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창진 기자] 한국 무대에서 '거포 유격수'로 활약하다가 메이저리그(MLB)로 진출한 강정호(28·피츠버그 파이어리츠)가 미국 무대에서도 활약을 선보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물음표가 따라다닌다.
한국프로야구에서 뛰다가 메이저리그로 진출한 야수는 강정호가 최초인 탓이 크다. 그나마 비교대상으로 삼을 수 있는 일본에서 메이저리그로 진출한 야수 가운데 성공한 경우도 드물다.
일본프로야구 출신으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일본인 야수 중에 스즈키 이치로, 마쓰이 히데키 등 외야수 성공 사례는 존재한다.
그러나 유독 내야수들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역대 일본인 야수 가운데 두 번째로 많은 입찰액(532만9000 달러)을 받은 니시오카 쓰요시는 2011~2012년 2년 동안 71경기에 나서 타율 0.215 20타점을 올리는데 그쳤다.
2006년 12월 포스팅에서 450만 달러의 입찰액을 받고 메이저리그로 떠난 이와무라 아키노리도 별다른 활약을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계속 되는 일본인 내야수들의 부진에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일본인 내야수에게 지갑을 열기를 꺼렸다.
아시아권 선수에 대한 실패 사례가 있는 만큼 현지에서는 강정호의 성공 여부에 물음표를 달 수 밖에 없다. 게다가 한국프로야구는 일본프로야구보다 한 단계 낮은 평가를 받는다.
특히 외신들은 강정호의 수비에 적잖은 물음표를 달고 있다.
우려의 시선이 적잖지만 강정호의 수비 스타일은 메이저리그와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일본프로야구 내야수들은 철저하게 정면에서 타구를 잡아 처리한다. 이런 경우 스텝을 더 밟을 수밖에 없다. 일본보다 신체능력이 좋은 타자들이 즐비한 메이저리그에서 이런 식의 수비는 한 발 늦게 된다.
백핸드로 타구를 잡아 처리할 경우 스텝을 더 적게 밟고 한 발 더 빠르게 송구하는 것이 가능하다. 메이저리그 내야수들은 이런 수비에 능숙하다.
강정호는 일본보다 메이저리그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그는 백핸드 수비에 능숙하고 강한 어깨를 바탕으로 한 송구를 강점으로 삼는다.
그를 지도했던 넥센 히어로즈의 염경엽(47) 감독은 "강정호의 유격수 수비는 미국 스타일에 가깝다. 강정호는 국내 유격수 가운데서도 백핸드 수비를 많이 하는 편이다. 스텝을 밟지 않고 바로 1루로 송구하는 능력도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피츠버그는 강정호를 어떤 포지션으로 기용할지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밝히지 않고 있다. 현지 언론들은 2루수로 기용될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고등학교 시절 포수로 뛰기도 했던 강정호는 글러브에서 볼을 빼는 속도도 빠른 편이어서 2루수로 뛰는 것도 크게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다.
강정호는 명확하지 않은 자신의 포지션에 대해 "되도록 유격수로 뛰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강정호가 원하는 포지션에서 메이저리그 성공 신화를 쓰려면 스프링캠프에서 충분히 유격수도 가능하다는 것을 최대한 보여줘야 한다.
한국프로야구에서 뛰던 야수로는 최초로 메이저리그 무대에 진출한 만큼 그에게 쏠린 관심은 대단하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은 올 시즌 피츠버그의 새 얼굴 가운데 주목할 선수를 꼽으면서 강정호를 포함했고, '뉴욕 포스트'는 올 시즌 메이저리그에서 흥미로운 인물 50명을 선정하면서 강정호를 15위에 올렸다.
강정호가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할 경우 한국인 야수의 메이저리그 진출은 한층 수월해질 수 있다.
강정호의 메이저리그 도전이 한국프로야구 역사에도 중요한 셈이다. 한국을 떠나 아시아 출신 내야수도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로 남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강정호의 도전은 '위대한 도전'이라고 볼 수 있다.
메이저리그 스타일을 갖춘 강정호의 '위대한 도전'이 이제 막 시작되려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