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뉴스 강민재 기자] 경기 안양시 연현마을 아스콘 공장의 이전 문제가 수백억원대 손해배상 소송으로 이어지자, 이 지역 출신의 국회의원, 환경 시민단체 등이 강력 반발 하는 등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3일 더불어 민주당 강득구 국회의원 사무실과 지역환경운동연합 등에 따르면 이 업체는 지난 7월28일 안양시 최대호 시장과 김선화 당시 안양 시의회 의장 등을 대상으로 서울중앙지법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부모모임 대표 문모(여)씨도 소송 대상자에 포함됐다. 이 업체는 안양시의 과잉단속과 악취시설 신고서 반려로 공장 가동이 중단돼 372억원의 매출손실이 발생했다며 최 시장을 상대로 제소했다.
전 시의회 의장은 안양시에 공장가동을 허락하지 않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이유로 제소 당했다. 학부모모임 대표는 공장을 가동하지 못해 발생한 손해에 대해 2억원을 청구하고, 추후 손해액을 증액하겠다는 내용의 소장을 받았다.
이에 지역환경단체는 3일 성명서를 내고 "20년 가까운 기간을 안양시민들의 고통을 무시하고 영업활동을 지속해온 아스콘 공장의 손배소 주장은 터무니 없을 뿐 아니라, 최소한의 양심도 저버리는 행위이다"고 주장했다.
부모모임 대표 문모씨는 “발암물질을 내뽑는 공장이 내 아이가 다니는 학교 바로 옆에 있다면 어떤 부모가 나서지 않겠느냐?”며 “막무가내로 민원인에게 소송해 압박하는 이들과의 소송에서 꼭 이겨 경종을 울릴 것”이라고 전했다.
안양시도 이번 소송이 시 재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염려가 있어 중요 소송으로 지정하고, 변호사를 선임해 적극 대응에 나설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의원 등도 이번 소송과 관련해 깊은 유감을 표시했다.
강 의원은 소속 시·도의원들과 함께 "아스콘공장이 건강한 연현마을을 위한 부모모임 대표 등을 대상으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며 이날 성명서를 발표했다.
성명서에서 강 의원 등은 "건강한 시민들의 의견 개진과 조직적 움직임이 소송에 휘말리게 된 것은 개탄할 일이다"며 "경기도, 안양시, 주민 등이 합리적 해결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시민에게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비겁한 일이다"고 했다.
앞서 이 업체는 경기도와 안양시를 상대로 행정 소송도 제기했다. 경기도지사를 상대로 낸 행정소송에서 1심은 패소했지만 2심과 대법원에서 승소했다.
해당 공장에서 나온 1급 발암물질인 벤조피렌의 양이 배출허용 기준치에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 근거였다. 안양시를 상대로 낸 민사소송 1심에서도 일부 승소했다. 재판부는 안양시의 단속행위 등이 ‘조사권 남용’이라고 판단했다.
안양시는 현재 서울고등법원에 항소한 상태다. 해당 업체는 “그동안 공장 가동이 중단돼 경제적 손실이 크다”며 시민공원 공사 착공 때 까지 공장을 가동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경기도를 상대로 조업정치처분 취소행정 소송을 제기해 지난해 대법원으로부터 승소판결을 받은 이 업체는 지난달 21일 아스콘 공장을 재가동 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스콘과 콘크리트를 생산하는 업체는 지난 2002년부터 입주를 시작한 인근 연현마을 대규모 아파트 주민들과 대기오염 물질 배출 문제로 20여년 가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공장 인근에 유치원과 초·중학교가 있는 마을 주민들은 ‘건강한 연현마을 부모모임’을 결성하고 자녀 등교까지 거부하며 공장 이전, 폐쇄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 업체는 "생계 문제로 공장을 폐쇄할 수 없다"며 “공장 설립 당시 주변은 쓰레기 매립지였으며, 주택지로 부적합 했지만, 안양시가 1996년 인근에 아파트단지와 초등학교 건립 등을 승인한 것이 문제의 발단”이라고 주장했다.
양측 주장이 서로 팽팽히 맞서며 아스콘공장을 둘러싼 갈등이 좀처럼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2018년 경기도 중재로 4자협의체가 구성돼 공영개발로 가닥을 잡았으나, 마무리가 제대로 안된 상태다.
한편 이재명 경기지사는 자신의 민생현안 1호인 아스콘공장 이전부지에 4만여㎡ 규모의 친환경 시민공원을 오는 2023년까지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번 소송으로 아스콘 공장 이전 문제를 둘러싼 논란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