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일본은 일방적으로 지난 4월 13일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 보관 중인 방사능 오염수 약 125만t을 2023년부터 해양에 방류하는 결정을 내렸다. 일본이 자국의 안전 기준을 강화해 적용한다고 하나 막대한 양의 오염수를 바다에 버리는 계획은 많은 논란과 우려를 낳고 있다. 한국뿐 만 아니라 전 세계 해양과 수산물 안전, 국민의 건강과 생명에 치명적인 방사능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오염수 처리 후 희석해 배출”
일본은 현재 124만t의 고농도 방사능 오염수를 보관하고 있으며 기준치 40분의 1 수준으로 희석하여 배출한다고 하지만 방출이 일단 시작되면 걷잡을 수 없이 해양 방사능 오염이 진행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삼중수소 외에도 이 방사능 오염수는 70% 이상이 환경으로의 배출기준치를 초과하는 방사성 물질 20여 종을 다량 포함하고 있어 이런 물질을 바다로 방류할 경우 방사능 수치가 급격하게 올라가게 된다. 또한 삼중수소의 반감기가 12.3년이기 때문에 12.3년이 지나야만 방사선 에너지의 절반이 헬륨으로 변환되게 된다.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의 심사 및 승인 등 법령 절차와 배수관 설비 등 설치에 필요한 시간이 약 2년 소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오염수 방출은 일본이 폐로 작업 완료 시점인 2041~2051년까지 장기간에 걸쳐 방출된다. 다핵종 제거설비(ALPS)에서 1차 정화 처리를 해도 잔류하는 삼중수소(트리튬) 등 방사성물질이 포함된 오염수를 바닷물로 400~500배 희석해 삼중수소의 경우 L당 1500베크렐 미만으로 낮춰 바다에 흘려보내겠다는 방침이다.
정상 원전 방류수와 비교는 물타기
일본 정부는 트리튬을 포함하는 처리 수의 해양 방류는 국내외 원전에서도 실시하고 있다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해양 방류는 정상 원전의 경우와 비교하는 것이 맞지 않다고 보고 있다.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은 ‘오염수 장기 저장’을 최선의 선택지로 제시한다. 삼중수소처럼 다핵종제거설비로 걸러지지 않는 방사성 물질이 있으므로 방사선량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기간인 반감기를 여러 번 거쳐 독성을 최소화하는 게 먼저라는 것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 관계자는 “후쿠시마 오염수는 알프스로 처리해도 삼중수소는 거를 수 없다. 정상 원전에서는 삼중수소를 희석해 배출하는 것이 문제없지만, 후쿠시마 원전 사고 오염수는 다른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어 “중수로형 원자로인 월성 원전은 삼중수소제거설비(TRF)가 있는데, 후쿠시마 오염수에는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이 아니다. (일본 경제산업성 산하) 전문가 소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후쿠시마 오염수의 삼중수소를 제거할 수 있는 기술은 없다”라고 강조했다.
한 · 중 강력 반발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오염수를 방류하기로 한 데 대해 “바다는 일본의 쓰레기통이 아니며 태평양은 일본의 하수도가 아니다”라고 일본의 결정을 강력히 비판했다.
중국 외교부는 “일본 측은 모든 안전 조치를 취하지 않는 상황에서 국가 안팎의 질의와 반대를 무시했다”라면서 “아울러 주변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와 충분한 협의를 하지 않은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기로 했다”고 했다. “해양은 인류 공동의 재산이며,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처리 문제는 일본 국내 문제만은 아니다”라면서 “우리는 일본이 책임을 분명히 인식하고 과학적인 태도를 갖고 국제적인 의무를 이행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라고 밝혔다.
한국 정부는 지난 14일 아이보시 고이치 주한 일본대사를 초치해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의 해양방류 결정에 항의했다. 한국 외교부는 “최종문 2차관이 우리 국민의 반대 입장을 전달하고 우리 국민의 건강과 환경에 미칠 잠재적인 위협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했다”라고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4일 아이보시 고이치 주한 일본대사에게 “지리적으로 가장 가깝고 바다를 공유한 한국의 우려가 매우 크다”라고 말하면서 청와대 내부에 국제 해양법 재판소에 제소하는 방안을 적극 지시했다.
오염수 처리 장기보관만이 유일한 대안... 일본에 대한 적극 압박 필요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기로 하자, 해양 방류가 최선의 선택지는 될 수 없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오염수 처리 문제는 전문가들도 뚜렷한 대안을 찾지 못하는 과제다. 방사성 물질의 방사선량이 충분히 줄어들 때까지 오염수를 장기 보관하는 방법, 오염수를 고체화해 보관하는 방법 등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소장은 “해양 방류나 액체 상태로 장기 저장하는 방식에 비해 보관 부피가 늘고 비용도 막대하므로 일본이 선택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가 방류된 이후 북태평양 해류 등을 타고 돌아와 우리나라 해역에 유입되므로 당장 심각한 영향을 줄 것 같지는 않다”라면서도 “국제협약 때문에 가능한 한 오염수에 대한 해양 방류를 피해야 하므로 그런 관점에서 이의제기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우리 정부로서는 해양 오염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국제적 원칙 하에 일본 정부를 압박해 국제적인 감시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라며 “특히 일본은 후쿠시마 사고로 세계 원전 산업에 악영향을 미쳤는데도 관련 대책이나 기구를 출범시키려는 노력도 없이 10년간 침묵을 지켰다”라고 비판했다.
방류가 남은 기간, 한국 정부는 일본을 압박하여 투명하게 모든 정보를 공개하도록 해야하며, IAEA 검증 작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외교 노력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