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부삼 기자]세월호 정국이 4개월 넘게 이어지며 꽉 막힌 정국 상황이 좀처럼 풀릴 기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런데, 돌연 검찰이 여야 정치권을 상대로 무차별 사정 칼날을 휘두르고 있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수사에서 국민적 지탄을 받게 되자 정국 전환용으로 정치권에 대한 사정 칼날을 빼들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고, 또 다른 일각에서는 세월호 정국에 갇힌 정치권을 꺼내기 위해 바람을 일으킨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하고 있다. 어떤 이유에서건, 여야 정치권이 검찰의 사정 태풍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바짝 긴장하고 있는 정치권의 표정을 살펴봤다.
◆檢, 새누리 집중수사에 부담 느꼈나?
정치권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처음 새누리당에 집중돼 있었다. 첫 스타트는 지난 6월 박상은 의원이 끊었다. 박 의원이 자신의 차량에서 수천만 원의 현금을 도난당했다며 신고한 돈이 사실은 부정한 돈이었다는 의혹을 받으면서다. 해운업계 비리를 수사해온 인천지검 해운비리 특별수사팀은 박 의원의 아들 집을 압수수색했고, 그의 집에서 수억 원의 뭉칫돈을 발견했다. 명확치 않은 돈의 출처에 검찰은 해운업계로부터 받은 불법정치자금일 것으로 봤고, 이후 박 의원에 대한 수사는 급물살을 탔다.
그런데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검찰의 수사는 박상은 의원 개인 비리에 맞춰져 있었다. 그런데 돌연 이른바 ‘철피아’ 수사가 정치권으로까지 이어지며 같은 당 조현룡 의원이 검찰의 수사 선상에 오른 것. 조현룡 의원은 지난 2008년~2011년 한국철도시설공단 이사장으로 재직하던 시절부터 국회의원이 되고 나서도 철도관련 업체인 ‘삼표이앤씨’로부터 억대의 금품을 받아온 혐의로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정치권이 본격적으로 ‘철피아’ 수사에 나서게 된 신호탄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박상은 의원과 조현룡 의원 모두 새누리당 소속이라는 점에서 검찰의 부담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의원들만 수사를 벌였을 때, 국민적 시선에서는 새누리당의 부정부패 이미지가 더 크게 각인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입장에서도 ‘표적수사’라며 반발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검찰은 균형을 맞춘 듯, 돌연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의원들에 대해서도 입법로비 혐의를 들어 칼을 빼들고 나섰다.
신계륜-김재윤-신학용 3명의 중진 의원들이 서울종합예술직업학교 인허가와 관련해 뇌물을 받고 법 개정을 추진했다는 것이었다. 검찰은 이들에 대해 소환조사를 마치고 구속영장까지 청구한 상태다. 마치야당의 반발은 그야말로 거세게 일어났다. 박상은-조현룡 수사에 검찰이 물 타기를 하고 있다는 반발이었다.
이와 관련, 신계륜 의원은 언론을 통해 검찰의 소환조사 사실이 알려진 직후 “본 의원은 학교인허가와 관련해 뇌물을 받은 사실이 없으며 보도를 접하고 황당무계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신 의원은 검찰 수사와 관련해 “새누리당 박상은, 조현룡 의원의 검찰소환과 연동하여 전형적인 물 타기가 아닌가 생각된다”고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김재윤 의원도 같은 날 입장을 발표해 “검찰의 주장은 사실무근이며 명백한 야당탄압”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김 의원은 “저는 학교인허가와 관련해 뇌물을 받은 사실이 전혀 없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뇌물 수수혐의’ 운운하는 것은 새정치민주연합에 칼끝을 겨누는 것”이라고 성토했다.
김 의원은 이어, “7.30재보궐선거 직후, 야당에 칼끝을 겨누는 일이 국가와 국민에게 무슨 도움이 되겠냐”면서 “언론 보도와 달리 우리 의원실 누구도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은 바 없다. 검찰의 이번 수사는 명백히 야당탄압이자 김재윤 죽이기로, 저는 검찰의 부당한 수사에 맞서 끝까지 결백을 밝힐 것”이라고 강조했다.
◆입법로비, 철피아 등 전방위 확산되는 수사에 정치권 발칵
신학용 의원의 경우는 상황이 더 복잡해졌다. 신계륜-김재윤 의원과 같이 서울종합예술직업학교 인허가 관련 입법로비 의혹을 받고 있던 상황에서 또 다른 의혹이 추가로 터져 나온 것. 검찰은 신 의원이 ‘한국유치원총연합회’로부터도 금품을 받아 특혜성 법안을 발의해준 정황을 포착해 수사에 들어갔다.
검찰 등에 따르면, 신 의원은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을 지냈던 지난해 9월 출판기념회 등을 통해 ‘한유총’ 관계자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이미 신 의원의 전 보좌관 자택에서 출판기념회 회계장부 사본 등 입법로비를 뒷받침하는 증거물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에 대해 신 의원은 정상적인 출판기념회 축하금이었다며 로비 자금이라는 검찰의 주장에 맞서고 있다. 이에 대해 신 의원 측은 지난 14일 보도자료를 내고 “출판기념회를 통해 개별적으로 들어온 책 구매비용 명목의 축하금만으로 과연 뇌물죄 성립이 가능한지, 법률적 판단이 남아 있다”며 언론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대대적인 입법로비 의혹으로 보도하는 것은 명백한 인권침해”라고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그런데 문제는 해운업계 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박상은 의원도 자택 등에서 발견된 돈뭉치에 대해 ‘출판기념회 축하금’을 방패로 내세우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검찰은 그동안 정치인들의 공공연한 입법로비 창구로 활용돼 오던 출판기념회에 대해 대대적인 수사에 나설 것인지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일 검찰이 정치인 출판기념회에 대한 전방위 수사에 나선다면, 수사 대상은 신학용-박상은 두 의원에서만 머물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아고 있다.
한편, 그런 가운데 지난 18일 ‘어버이연합’은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전현직 의원 13명에 대해 입법로비 ‘쪼개기 후원금’ 혐의가 있다며 검찰에 고발했다. 이들이 의료법 개정안을 통과시켜주는 대가로 치과협회로부터 1인당 1,000만원~3,422만원의 정치후원금을 받았다는 것인데, 검찰은 이에 대해서도 즉각적으로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검찰은 조현룡 의원 외에도 새누리당 중진 송광호 의원에 대해서도 ‘철도 비리’ 혐의로 수사를 펼치고 있다. 철도부품 납품업체로부터 각종 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았다는 것인데, 송 의원은 지난 20일 오전 검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두해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앞서 송 의원 명으의 금융계좌 압수수색 등을 통해 출처가 수상한 자금을 포착하고, 레일체결장치 납품업체인 AVT사 대표 등 업체 관계자들로부터 대가성 있는 뇌물을 건넸다는 취지의 진술을 받아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