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인류의 기초학문을 구축한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의 위대한 저서 중, 자신의 주장을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화법을 담은 ‘변론술’이란 책이 있다. ‘지지 않는 대화’는 이 ‘변론술’을 현대적으로 정리한 것이다. 일본의 유명 편집자이자 저술가인 다카하시 겐타로는 ‘변론술’을 분석해 지금 상황에 맞는 내용을 선택하고 쉬운 말로 바꿨다.
화자의 인성 연출도 기술
지금으로부터 약 2500년 전, 민주주의가 꽃피우던 고대 그리스와 이탈리아에서는 사유재산 관련 재판이나 법률 제정 과정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결과를 끌어내기 위해 시민들에게 뛰어난 화술이 절실했다. 이 같은 배경에서 상대를 설득하는 기술, 즉 ‘변론술’이 유행하고 이를 가르치던 이들인 일명 소피스트까지 생겨났다. 당대 소피스트의 ‘변론술’은 밝혀내야 할 진실을 덮고 임기응변적인 기술이 강조된 잔재주에 가까웠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 같은 풍토에 대응해 보다 정통적인 설득의 기술을 구축하고자 ‘변론술’을 집필했다. 저자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변론술’을 “설득력의 정수”라고 표현했다. 설득 내용의 논리성뿐 아니라 듣는 이의 감정 및 말하는 사람의 인성 등 설득 과정에서 필요한 인간의 감정적인 면까지 세심하게 다루고 있다는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생각한 변론술이란 ‘특별한 지식 없이도 상대를 설득할 수 있는 방법’으로서 ‘상식’을 바탕으로 상대를 수긍하게 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의 변론술은 크게 3가지 요소로 이뤄지는데, ‘지지 않는 대화’에서는 이 내용을 우리에게 익숙한 현대적 사례를 들어서 쉽게 설명한다. 변론술은 크게 3가지 요소는 ‘주장하는 내용의 올바름’ ‘듣는 사람의 기분 유도’ ‘말하는 사람의 인성 연출’이다.
궤변으로부터 나를 보호하는 법
주장하는 내용의 옳음이 항상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심지어 내 말이 옳다는 것을 모두가 인정하더라도 그것을 아무도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옳은 말이 그 자체로 고스란히 대중에게 받아들여지는 것이라면 정의로운 정치인이 선거에 패하거나 범죄자가 변호사의 실력으로 벌을 받지 않는 일들은 생기지 않을 것이다. 주장의 정의로움이나 옳음은 많은 이해와 공부가 필요하기 때문에 쉽게 판단하기 어렵다. 대중은 그보다는 쉽게 판단할 수 있는 단서들을 이용한다. 그것이 그 주장을 말하는 사람의 분위기나 편견 등이다.
이 같은 비논리성에 의해 판단이 내려진다는 점은 인간이 가진 취약점이며, 민주주의에서는 많은 시스템의 모순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그래서 설득의 기술이 필요한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이 진실을 호도하는 방법이나 임기응변을 알려주는 책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자신이 옳은 주장을 함에도 불구하고 이미지나 편견에 의해 억울한 상황에 놓이지 않기 위한 대책에 가깝다. 화술의 잔재주를 전파한 소피스트에 대한 반론으로 ‘변론술’을 아리스토텔레스가 집필했듯, 이 책은 궤변으로부터 나를 보호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그럼으로써 궁극적으로 겉만 번지르르하고 속이 빈 궤변들보다 나의 내실 있는 주장이 더 잘 통하도록 도와준다. 다툼이 있을 때 억울하게 지지 않기 위해 아리스토텔레스의 설득 기술을 살펴보자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