 20주년을 기념해 열린 회의에 이은 두 번째 특별정상회의다. 박 대통령은 이번 특별정상회의를 통해 지난 25년간의 한·아세안 협력관계를 더욱 돈독히 다지고 인구 6억명 규모의 거대 단일시장인 '아세안 공동체'의 출범을 앞두고 아세안과의 새로운 협력 청사진을 제시했다.
경제적으로는 한·아세안 자유무역협정(FTA)의 활용도를 높이는데 주력하고 외교·안보 분야에서는 한반도 평화통일과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 등에 대한 회원국들의 지지 표명을 이끌어냈다.
◆‘거대 단일시장’ 아세안에 적극적 구애
냉전시대인 1960년대말 동남아국가들의 안보상 공동대응 필요성에 따라 지역 협의체로 창설된 아세안은 2013년 기준 한국 제1의 방문지역(462만명)이자 제2의 교역상대국(1350억달러), 제3의 투자대상지역(38억달러)으로 자리매김했다.
여기에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아세안+3(ASEAN+한·중·일), 아세안확대국방장관회의(ADMM+) 등의 외교·안보 협의체를 주도하며 동아시아 지역협력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특히 내년에는 정치·안보, 경제, 사회·문화의 3개 범주를 포괄하는 아세안 공동체를 출범시킬 예정인데 이는 인구 6억4000만명, 국내총생산(GDP) 규모 약 3조달러의 거대 단일시장 형성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미국, 중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세계 주요국의 관심이 뜨겁다.
박 대통령이 이번 특별정상회의를 통해 적극적으로 '아세안 끌어안기'에 나선 이유도 아세안 공동체 출범시 한국의 새로운 미래성장 동력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데 있다.
실제로 박 대통령은 특별정상회의를 계기로 ▲새마을 석사과정 초청연수 등 새마을운동 경험 공유 ▲아세안 이공계 우수인재 연간 100여명 초청 ▲한·아세안 협력기금(500만→700만달러) 및 한·메콩 협력기금(80만→100만달러) 확대 ▲한국 전자정부시스템 구축 및 공공행정서비스 경험 공유 ▲아세안 사무국 IT인프라 업그레이드 지원 등의 선물을 내놓으며 적극적인 구애를 펼쳤다.
박 대통령은 또 '공동 번영의 파트너', '역내 평화의 견인차', '문화융성의 동반자'를 미래협력의 청사진으로 제시하며 한·아세안 전략전 동반자 관계의 업그레이드를 꾀했다.
그 결과가 경제협력부터 정치·안보, 사회·문화, 한반도 및 동북아 평화·안정 등 전 분야를 총망라해 실질협력 강화를 다짐한 미래비전 공동성명 채택이다. 공동성명에서 양측은 아세안이 주도하는 지역협의체 협력과 안보대화를 강화하고 한·아세안 교역량을 2020년까지 2000억달러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담았다.
주철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공동성명 채택과 관련해 “2015년 공동체 출범으로 경제적 잠재력과 지경학적 중요성이 증가하게 될 아세안과의 경제적 유대관계를 강화함으로써 역내 상생의 경제기반을 강화하고 세계경제의 회복을 위한 신성장동력으로서 양측의 역할을 제고하는데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세안 10개 회원국 모두와 ‘릴레이 양자회담’
이번 특별정상회의를 전후해 10개 회원국 모두와 양자회담을 가진 것도 아세안 끌어안기 노력의 일환이다.
박 대통령은 특별정상회의 참석차 부산을 방문한 10일부터 이틀 동안 베트남·미얀마·인도네시아·라오스·태국·필리핀·싱가포르 등 7개국과 연이어 정상회담을 가졌다.
지난 9~10일에는 특별정상회의 기간에 앞서 우리나라를 공식방문한 브루나이·말레이시아 정상과도 회담을 가졌으며 오는 13일 서울에서 캄보디아와 정상회담을 끝으로 10개 회원국과의 릴레이 정상회담을 마무리한다.
