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전북 군산지역에 최고 400mm 이상의 물폭탄이 쏟아져 민간시설 등의 피해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기상청의 빗나간 기상예보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지난 12일 전주기상대는 전북지역이 서쪽에서 다가오는 기압골의 영향을 받아 13일까지 돌풍과 천둥, 번개를 동반한 시간당 30mm 내외의 많은 비가 예상된다고 예보했다. 예상강수량은 최고 70mm. 하지만 12일 저녁부터 시작된 비는 그 기세가 꺾일 줄 몰랐고 기상청이 예보한 예상강수량보다 6배가 많은 최고 444mm 물폭탄이 떨어졌다.
이 과정에서 기상청의 기상특보 역시 오락가락을 반복했다. 당초 12일 오전 7시20분 전북 전주와 완주에 호우주의보를 발효했지만 2시간 뒤인 오전 9시 이를 해제했다.
이후 이날 밤 10시부터 장대비가 쏟아지자 부랴부랴 13일 자정을 기해 전북 군산에 호우주의보를 발효하고 몇 시간 뒤 전북지역 전역으로 확대했다.
기상청 기상예보만 믿고 있던 시민들은 하염없이 쏟아지는 폭우에 자다 말고 꼼짝없이 피해를 입었다.
군산시 소룡동 김모(34)씨는 "기상예보에서는 20~50mm, 최고 70mm가 내린다고 했는데 산사태가 날 정도로 많은 비가 왔다"며 "기상청 기상예보조차도 큰 차이로 틀리면 무엇을 믿겠느냐"고 하소연했다.
이어 김씨는 "당초 기상예보에서 400mm에 가까운 많은 비가 올 것이라고 예보했다면 피해가 이렇게 커지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기상예보를 믿은 자신을 탓하지 누구를 탓하겠느냐"고 한숨을 쉬었다.
군산시 내초동 이모(56)씨 역시 "자정을 넘어 기상예보를 보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느냐"며 "바로 몇 시간 후에 내릴 집중호우도 예측 못하는 기상청 기상예보를 어떻게 믿겠느냐"고 토로했다.
이번 폭우로 군산지역은 민간시설만 주택 1300동이 침수되고 차량 800여 대가 매몰되거나 반파됐으며 군산산단 7곳의 공장시설이 침수, 3개 아파트 1778세대가 단전됐다.
앞서 전북지역은 지난해 8월9일에도 기상청의 빗나간 예보로 정읍에 400mm가 넘는 폭우가 내려 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기상청은 8일 예보에서 "제9호 태풍 '무이파'가 물러가면서 전북 대부분지역에서 강풍과 폭우가 사실상 끝난 상태"라고 예보했지만 정읍에는 9일 하루 동안 400mm가 넘는 비가 내려 기상 관측을 시작한 이래 46년 만에 최고 강수량을 기록했다.
이에 대해 기상청 관계자는 "이번 비는 그동안 폭염과 열대야의 원인이 됐던 북태평양 고기압이 수축기에 접어들면서 그 가장자리를 따라 남서쪽으로부터 고온다습한 공기가 유입되고 찬 공기를 동반한 상층기압골이 지나면서 비구름대가 강하게 발달해 내린 국지성 호우"라며 "비구름대가 내륙으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가장 먼저 부딪힌 군산과 충남 태안 등 돌출된 해안지역에 많은 비가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국지성 호우의 경우 1~2일 전에도 예측하기가 매우 어렵다"며 "이번의 경우에도 서해상에서 발생되는 비구름을 초단기부터 감시·대응해 왔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