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서 장족자치구를 흔히 광서(광시)라 한다. 중국의 서남지역에 위치하며 행정 중심도시는 남녕이다. 자원이 풍부하고 산수가 특히 아름답다. 티벳, 내몽고, 신강 위구르, 영하 회족 자치구 등과 함께 중국의 오대 자치구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그림 같은 풍광, 소수 민족들의 조화로운 풍습
면적과 인구는 각각 한반도보다 조금 더 큰 23만 6천평방 킬로미터, 4천8백 57만명으로 남한과 비슷한 수준이다. 한족 외에 장족, 요족, 묘족, 동족, 무라오족, 모남족, 회족, 경족, 이족, 수족, 흘로족 등 12개 소수민족이 살아가고 있다.
동쪽으로는 홍콩과 마카오로 대표되는 광동성이 있고 북쪽의 귀주성과 호남성, 서쪽의 운남성과 맞닿아 있다. 특히 서쪽의 베트남과는 국경을 마주하고 있으며 산과 강이 끝나는 남쪽에 펼쳐진 해안선이 총 길이가 1595킬로미터이다. 옛날부터 중국의 유배지로서 이름이 높은 해남도와 해안선이 마주하고 있다. 광서지역은 고대로부터 백월이라 불렸는데, 진시황의 남만정벌에 의해 중국역사에 편입되며 계림이란 명칭으로 바뀌었다. 명·청 시대에는 행정구역상 광서성이 되었으며 손문이 이끄는 신해혁명의 본거지로서 역사의 중추적인 역할을 맡았던 지역이다. 1958년부터 광서성 장족자치구로 변모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광서는 중국 내에서도 오지에 속할 만큼 개발이 더딘 편이기 때문에 비교적 자연 경관이 옛 모습 그대로 남아있는 곳이 많다.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카르스트지형이며 대부분 석회암지층을 형성하고 있어 땅이 오묘하고 회화적인 느낌을 준다. 비교적 평평한 동남 지역을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큰 산과 그 사이를 흐르는 하천으로 이루어져 있다. 특히 계림은 그림같은 산수와 더불어 소수 민족들의 조화로운 풍습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도시로서 세계적인 사랑을 받는다. 이곳의 자연은 마치 동양화의 원형처럼 여겨져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양 각국의 화풍을 형성하는 역할을 했다. 신혼 여행지로서도 중국 내에서 매우 인기 있는 곳이기 때문에 도시 규모에 비하여 관광 관련 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계림 산수 갑천하’라는 말이 있듯 많은 사람들이 중국 여행의 절정은 계림이라고도 말하며, 선착장에서 유람선을 타고 이강 주변을 감상한다. 카메라만 들면 누구라도 작품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중국 인민폐 20원짜리에도 이곳의 풍경이 나와 있을 정도이니, 예로부터 시인 묵객들이 찾아와 경치를 노래하고 그렸다는 말 또한 수긍이 간다.
용의 척추 닮은 ‘용척제전’ 압권
계림시에서 북쪽으로 가면 묘아산을 볼 수 있다. 묘아산은 리강 주강 등의 발원지일 뿐 아니라 가히 이 지역 최고봉이라 할 만하여 산과 강이 어우러진 자연 경관은 비교할 대상이 없을 정도다. 한 폭의 산수를 배경으로 가마우지와 함께 물고기를 잡는 어부들의 여유로운 모습을 보면 중국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이상향이 이와 가장 닮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많은 사진 작가들이 광서를 찾는 이유 중 하나가 용의 척추를 닮았다 하여 '용척제전' 이란 이름이 붙은 계단식 논을 촬영하기 위해서다. 물을 댄 논들이 마치 계단같은 형상으로 산 허리부터 정상까지 곡선을 이루며 촘촘히 채워낸 특유의 모습은 하늘과 인간의 공동 작업으로 탄생한 또 하나의 예술 작품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일몰때 해가 수많은 논을 붉게 물들이는 장관은 광서가 아니면 세계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절경이다. 촬영 기간동안 가장 기대가 컸던 지역이고 수많은 지역에서 찾아온 사진인들을 만날 수 있었다. 세계 여러 나라에 다랑이논은 많지만 용척제전은 그 규모 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여러 소수민족의 전통 행사와 공연도 놓칠 수 없는 볼거리다. 특히 동족의 잔치를 '백가연'이라 하는데, 집마다 준비한 음식을 한 자리에 모아 긴 식탁 위에 올려놓고 방문한 손님과 함께 즐기는 일종의 잔치이자 전통이다. 규모는 마을마다 차이가 있지만 의미와 정성에서 남다른 점이 있다. 마을 자체가 연대감이 강해 함께 먹고 마시는 전통이 내려오고 있는데, 그 이유는 워낙 교통이 불편하고 서로간 왕래가 없는데다 이런 전통을 통해 서로간의 결속을 더욱 굳건히 할 수 있기 때문이라 할 것이다.
평생 기른 머리를 목숨보다 귀히 여기는 요족들의 풍습도 놓칠 수 없는 볼거리다.
요족 여성들은 태어날 때부터 머리를 자르지 않고 평생 보존하는 풍습을 가지고 있는데, 결혼하지 않은 처녀의 머리를 외간 남자가 만지면 꼼짝없이 책임을 져야 한다.
방문객에게 머리 묶는 모습과 민속 노래를 들려주는데, 특히 외지인에게 덕담과 함께 권하는 요족의 전통 음료 '유차'는 그 맛이 매우 일품이다.
광서는 보통 겨울과 초봄에 날씨가 비교적 따뜻하여 북방에서 오는 여행객이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겨울과 우기에는 날씨가 흐린 날이 많아 풍경 촬영은 적합하지 않을 수도 있다.
촬영협조 : 중국 국가 여유국, 광서 여유 촬영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