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기철 기자] 1년 동안 육성총괄을 하면서 SK 와이번스를 지켜본 김용희(59) 신임 감독이 진단한 SK의 부진 이유는 리더 부재 및 부상· 외국인 선수였다.
지난 21일 SK의 새로운 사령탑으로 공식 선임된 김 감독은 23일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열린 감독 이·취임식에서 SK의 2년 연속 포스트시즌 탈락 원인을 이같이 진단했다.
김 감독은 "SK가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이후 2년 동안 4강에 나서지 못했던 것은 선수들의 구심점이 없다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감독이 팀에서 리더는 될 수 있지만 선수들간의 리더도 필요하다는 것이 김 감독의 설명이다. 하지만 SK에는 지난 2년간 구심점이 될만한 선수가 없었다. 올해 주장을 맡은 박진만이 이런 역할을 할 만 했지만 부상으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해 뜻대로 리더의 역할을 하지 못했다.
김 감독은 "감독이 방향 제시를 했을 때 선수들을 끌고가는 리더가 필요하다. 그런 부분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두 번째로 김 감독이 꼽은 부진 이유는 부상이었다. SK는 윤희상, 박희수 등 마운드의 주축 선수들이 부상 탓에 시즌을 일찍 접었다. 최정도 4강 싸움이 치열하던 시즌 막판에 부상 때문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김 감독은 "부상에 대한 부분은 어느 팀이나 공통적으로 공유하는 부분이다. 부상 없이 지내는 것이 과제다"며 "하지만 우리는 부상이 많았다. 주축 선수들이 빠지면서 전력 손실이 있었다"고 진단했다.
세 번째로 꼽은 이유는 외국인 선수다. 사실 올 시즌 SK의 발목을 잡은 것은 외국인 선수라고 봐도 무방하다.
조조 레이예스는 13경기에서 2승7패 평균자책점 6.55의 초라한 성적을 거둔 후 퇴출됐다.
외국인 타자 가운데 가장 '거물'로 꼽힌 루크 스캇은 부상이 겹치면서 33경기에 출전하는데 그쳤고, 타율 0.267 6홈런 17타점만을 기록했다. 스캇은 심지어 이만수 전 감독과 경기 전 그라운드에서 언쟁까지 벌였다.
박희수 대신 마무리투수를 맡아 그나마 제 역할을 해줬던 로스 울프는 아들의 건강을 핑계삼아 미국으로 떠난 후 일방적으로 돌아오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김 감독은 "외국인 선수들 가운데 한 명만 좋지 않아도 팀 성적이 달라진다. 우리는 외국인 선수들의 도움을 받지 못했다"며 "물론 트래비스 밴와트가 시즌 막바지에 좋은 성적을 보여줬지만 일관성 있게 굴곡없이 성적을 내주는 외국인 선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겨울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김 감독은 체력과 투수력, 베이스러닝을 보완하는데 집중할 생각이다.
김 감독은 "체력이 뒷받침돼야 좋은 성적이 나온다. 내년에는 경기 수도 많아지니 체력 관리를 잘해 시즌 초반부터 마지막까지 그것을 어떻게 끌고 가느냐가 중요하다"며 "성적이 판가름나는 시기는 8월이다. 그 때까지 체력관리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전력적인 부분에서 보완할 점으로 투수력을 꼽은 김 감독은 "투수력을 적극적으로 보강해야 한다. 김광현까지 빠져나가면 손실이 크다"며 걱정을 드러냈다.
"전력 중에 첫 번째로 중요한 것이 투수력이고 두 번째가 수비력이다. 공격력보다 중요한 것이 주력"이라고 전한 김 감독은 "올해도 우리 팀이 도루 부문에서 좋은 결과를 냈지만 그것보다 더 적극적으로 뛰어야 한다. 뛰는 야구를 하지 않으면 좋은 팀이 되기 어렵다"며 이를 강화시키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