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박용근 기자] 사상 최악의 폭염이 연일 이어지면서 무더위에 취약한 노인들이 시원한 곳을 찾아 공항으로 몰려들고 있다.
공항을 찾는 노인 대부분은 무임승차가 가능한 65세 이상으로 이들은 서울과 인천 등에서 공항철도를 타고 인천공항까지 '피서'를 나온다. 바깥 기온은 40도를 웃도는데 반해 공항 터미널의 실내 온도는 24도에서 26도를 유지하고 있어 노인들의 휴식처로 안성맞춤이다.
다만 노인들이 일찌감치 식음료 시설 테이블과 편의를 위해 설치된 벤치들을 모두 점령하는 바람에 공항 이용객들의 불편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지난 7월 무임승차가 가능한 65세 이상 노인 이용객은 53만3030명으로 하루평균 1만7194명이 이용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44만5747명보다 크게 증가한 숫자다.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4층 비선루에는 어르신 수십 명이 집에서 싸 온 간식들을 서로 나눠 먹으며 창밖의 비행기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들은 해외로 떠나는 여객이 아닌, 시원한 공항으로 피서를 나온 어르신들이다.
지난 1월 개장한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은 어르신들로 더 북적이고 있다.
평소에는(여객이 몰리는 시간대)가 아닌데도 4층 홍보관과 3층 출국장, 지하 1층 식음료 시설, 버스 대합실 일대에는 폭염을 피하고자 나온 노인들로 가득하다. 공항 곳곳에 마련된 벤치는 빈 자리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해외로 출국하는 가족을 마중 나온 한 시민은 "폭염에 이해는 되지만, 어르신들이 식당과 카페 테이블에서 일어나지 않아 식사는커녕 음료수 한 잔 제대로 마시지 못했다"며 "심지어 식당 의자에 눕거나, 집에서 싸온 음식을 드시는 모습도 봤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제2터미널에서 근무하는 한 자원봉사자도 "이용객과 노인들 간 말다툼뿐 아니라 노인들 간의 다툼도 자주 발생한다"면서 "노인들이 같이 온 지인의 자리를 미리 맡아 놓는 경우와, 식사를 하지 않음에도 식당 테이블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다툼이 자주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폭염이 지속되면서 인천공항을 방문하는 어르신들이 예년보다 크게 늘었다 "항공기 이·착륙을 바라볼 수 있는 홍보관에는 올 하계 성수기 하루 평균 4500여명이 방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폭염이 절정에 다다른 지난 2일부터 하루 5100여명이 넘는 인원이 홍보관을 찾고 있다 특히 "오후 1시에서 4시 사이에 가장 붐비는 것으로 그 중 대수가 노인들인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