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가 상승 우려에 17개월째 요금 동결
원료비 오르며 요금 인상 압박도 커져
일각에선 내년 초 요금 10% 상승 전망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17개월째 동결 중인 가정용 도시가스 요금이 원가 상승에 내년 1월에는 10% 가까이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우려하는 물가 당국이 요금 인상에 제동을 걸 가능성도 제기된다.
13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가정 등에서 쓰이는 민수용(주택용·일반용) 도시가스요금은 물가 상승 우려 등으로 지난해 7월부터 동결된 상태다.
도시가스는 민수용, 상업용(업무난방용·냉난방공조용·산업용·수송용), 도시가스발전용(열병합용·연료전지용·열전용설비용)으로 구분된다.
상업용과 도시가스발전용 요금은 매월, 민수용 요금은 2개월 주기로 가스 공급에 필요한 비용에 따라 산정된다.
이 중 민수용 도시가스는 요금 상승이 생활물가에 직결되는 만큼, 물가가 높은 시기에는 요금을 올리는 게 쉽지 않다.
그러나 17개월째 요금이 동결된 가운데 국제 유가, 액화천연가스(LNG) 가격 오름세로 요금 상승 압박은 커질 대로 커졌다.
이 때문에 업계 일각에서는 내년 1~2월 적용되는 민수용 요금이 10%는 오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그동안 민수용 요금 인상을 막은 '물가 변수'에 또다시 발목을 잡힐 가능성도 있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는 한국가스공사로부터 유가, 환율 등을 감안해 산정된 도시가스 원료비 자료를 제출 받아, 용도별 조정 조건과 유보 조건 등을 검토했다.
이후 물가 관리 부처인 기획재정부와 최종 협의에 돌입했으며, 이달 중 결론을 낼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산업부와 가스공사는 도시가스요금 인상을 추진하는 입장"이라면서도 "물가 당국이 제동을 걸 수 있어 인상 여부와 수준은 단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앞서 산업부와 기재부는 지난 9월에도 도시가스요금 인상 여부를 놓고 정면충돌한 바 있다.
에너지 산업을 총괄하는 산업부는 원료비 오름세를 감안하면 요금을 올려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하지만 물가 관리 부처인 기재부는 공공요금을 동결해 물가 안정을 꾀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기재부는 9월 29일 제29차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 "이미 결정된 공공요금을 제외한 나머지는 연말까지 최대한 동결하겠다"고 강조했다.
하루 뒤인 같은 달 30일 산업부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원료비 인상이 계속되고 있고 누적 압박이 커져 적절한 시점에 (기재부와) 가스요금 인상에 대해서 다시 협의할 계획"이라고 상반된 입장을 내놓았다.
결국 4분기 전기요금이 먼저 인상되며, 도시가스까지 비싸지면 물가가 빠르게 뛸 수 있다는 우려에 11~12월 적용되는 민수용 요금은 오르지 않았다.
그런데 도시가스 원가는 계속 상승해, 산업부는 다시 한 번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가스공사는 민수용 요금이 17개월째 동결돼, 올해 말 미수금이 1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자체 전망하고 있다. 가스공사는 LNG 수입을 위해 쓴 비용에 대비해 요금으로 회수하지 못해 생기는 손실을 미수금으로 쌓아둔다.
겨울철에 가정 난방용 수요가 늘고, 국제 에너지값이 계속 오르면 미수금은 더 빠르게 늘 수도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도시가스요금은 인상 요인이 너무 많아 (요금이 동결돼도) 어차피 나중에는 국민들의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기재부도 생활물가 안정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날 확대간부회의에서 "내년 2월 초 설 물가 안정을 위해 지금부터 범부처 물가대응TF를 구축, 가동시켜주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한편 기재부는 전날 설명자료에서 내년 전기·가스요금 관련 사항은 아직 정해진 바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