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조아라 기자] 새 정부가 조기 출범하며 경제 정책기조가 변화된 2017년. 부자들의 자산은 어떻게 구성돼 있고, 어떻게 변했을까? KEB하나은행과 하나금융경영연구소의 ‘2018 Korean Wealth Report’를 통해 부자들의 자산을 살펴봤다. 이 리포트는 지난해 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을 보유한 하나은행 PB서비스 이용 고객들(총 자산 평균 약 120억6000만원, 가구 연간 평균소득 약 3억4000만원)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를 토대로 작성됐다.
KEB하나은행과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지난해 부자들의 자산관리 방식 등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부자들의 자산은 2016년보다 부동산 비중이 소폭 증가했다. 조사에 참여한 부자들의 자산은 부동산자산이 50.6%로 절반 이상, 금융자산은 43.6%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이에 대해 김지현·이경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부자들의 부동산 보유 비중은 2013년 44%로 최저 비중을 기록한 이후 점차 증가해 2017년에 가장 높은 비중을 나타내고 있다”며 “국내 부동산 가격이 전반적으로 상승하는 흐름과 유사한 모습을 보여 보유 부동산의 가치 상승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실제로 서울 강남 3구(서초구, 강남구, 송파구) 거주 응답자의 경우 자산 중 부동산 비중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강남 3구를 제외한 서울 거주자의 부동산자산 비중이 48.1%, 수도권 거주자 48.3%, 지방 거주자 46.3%로 조사된 데 반해, 강남 3구 거주자는 54.3%로 집계돼 타 지역 대비 6~8%포인트 높았다.
특히, 자산규모가 클수록 부동산 비중이 높게 나타났으며 총 자산 50억원 이상의 부자들의 경우에는 부동산이 약 54%의 비중을 보였다. 부동산자산 구성은 △상업용(47%)이 제일 많았고 △거주목적 주택(25%) △토지(17%) △투자목적 주택(11%)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금융자산 구성은 △예금성 42.4% △펀드 및 신탁 37.6% △주식 17.6% △채권 2.4%로 집계됐다. 부자들 중에서도 보유 금융자산 규모가 큰 부자일수록 투자 여력이 상대적으로 커 예금 및 현금성 자산 비중은 낮은 대신 주식, 펀드 및 신탁 등 투자금융상품 비중이 높아 수익추구 성향이 높게 나타났다. 금융자산 100억원 이상을 보유한 초고자산가의 경우 예금 및 현금성 자산 비중은 35.7%로 전체 평균 대비 6.7%포인트 낮았으나 주식 비중은 전체 평균 대비 9.6%포인트 높은 27.2%였다.
대출 보유자 증가
대출과 관련해서는 48.9%에 달하는 부자들이 대출을 보유하고 있었는데, 이는 전년 대비 약 2%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김지현·이경진 수석연구원은 “저금리가 상당기간 지속되면서 부자들이 레버리지를 활용한 투자에 관심이 증가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며 “보유자산 규모가 클수록 보유 대출규모도 큰 것으로 나타났지만, 비율로 보면 금융자산 규모 10억~30억원 미만 보유 부자들의 자산 대비 대출비율이 가장 높고, 100억원 이상 보유 초고자산가들의 자산 대비 대출비율이 가장 낮았다”고 설명했다.
부자들이 대출을 활용하는 용도는 △거주 외 부동산 마련(21.1%) △세금부담 완화(11.7%) △사업자금 마련(6.3%) △금융자산 투자자금 마련(3.3%) △거주용 부동산 마련(3.1%) 순으로 조사됐다. 올해 대출 계획에 대해서는 △없다(62.5%) △거주 외 부동산 마련(26.0%) △거주용 부동산 마련 (4.1%) △사업자금 마련(3.4%) 등이라고 응답했다.
부동산 투자는 건물·상가에
올해 투자 의향에 대한 조사에서는 △건물/상가에 투자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자가 47.6%에 달해 가장 높았고 △투자용 주택 및 아파트는 16.7% △거주용 주택 및 아파트 13.5% △토지 9.7% △오피스텔 7.1% △해외 부동산 4.9% 순으로 나타났다. 전년 조사에 비해 건물/상가는 약 9%포인트 감소했고 투자용 주택 및 아파트는 약 5%포인트 증가했다.
