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조아라 기자]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차명계좌에 대한 검사를 실시한 금융당국이 과징금 부과 대상인 27개 차명계좌의 1993년 금융실명제 시행일 당시 잔액을 확인했다. 현행법상 과징금 부과액은 금융실명제 실시 당시 계좌 잔액의 50%로, 이번 검사에서 총 61억8000만원의 자산이 확인됨에 따라 이 회장에게 30억9000만원의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원승연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 자본시장 담당 부원장은 5일 서울 여의도 본원에서 기자브리핑을 통해 금융실명제 시행일인 1993년 8월12일 이 회장의 27개 차명계좌에 총 61억8000만원이 있었다는 사실을 잠정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번 검사 결과를 통해 드러난 증권사별 차명계좌 자산총액은 △신한금융투자 26억4000만원(13개) △한국투자증권 22억원(7개) △미래에셋증권 7억원(3개) △삼성증권 6억4000만원(4개) 등이다. 대부분 삼성 계열사 주식이며 특히 삼성전자 주식이 많았고, 현재 잔액은 거의 없는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19일 금감원은 앞서 법제처가 총 1229개에 달하는 이 회장의 차명계좌 중 27개 계좌는 과징금 부과 대상이라는 유권해석을 내놓자, 태스크포스(Task Force)를 구성하고 이 회장의 차명계좌가 만들어진 삼성증권, 신한금융투자,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등 4개 증권사에 대한 검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금감원이 이번 검사에 착수할 때만해도 관련 업계에서는 이 회장의 차명계좌에 대한 과징금 부과가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 바 있다. 금융실명제 시행일 당시의 계좌 잔액을 찾아내야만 이에 대한 과징금 부과가 가능한데, 앞서 해당 증권사들이 지난해 11월 금감원 검사에서 보존기한인 10년이 지나 관련 자료가 폐기됐다고 보고했기 때문이다.
이번 검사에서 계좌 잔액 확인이 가능했던 이유는 4개 증권사 모두 1993년 8월12일 기준의 자산총액 자료를 별도의 데이터베이스로 보관하고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도인 부원장보는 “당시 증권사들이 확인해준 것은 전산기기에서 그 당시 자료가 삭제되고 없다는 부분이었다”며 “이번에 협조를 얻어 별도의 데이터베이스를 함께 찾아낸 것인 만큼 (증권사들이 관련 자료가 폐기됐다고 한 것은) 허위보고라고 판단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단, 금감원은 삼성증권의 경우 다른 증권사와 달리 거래내역 자료의 일부가 존재하지 않아 세부내역까지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삼성증권에 대해서는 검사를 1주일 연장키로 했다. 김 부원장보는 “추가 검사 결과에 따라 삼성증권의 자산총액이 늘어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원 부원장은 계좌 잔액의 50%인 30억9000만원의 과징금 부과에 대해 “이 회장 차명계좌에 대한 과징금 부과대상 금액을 확인한 만큼, 과징금 부과 절차가 조속히 진행될 수 있도록 국세청 등 관계기관과 최대한 협력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