박 대통령은 릴레이 양자회담을 통해 우리 기업의 애로사항 해소와 건설·인프라 수주 지원, 맞춤형 경제협력 모델 등을 논의했다.
특히 한국수자원공사가 5조4000억원 규모 프로젝트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가 사업이 불투명해진 태국 물 관리 사업은 이번 회담을 계기로 우선협상대상자 권리를 재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또 말레이시아~싱가포르 간 고속철도사업의 경우 양국 정상이 모두 한국 기업의 참여를 환영한다는 뜻을 표함에 따라 향후 우리 기업의 진출에도 유리한 여건이 조성됐다.
한·인도네시아 정상회담에서는 그동안 논의가 중단됐던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 협상을 다시 논의하기도 했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개방에 소극적인 입장이지만 향후 조건이 맞는 대로 재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만큼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한·아세안 FTA 활용도 제고…한·베트남 FTA 타결
박 대통령은 한·아세안 FTA의 활용도를 높이는 계기도 마련했다. 한·아세안 FTA는 2007년 상품협정을, 2009년 서비스·투자협정을 발효한 상태지만 낮은 자유화율과 까다로운 원산지 기준 등으로 우리 기업의 한·아세안 FTA 활용률은 38.1%에 불과하다.
이는 한·미 FTA 76.1%, 한·EU FTA 80.9% 등 다른 FTA의 활용률에 비해 한참 떨어지는 수준이며 우리나라가 맺은 다른 국가들과의 FTA 활용도 평균(69.5%)에도 크게 못 미친다.
이에 따라 박 대통령은 FTA 활용에 장애가 되고 있는 상호주의제도의 축소와 무역원활화를 위한 규정의 도입을 촉구하고 2015년말까지 목표로 하고 있는 한·아세안 FTA 추가자유화 협상의 순조로운 진행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또 베트남과의 양자회담에서 협상 개시 28개월만에 한·베트남 FTA의 실질적 타결을 이끌어냈다. 한·베트남 FTA는 우리나라의 15번째 FTA이자 현 정부 출범 이후 타결한 5번째 FTA가 됐다.
이번 FTA로 인구 9000만명의 신흥시장으로 매년 5∼6%의 경제성장률을 보이고 있는 베트남 진출 확대 계기가 마련되면서 고급 승용차나 전기밥솥, 믹서기, 전기다리미,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TV 등 가전제품과 화장품의 수출 확대가 기대된다.
또 중소기업의 주력 수출품인 섬유, 자동차부품 등의 분야가 개방돼 중소기업 제품의 수출이 촉진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며 베트남 시장 내에서 경쟁국인 일본에 대한 우리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도 높아지게 됐다.
나아가 아세안 회원국 중 우리와 교역순위 1위인 싱가포르, 2위인 베트남 모두와 양자 FTA를 타결하게 돼 한·아세안 FTA의 추가 자유화에 유리한 여건도 조성됐다.
◆한반도 비핵화 및 동북아평화협력 구상 지지 확보
박 대통령은 이번 특별정상회의 기간 동안 아세안이 한반도의 평화 안정을 도모하는데 적극 지원해 줄 것을 당부하고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의 실현이 아세안과 연결되는 동아시아 안보에 기여한다는 점을 일관되게 강조함으로서 회원국들의 지지를 확보했다.
이에 따라 공동성명에는 ▲조속한 한반도 비핵화 달성 노력 지속 ▲최근 한반도 정세 및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한 우려 ▲북한의 국제의무와 약속의 완전한 이행 촉구 ▲6자회담 재개를 위해 필요한 조건의 조성 등의 내용이 담겼다.
또 아세안 정상들이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한반도 평화통일구상,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 등 우리 정부의 3대 외교·안보 구상을 환영한다는 내용도 공동성명에 포함됐다.
주 수석은 “우리나라의 한반도 및 동북아 평화 구상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지지가 많이 나왔다”며 “한반도 비핵화가 동아시아와 세계 평화에 긴요하다는 것을 여러 정상들이 강조한 것이 특징적으로 느껴졌고 좋은 기반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