총 자산 규모별로 살펴봤을 때, 100억원 이상 보유한 초고액자산가들은 건물/상가에 대한 투자 의향이 가장 높았다. 10억~30억원 미만 부자들도 건물/상가 비중이 높았지만 상대적으로 적은 자본을 필요로 하는 오피스텔 비중도 높게 나타났다.
부동산 투자를 위한 자금 조달을 위해서는 48.7%가 투자자금의 30% 미만을 대출로 활용하겠다고 답했고, 30% 이상을 대출로 조달할 것이라는 응답자도 26.5%에 달해 4명 중 3명은 대출을 활용할 계획인 것으로 밝혀졌다. 한편, 전부 자기자본으로 투자자금을 마련하겠다는 응답은 24.6%에 그쳤다.
금융자산 수익 6.6% 달성
지난해 주식시장을 중심으로 자산 수익률이 호조를 보임에 따라 평균 금융자산 수익률은 6.6% 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2018년에 투자하고자 하는 금융상품으로는 △지수연계 금융상품(ELS, ELT)이 61.4%로 압도적으로 높았고 △주식형펀드(공모) 36.3% △단기금융상품(1년 미만 정기예금, MMDA, CMA) 30.5% △은행 정기예금(만기 1년 이상) 30.5%였다. 이 밖에 △주식 직접투자 19.3% △4차산업 관련 금융상품 17.0% △해외채권 및 외화자산 16.8% △외화예금(달러, 위안화 등) 13.9% △상장지수펀드(ETF) 11.4% △사모펀드 11.2% 등의 순이었다.
김지현·이경진 수석연구원은 “과거와 마찬가지로 ELS와 ELT 등 지수연계 금융상품에 대한 선호 추세가 지속됐고, 주식형펀드가 그 다음 순위를 차지해 높아진 주식시장에 대한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그 외 금융상품, 정기예금이 동률을 차지한 것은 불확실한 금융시장에 대비해 적정수준의 유동성을 확보하고 안정적으로 자금을 운용하고자 하는 수요를 반영한 결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외화자산 투자·관심 증가
부자들의 외화자산에 대한 투자 및 관심은 점차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83.3%는 외화자산(표시화폐가 외화인 금융상품, 유가증권, 해외부동산 등)을 보유하고 있었으며, 전체 금융자산 중 평균 9.8%를 외화 금융자산에 투자하고 있었다. 이는 전년 조사보다 외화자산 보유 비중 1.3%포인트, 금융자산 중 외화 금융자산 비중 4.8%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전반적으로 외화자산에 대한 투자가 증가했다.
국내에서 금융자산보다 부동산자산을 더 많이 보유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해외부동산보다는 금융자산을 중심으로 외화자산을 보유하고 있었다. 세부적으로는 △외화예금 47.2% △달러구조화상품 12.5% △달러ETF 6.6% 등으로 집계됐다. 외화자산 투자 계획에 대해서는 △구체적 계획이 없다는 응답 34.6%에 이어 △현재보다 늘릴 계획 31.5% △줄일 계획 2.2%로 조사돼 외화자산에 대한 높은 관심을 증명했다.
수익성보단 안정성 중시
투자 의사를 결정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인에서는 투자 안정성(원금보장)이 가장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특히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안정성을 중요시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40대 이하에서 투자 안정성과 높은 수익성이 각각 39.7%로 동일했으나 △50대에서는 51.8%와 28.6% △60대 58.0%, 23.1% △70대 이상 67.0%, 14.7%로 투자 안정성 응답이 크게 증가한 반면 높은 수익성 응답은 크게 줄었다. 자산규모별로는 자산규모가 클수록 수익성을 추구하는 비율이 점차 상승하다가, 100억원 이상 자산가에서는 안정성을 추구하는 비율이 크게 늘었다.
중요시하는 요인을 기준으로 투자유형을 분류해보면 △안정추구형 55.8% △수익추구형 25.1% △절세추구형 9.7%로 집계됐다. 투자유형에 따라 투자의향이 있는 금융상품도 다르게 나타났다. 수익추구형의 경우 공모 주식형펀드와 주식 직접투자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고, 안정추구형은 은행정기예금 및 단기금융상품에 대한 선호가 높았다. 유형별 2018년 기대 투자수익률은 △안정추구형 6.3% △수익추구형 8.5% △절세추구형 10.3%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