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박철호 기자] 한국 생활 8년차에 접어든 일본인 호소야 마리코(41)씨는 사회인 야구 4개 팀에서 활동하는 야구광이다.
주포지션은 투수와 2루수. 남들보다 조금 더 야구를 좋아하는 동호인 정도로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가 여성이라는 점을 알게 된다면 대다수는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인다.
일본에서 학원을 운영하며 속된 말로 '잘 나가던' 호소야씨가 한국에 정착한 것은 2007년 여름이다. "대학교 때 어학연수로 처음 한국에 왔는데 한국의 모든 면이 좋았다. 외동딸이라 부모님 곁을 떠나기 어려워 여행으로 아쉬움을 달랬는데 인생을 후회하면서 살고 싶지 않아 한국에서 살기 시작했다. 부모님께는 잠깐 공부하러 간다고 거짓말을 했다"고 웃었다.
야구와 연을 맺은 지는 5년째다. 우연히 기회가 닿았다.
2015전국생활체육대축전이 진행 중이던 지난 16일 이천시 꿈의 구장에서 만난 호소야씨는 "중학교 때 소프트볼을 잠깐 한 것이 전부였다. 한국에 와서 고등학교 일본어 교사로 일을 했는데 당시 선생님들이 야구팀을 만든다는 이야기를 듣고 무작정 나도 하고 싶다고 했다"며 "협회에 물었더니 여자는 뛸 수 없다는 규정이 없었다. 그래서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현재 호소야씨는 프리랜서 일본어 강사로 활동 중이다. 번역과 통역 업무도 담당한다. 주말에는 업무를 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글러브와 배트를 챙겨 야구장으로 향해야 하기 때문이다. D그루스와 F다이노스, K슬러거, 배드 가이즈 등 4개팀을 오가며 야구를 즐긴다.
호소야씨는 17일 막을 내린 대축전에 일본야구팀 매니저 자격으로 참여했다. 출전 자격을 얻지 못해 직접 뛸 수 없었던 그는 매니저로 아쉬움을 달랬다. 호소야씨는 "주말에 경기를 할 수 없다는 점은 아쉽지만 이곳에서도 야구를 볼 수 있으니 괜찮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가냘픈 체구의 여성이 거친 남성들과 함께 그라운드를 누빌 수 있을지 의구심도 들었다. 우려와 달리 호소야씨의 실력은 무척 수준급이었다.
호소야씨는 "지난주에는 선발로 나서 54개를 던졌는데 안타는 1개 밖에 맞지 않았다. 타석에서는 2루타도 날렸다"고 어깨를 들썩였다.
여자인 호소야씨가 남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까지는 끊임없는 노력이 뒤따랐다.
호소야씨는 "겨울에 운동을 정말 열심히 했다. 남자 선수들보다 훨씬 더 열심히 했다. 많이 한 날에는 일을 조절하며 9시간씩 투자했다. 개막전에서 왼손 검지 골절상을 당했지만 회복 후 오히려 컨디션이 더 좋다"고 웃었다.
"주말 야구 경기를 기다리는 재미로 평일에 더욱 일을 열심히 한다"는 호소야씨. 그에게 야구는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두 글자가 됐다. 비단 야구 뿐 만이 아니다. 호소야씨는 시간이 날 때마다 배드민턴, 탁구 등을 통해 시간을 보낸다. 덕분에 몸과 마음 모두 건강함을 유지하고 있다.
미혼인 호소야씨는 "사실 내 나이 또래 동성 친구들을 보면 운동을 거의 하지 않는다. 그 친구들은 매번 여기저기 아프다고 한다. 조금만 움직여도 힘들다고 하는데 나는 그런 것이 없다. 만일 나도 운동을 하지 않았다면 지하철 계단을 올라가는 일도 많이 힘들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운동의 효과를 몸소 체험하고 있는 호소야씨는 건강한 삶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평생 운동을 계획 중이다. 나이가 들어 야구를 하지 못하게 됐을 때를 대비한 계획까지 이미 마련했다.
운동을 정의해 달라는 요청에 주저 없이 "삶의 활력소"라고 답한 호소야씨는 "60~70대 야구팀도 있지만 내가 하기에는 조금 힘들 것 같다. 나이가 들어 야구를 그만하게 된다면 사격을 해보고 싶다. 어찌됐든 운동을 멈추는 일은 없을 것이다. 말 그대로 생활이 체육이 됐다"고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