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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스포츠

모든 게임이 끝났을 때 수건을 던져라

  • 등록 2006.09.01 11: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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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투의 명성은 잊혀진지 오래다. 세련되지도, 화려하지도 않은 권투를 현대인들은 외면하고 그 빈자리는 또 다른 스포츠가 대신한다. 때리고, 맞고, 터지고, 다시 일어서서 맞는 권투는 비신사적이고 잔인한 구시대의 스포츠일 뿐이라고 치부하기도 한다. 그러나 한때 권투는 온 국민의 희망의 상징이었고, 그들 앞에서 열광했었다.

국민스포츠라는 화려한 명성, ‘권투’
주말 오후가 되면 남자들은 일제히 TV 앞에 모여들었다. 그들의 시선을 집중시킨 것은 바로 장정구, 박종팔, 유명우 등이 챔피언 벨트를 지키기 위해 혈전을 벌이던 권투경기 중계였다. TV 속의 아나운서들이 레프트 훅 라이트 쨉을 외치며 시청자들의 흥을 돋아주면 마치 자신이 권투선수라도 된 마냥 TV 앞에서 빈주먹을 휘두르며 우리 선수를 응원했다. 상대 선수가 다운되면 주심과 함께 카운트를 세며 ‘일어나지 말라’며 속으로 빌기도 했다. 주심이 ‘텐’을 외치며 공이 울리면 환호성을 질렀고 축제 분위기를 연출했다. 그야말로 주말엔 권투였다.
당시 각 방송사들은 권투가 큰 인기몰이를 하자 국내에서 벌어지는 타이틀매치 뿐 아니라 해외 타이틀 매치까지 경쟁적으로 중계하기 시작했다. 특히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에서 우리나라가 ‘12체급 석권’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기게 되면서 복싱강국의 위상을 떨쳤고, 아마선수들이 대거 프로로 몰리면서 프로권투는 국민스포츠라는 화려한 명성을 차지하게 되었다. 이는 90년 대 초까지 이어졌고, 권투선수는 말 그대로 맨주먹으로 부와 명예를 차지할 수 있는 자리였다. 권투는 국민들에게는 환호성을 가난한 청춘들에게는 희망 같은 존재였다.

선수도, 대회도 없다. 이제 스폰서도 없다
이처럼 전성기를 누리던 한국권투는 90년 대 중반에 들어서면서 급격히 내리막길을 걷게 되었다. 세계 챔피언의 증가로 권투계는 차츰 자만에 빠지면서 더 이상의 육성책을 내놓지 않은 채 전성기를 즐기려는 생각만 하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 세계 챔피언의 자리는 하나 둘 다른 나라 선수들에게 넘어갔고, 관중석의 빈자리는 늘어갔다. 간혹 어렵게 챔피언 자리를 찾아오긴 했지만 이미 관중들의 관심이 떠난 후였다.
이 같은 시대적 상황을 반영하듯 국내 유일의 챔피언벨트도 지난 2월 지인진 선수가 고시모토 타카시에 판정패를 당하면서 한국 권투는 무관(無冠)으로 전락했다. 12체급 석권이라는 기록을 세우며 화려했던 한국권투는 그렇게 위기와 몰락을 함께 겪을 수밖에 없었다.
“먹고 살기 어려웠던 시절은 복싱이 그야말로 부의 지름길이었지만 점점 잘 살게 되면서 힘든 일은 안하려고 해요. 그러니까 젊은 선수도 없고, 대회를 하려고 해도 선수가 없어서 못하는 경우도 많아요”. 거북체육관의 이경영 관장은 최근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권투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빈곤의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다고 했다. “예전에는 ‘누구 나가라’ 이런 식으로 지명을 해서 내보냈는데, 지금은 선수가 모자르다 보니 쫓아 다니면서 참가하라고 말해야 할 지경이에요”. 이처럼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권투 대회가 제대로 열리지 못해 현재 국내 챔피언이 공석으로 비어있는 체급들도 있을 정도다. 설사 신인왕전 같은 권투대회가 개최 된다 해도 스폰서를 구하지 못해 취소되는 일도 종종 생기는 바람에 선수들이 실전 경험을 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랭킹에 끼어 있는 선수들마저도 연습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 정도”라며 이관장은 한국 권투에 대해 회의감마저 느낀다고 했다.
물론 아직까지 권투를 희망하는 사람들은 있지만 맨주먹으로 부와 명예를 누린다는 것은 옛말이 된지 오래다. 적은 대진료를 받고 시합에 임하고 있는 선수들은 권투만으로 도저히 생계를 꾸리기 어려울 정도다. “권투협회 집행부가 정말 잘 못하고 있는 게 하나 있어요. 챔피언이 되어도 대진료가 턱없이 적어요. 미국만 해도 국내 챔피언만 되어도 먹고 사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어요. 국내에서 챔피언이 되면 뭐합니까. 이런 상황이 지속되다 보니 열심히 하지 않고, 좋은 유망주가 나올 리 만무하고 결국 경기가 재미없어지니까 스폰서도 안 나오고, 대회 운영이 안 되고… 이런 게 바로 악순환이라는 겁니다”.

꾸준히 도전하는 정신으로
1982년 11월, 미국 선수의 펀치를 맞고 쓰러진 한 선수가 링의 줄을 움켜쥐고 끝까지 일어서려 애쓰는 모습을 기억하는 팬이 있을 것이다.
그는 결국 KO를 당했고 의식을 잃은 채 병원에 실려 갔다. 그리고 며칠 후 그는 홀어머니와 임신 중인 약혼자를 남겨둔 채 세상을 떠난다. 바로 김득구 선수의 얘기다. 이 사건 이후 ‘권투는 잔인한 스포츠’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인식이 퍼지기 시작했고, 해외에서도 경기 중 선수가 사망하거나 다치는 사고가 연일 터져 나와 ‘권투 존폐론’이 계속 제기될 정도로 권투에 대한 편견이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일반인들의 편견과는 달리 권투는 신사적인 스포츠이다. 그냥 치고 박는 싸움이 아니라 엄격한 룰 아래에서 이루어지는 게임이다.
또한, 권투는 어느 경기보다도 정신력을 요하는 경기다. 목표를 가지고 임하는 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집중력을 요하는 스포츠다. 지금의 한국권투는 불행하게도 목표가 없다. 세계챔피언을 만들겠다고는 하지만 체계적인 지원은커녕 권투를 하려는 선수가 없다. 이런 권투의 몰락을 선수들의 헝그리 정신의 부족 때문이라고 운운하지만 그것보다 더 부족한 것은 미래를 위한 권투인들의 도전이다. 그렇다고 지금 링 위로 수건을 던질 필요는 없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면 된다.
세계 챔피언은 그냥 되는 것이 아니다. 꾸준히 도전하고 이기는 자가 얻게 되는 것이 세계 챔피언이다. 지금의 한국권투는 바로 그런 챔피언이 되려는 정신자세를 필요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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