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원성훈 기자] 안철수 대표가 급속하게 추진하던 '국민의당-바른정당 통합'에 급제동이 걸리는 형국이다.
국민의당 통합반대파는 햇볕정책을 고리로 안철수 대표를 압박하고 있다. 이에 더해 '통합의 상대방'인 바른정당은 남경필 경기지사와 김세연·이학재 의원 및 원희룡 제주지사의 탈당 가능성이 높아진 상태여서 국민의당과의 통합은 차치하고 '집안 단속'에 여념이 없어 보이는 상태다.
이런 흐름속에서 국민의당 천정배 전 대표가 9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8일 유승민 대표가 ‘합당을 최종적으로 결정한 것은 아니다’라고 한 발 뺀 것은 사실상 ‘안철수 길들이기’에 돌입한 것”이라며 “유 대표가 안보 위기 해법에 대한 생각이 같은 정당과 통합이 가능하다고 공언한 만큼, 안 대표가 결국은 햇볕정책을 버리고 유 대표의 냉전적 안보관에 동조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통합반대파 모임인 '국민의당지키기운동본부'도 통합찬성파에 맹공을 퍼부었다.
이 모임의 장정숙 대변인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故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은 이전 어느 정부도 시도하지 않은 대북 유화 정책을 통해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 수 있었다"며 "하지만 안철수 대표가 보수야합을 추진하려는 바른정당은 보수정권 대북정책 실패로부터 자유롭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햇볕정책을 폐기하고 핵무장을 주장하는 유승민 대표와 바른정당의 대북노선은 강경 수구세력과 하등 다를 바 없다"면서 "안철수 대표는 강경일변도의 대북정책 기조를 갖고 있는 바른정당과의 야합을 통해 국민의당을 고스란히 갖다 바치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진 또 다른 보도자료를 통해 장 대변인은 "지난주 바른정당 소속 제주도 지방의원의 탈당에 이어 오늘 현역 국회의원과 광역단체장이 탈당을 감행했다. 추가적인 탈당소식마저 들리고 있다"며 "안철수 대표와 유승민 대표가 무모하게 강행하려는 보수야합 추진에 반발하고 사실상 반기를 든 것을 의미한다. 공멸로 향하는 통합열차에 도저히 같이 탈 수 없다는 것이다"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반대여론을 묵살한 채 유승민 대표에게 구애하는 듯 보수야합을 희망해 온 안철수 대표는 마치 '닭 쫓던 개가 지붕쳐다는 꼴'이 된 셈"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통합반대파들의 발언은 '햇볕정책'이 국민의당의 기본노선임을 분명히 선언하는 의미와 더불어 바른정당의 대북노선을 강경 수구세력의 그것과 동일시함으로써 양당의 통합이 보수야합일 뿐이라고 강조하려는 의도로 읽혀진다.
이런 가운데, 최근 외부적으로는 '안철수의 통합론'에 경도된 스탠스를 보인 것으로 평가된 손학규 국민의당 상임고문조차 전날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안철수 대표에 대해 "사람을 중시해야 하는데 사람에 대한 존중이 없고, 호남을 존중해야 하는데 깊은 존중이 없었다"며 "바른정당과의 통합 선언 후 의원총회에도 안가고 반대파를 설득하는 노력이 없었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안철수 대표가 내심 '우군(友軍)'으로 기대했던 김한길 전 대표조차 "아직 입장을 밝힐 때가 아니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정치권 일각에선 '안 대표가 사면초가(四面楚歌)에 몰린 것이 아니냐'라는 시각이 적잖다.
더군다나 안 대표가 '통합'을 위해 고려하던 선택지중의 하나인 K보팅(온라인 투표 시스템)조차 중앙선관위에서 "정당법에 따르면 공인전자서명을 이용한 온라인 투표를 인정하는데 K보팅은 단순히 생년월일을 확인하는 정도라서 불가능하다"는 유권해석을 내린 상태다.
'국민의당-바른정당 통합'을 속도감있게 밀고 나가던 안 대표가 이런 내우외환속에서 효율적인 타개책을 찾아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