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이종근 기자]정부의 단발성 소비 진작책이 사라지자 개선세를 보이던 소비심리가 6개월 만에 뒷걸음질쳤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MERS) 사태 이후 남발한 세일 이벤트 약발이 떨어진 데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 악재까지 겹치며 소비심리가 다시 위축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내년초부터 '소비절벽' 우려가 가시화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12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달 중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3으로 전월보다 3포인트 떨어졌다.
CCSI는 지난 6월 메르스의 여파로 99까지 내려앉았다. 이는 2012년 9월 이후 최저치였다.
정부는 곤두박질 친 소비심리를 끌어올리기 위해 각종 부양책을 꺼내들었다. 특히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기 위해 세일 이벤트를 집중적으로 열었다.
8월14일부터 10월31일까지 '코리아그랜드세일', 10월1일부터 14일까지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그리고 11월20일부터 이달 15일까지 'K-세일데이' 등이 잇달아 진행됐다.
효과가 있었다. CCSI는 7월 100으로 소폭 올랐고 이벤트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8월 102, 9월 103, 10월 105, 11월 106으로 5개월 연속 상승 곡선을 그렸다.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했다. 추가 이벤트가 없는 12월이 되자 소비심리는 곧바로 얼어붙었다. CCSI가 6개월 만에 하락 전환했다.
엎친 데 덮친 격 미국이 이달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자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며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더욱 증폭됐다. 특히 한국은행의 금리인상 우려로 씀씀이 줄이기가 불가피하게 됐다.
이번 소비자동향조사에는 전국 도시의 2046가구가 응답했는데 이들의 생활형편, 소비지출, 향후경기, 취업기회, 주택가격전망 등은 전월보다 최소 2포인트에서 최대 11포인트까지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반대로 금리수준(+4), 가계부채(+1), 물가수준전망(+2·이상 전월 대비)은 1~4포인트 올라 소비자들의 삶은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 결과로 우리나라의 내년 경제 성장 전망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주요 연구기관장과 가진 조찬간담회에서 "우리 경제는 여러 대내외 어려운 환경에도 불구하고 추가경정예산, 블랙프라이데이 등 적극적 정책 대응에 힘입어 내수 중심의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며 "현재의 회복 모멘텀을 계속 이어간다면 내년에 3%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정부의 개별소비세 인하와 블랙프라이데이 등 정책적 뒷받침이 된 소비 활성화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며 내년 3%대 성장을 제시했다.
11월까진 유효했지만 12월 들어 얘기가 달라졌다. 정부는 그동안 내수 회복을 내년 경제 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내세웠는데 소비심리가 고꾸라지며 앞선 주장들에 힘이 빠져버렸다.
정부와 한은은 아직 심리만 위축됐을 뿐 소비급감이 현실화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이런 기대가 희망에 그칠 공산이 커지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